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 김영희PD, 논란에 답하다(일문일답)

김현록 기자  |  2011.03.22 18:12
논란의 프로그램 MBC '우리들의 일밤'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이하 '나는 가수다')의 연출자 김영희 PD를 만났다.

김영희 PD는 최고의 가수를 노래로 대결시켜 탈락자를 선발한다는 이 전무후무 독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수장이다. 지난 20일 방송에서 '나는 가수다'는 7위로 탈락을 눈앞에 둔 김건모에게 재도전을 주면서 여론이 차갑게 돌변했고, 갖은 포화가 쏟아졌다. 이 와중에 '나는 가수다'는 지난 21일 그 다음 녹화를 시작했다. 재도전을 결정한 김건모는 비장하게 노래를 불렀고, 다른 가수들 또한 이는 마찬가지였다.

녹화 다음 날 MBC 드림센터에서 만난 김영희 PD의 모습에서도 긴장감과 우려가 고스란히 묻어났다. 이미 시청자에게 사과의 뜻을 전한 그는 "책임을 지고 사퇴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영희 PD와의 일문일답.

-어제 녹화는 어땠나?

▶녹화는 잘됐다. 실질적인 2번째 경연이 잘 끝났다. 500명 청중평가단에게는 사과를 했다. 더 열심히 해서 훌륭한 방송을 만들겠다고 했고,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셨다.

그 어떤 공연에서도 불 수 없는 진지함이 있었다. 최고의 공연이었다. 시청자들에게 잘못을 조금이나마 사죄하는 길은 어디에서도 못 듣는 최고의 공연을 보여드리는 것이라 생각했다.

-비난 여론이 극심하다.

▶인터넷을 보면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는 의견이 많다. 나는 사퇴할 수도 있다. 실제로 사퇴도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고민이 많다. 내가 사퇴하면 진정한 사퇴가 아닐 것 같다. 가수들과 이 무대가 흔들릴 것 같아서다. 열심히 최고의 문제를 만드는 것이 당연히 그에 대한 보답일 수 있다.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 한다면 내가 책임을 지겠다. 물러나야 할 수도 있고, 원칙없는 결정이다 해서 MBC 경영진에서 징계를 내릴 수도 있다. 어떻게든 '나는 가수다'가 제대로 방송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한도에서 책임을 지겠다.

-김건모가 자진사퇴를 했다느니, 박정현이 동시 탈락했다느니 하는 스포일러가 21일 녹화 직후부터 돌았다.

▶자진사퇴는 사실 무근이다. 지금 나온 김건모의 자진사퇴, 2명 탈락 등의 스포일러는 사실이 아니다. 단언할 수 있다.

-사실이 아닌건가?

▶김건모가 (자진사퇴를) 고려중인 것으로 안다. 어떤 입장인지는 모르겠다.

이 가수들은 무대에서 훌륭한 분들이다. 그들의 무대, 그 가수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맞다. 열창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시청자들의 권리를 앞서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맞다. 시청자 입장에서, 책임질 일은 어떤 식으로든 책임지고 싶다. 시청자들에게 사죄드리고 싶다.

-논란 직후 마침 다음날 본선 녹화가 있었다. 제작진이 논란을 부추긴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그건 정말 웃음밖에 안 나온다. 계획된 건 0.0001%도 없었다. 음모론, 조작설 전혀 아니다. 더이상 말씀드릴 것이 없다.

-스포일러 보안 문제는 어떻게?

▶보안 유지를 위한 장치는 없다. 마련하지 않을 것이다. 장치는 뚫리기 마련이고 우리는 평가단과 게임을 해야 한다. 우리 평가단 아무도 스포일러를 쓰지 않았다는 것을 100% 확신한다. 양심과 상식에 호소했고, 지난 스포일러도 '승철이 친구'라는 아이디의 한 명이 쓴 것이다. 작가들이 그걸 보고 '찾아낼까요'라고 물어봤지만 그러지 말자고 했다. 그것이 시청자들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나쁜 짓이라고 생각했다면 안 했을 것이다. 누군지 모르지만 다시 온다면 스포일러를 쓰지 않을 것이다.

-탈락자 관련이 아니더라도 미션과 곡명 등에 대한 스포일러도 나왔는데.

▶미션이나 각 가수가 부른 곡에 대한 스포일러는 맞는 것이 있다. 일부 유출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공연 외적인 이야기. 김건모가 큰절을 했다든지 자진 사퇴했다 등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

-탈락자는 나왔나?

▶어제 녹화에서 실질적인 탈락자가 나왔다. 7위, 7위인데, 탈락자라는 말을 쓰기 싫다. 마찬가지로 재도전 의사를 물었고 20∼30분 상의 후 돌아와 재도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 가수가 그 동안 이 무대에 선 것이 행복했다고 정확하게 이야기하고 물러났다. 시청자가 말하는 실제 탈락자가 나온 셈이다. 그게 참 싫다. 잔인하다.

서바이벌이라 이름붙이긴 했지만 제거한다는 의미는 싫다. 시청자 흥미에 부응하고자 하는 거지. 녹화장에서는 탈락이라는 말을 안 쓴다. 7위라고 한다.

-가수들이 녹화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나.

▶흔들리긴 할 거다. 그러나 제작진과 다르지 않더라. 열심히 하는 것이 사과하는 길이라는 것. 원칙에 위배되는 결정을 내리게 된 것에 대해서.

-이소라씨의 MC자질 논란도 불거졌다. 편집할 수도 있었을 텐데.

▶이럴 줄은 모르고 편집했다. 이소라를 보호해주고 싶었지만 솔직한 걸 보여주는 게 더 인간적이지 않을까 했다. 이런 파장으로 돌아올 줄 몰랐다. 가감없이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런 모습이 현장에서는 심하지 않았다. 그런데 오해할 만 하게 방송을 탔다. 우니까 화장이 지워져서 방송을 할 수 없어 대기실로 간 건데 오해할 수 있겠더라.

-어제 녹화에서 이소라는 어땠나.

▶자기도 강인해져야겠다며 열심히 해야겠다고 하더라. 12시간 녹화를 했다.

-조작설까지 돌았는데 미리 재도전 이야기를 밝히지 않은 이유는 뭔가.

▶방송을 통해 밝히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사실과 다른 루머가 흐르니까 그것이 아니라고 했던 것이고, 방송도 전에 관심이 높았다.

-당시 녹화에서 김건모가 이른바 '깽판'을 쳤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김건모는 멋있었다. 최고 선배답게 의연히 있었다.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재도전은 계속되는 건가.

▶재도전 의사를 물어보겠다는 것이지 재도전을 시키겠다는 게 아니다. 의사를 물었는데 김건모가 하겠다고 해서 간 것이고 어제는 아니라고 하니까 그 역시 진행됐다. 재도전 의사를 묻는 건 가수들에 대한 응원, 열심히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시청자들은 40년을 해먹겠네 하시지만 대부분 가수는 재도전을 안하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듣는 입장에서는 한번쯤 더 노래를 불러줬으면 좋겠는데 가수들은 부담이 너무 크다고, 리스크가 너무 커서 안하겠다고 한다. 그것이 어제 녹화에서 증명됐다. 물론 재도전은 첫번째만 묻는다.

-새로운 가수는 합류했나? 김연우가 맞나.

▶어제 새로운 가수가 합류했다. 김연우다. 방송에 나갔을 때 알아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알아내도 스포일러 수준은 아니겠다 생각한다. 다음 가수는 다다음주(4월3일)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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