故장자연 "악마들 복수" 원한 풀까

최보란 기자  |  2011.03.08 10:56
故 장자연 영정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장자연 사건'이 2년 만에 다시 수면위로 올라왔다.

SBS가 최근 고 장자연의 지인이라고 주장하는 인물로부터 자필 편지 사본을 확보, 그 내용의 일부를 공개하면서 다시 파문이 일고 있다.

고 장자연 사건이 다시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정황이 이미 지난 2009년 사건 당시 포착됐음에도 불구 경찰이 핵심 증언을 묵살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31명에게 성접대…필적감정 장자연 맞다."

SBS 지난 7일 '8뉴스'를 통해 사건 수사에 대해 경찰이 핵심 증언을 묵살한 정황을 확인했다고도 전했다. 뉴스는 고 장자연 사건의 수사기록과 편지 내용, 지인의 증언 등을 근거로 경찰이 접대 날짜 등의 자료를 확보했음에도 수사 과정에서 이를 은폐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경찰이 접대를 마치고 장 씨가 울었다는 목격자 진술 확보했음에도 이러한 내용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사건을 마무리지었다"며 "경찰은 장씨 동료가 자리배치, 날짜, 정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술한 또 다른 접대도 수사하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피해 연예인이 더 있다"는 편지 내용도 함께 공개됐다. 편지에는 "연예인 A, B씨와 함께 원치 않는 자리에 참석 강요받았다", "내가 아는 연예 지망생 가운데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도 있었다.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들" 등의 내용이 담겼다.

SBS는 앞서 6일에도 "지난 2005년부터 장자연이 죽기 직전(2009년 3월 7일)까지 일기처럼 쓰여진 편지 50여 통 230쪽을 지인에게 입수했다"며 "대기업, 금융기관, 언론사 관계자 등을 포함 31명을 접대했다는 내용이 담겼으며, 필적감정에서 장씨의 것으로 나왔다"고 보도했다.

특히 "장자연의 지인은 사건당시인 2009년 3월 친필 편지를 언론사에 제보, 경찰은 수사관 2명을 급파했지만 지인이 편지를 넘겨달라는 요구를 거부하자 압수수색 등을 통해 편지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장자연의 편지는 날조됐다고 공식 발표했다"고 전했다.

각계각층 '장자연 사건' 재수사 요구 봇물

이와 관련 7일 민주당은 "경찰은 사건 당시 이 편지를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고 근거 없는 추측성 편지라며 진실을 은폐하기에 급급했다"며 "검찰과 경찰은 장자연 리스트를 공개하고 처음부터 다시 수사해야 한다"며 재수사를 촉구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장자연의 자살사건에 대한 재수사 여부를 물으며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이에 이귀남 법무장관 역시 "다시 한 번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문화평론가 진중권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어느 매체에서든 50통에 달하는 장자연씨의 편지, 전문을 보도했으면 좋겠다"라며 "'나는 악마를 보았다' 정말 있긴 있군요. 31명이나…. 이제라도 진실이 밝혀지길"라는 글을 게재했다.

배우 문성근은 "장자연 배우가 상납을 강제당한게 연예계의 막강권력. 늘 문제돼왔던 감독, 기획, 제작사에 더해 '언론사간부'까지 등장한건 우리 사회가 그만큼 무너져 내렸다는 것"이라며 "아프고, 그녀에게 죄송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배우 김여진 또한 "지금도 어딘가 같은 괴로움을 겪고 있을 누군가가 있습니다. 분명 있습니다"라며 "아무렇지 않게 이런 일이 또 벌어집니다. 그들은 그래도 된다고 생각 하니까요"라며 분노를 표출했다.

전국여성연대는 이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 모여 "장자연씨의 명복을 빌며 경찰이 성상납 리스트 공개, 철저한 진상규명, 관련자처벌,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할 것을 요구하며 이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고 피력했다.

경찰 "자필편지 진위 여부 확인, 이후 재수사 여부 결정."

경찰 현재 SBS 측에 해당 문건을 넘겨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우선 이것이 장자연의 자필 편지인지 진위 파악 후 재수사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 2009년 당시 고 장자연 사건을 담당했던 분당경찰서 관계자는 "당시 조사에서 A씨와 장자연이 일면식이 없는 무관한 인물로 조사됐다. A씨의 교도소 복역 중 장자연이 면회를 하거나 접촉한 기록이 전혀 없었다"며 "또 편지라는 것이 송수신이 돼야 하는데, 고 장자연의 자택과 사무실 등에 어떤 관련 문서도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03년 특수강도강간죄로 구속돼 부산교도소에 복역 중이다. 당초 올해 5월 출소예정이었으나 교도소내 공무집행방해죄로 15개월 형이 추가됐다. 교도소 내에서 정신병력 치료를 받아왔으며 연예계 소식에 집착을 보였다. 이에 경찰은 A씨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정확한 수사를 위해 경찰은 SBS로부터 제보자의 편지를 확보해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또 제보자의 신원이 A와 동일인물인지 여부, A와 고 장자연과의 관계도 재조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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