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패' 거지옷, 한 벌 제작비는 얼마?

최보란 기자  |  2011.04.05 15:08
ⓒ사진=MBC '짝패' 홈페이지

"만약 비단옷과 거지옷 둘 중 하나를 내놔야 한다면, 비단옷을 내놓겠어요."

MBC 월화극 '짝패'(극본 김운경·연출 임태우 김근홍)의 의상을 담당하고 있는 MBC 미술센터 방송미술국 의상팀 이혜란 차장의 말이다.

'짝패'는 지금까지 봐 왔던 사극들과 달리 거지패가 본격적으로 활약하는 드라마다. 의적이나 천민들의 삶을 다룬 작품들도 많았지만, 중요한 도입부에 거지들이 떼로 등장해 사극은 흔치 않다.

이 차장은 "앞서 사극에서 거지 역할은 그냥 지나가는 인물이거나 큰 비중이 없었다면 '짝패'는 주요 연기자들이 거지로 등장하지 않았느냐"며 "기존에 썼던 재고를 사용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있는 옷으로는 턱없이 모자랐다. 이번 작품을 위해 거지옷만 50여 벌을 제작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거지 의상이라고 해도 한 벌에 8종류 이상의 천이 사용됐다. 오래된 옷에 천을 기워 입은 느낌을 위해서다"라며 "또 기본 틀은 재봉질을 했지만, 누덕누덕 기운 느낌은 일일이 손바느질을 해서 살렸다"라고 설명했다.

바느질 뿐 만이 아니다. 의상을 위해 구입한 천들은 너무 새것 티가 났다. 일부러 탁한 색으로 염색을 다시 해야 했다. 멀쩡한 올을 하나하나 잡아 풀고, 다른 천을 깁고, 사포질을 하고, 바랜 느낌을 위해 세탁만 2~3번을 했다.

과정을 살펴보면 '원단 1차 염색→제작→1차 세탁→올풀림 작업·기우는 작업→1차 사포질→2차 세탁→2차 기우는 작업→2차 사포질→3차 세탁→콜드 크림+분장용 크림으로 더러운 효과 내기'로 정리된다.

이 차장은 "양반의 옷은 디자인에 조금 더 심혈을 기울이긴 했지만, 제작만 따지면 3~4일로 완정이 됐다"며 "그렇지만 거지옷은 제작에만 10일 이상이 소요됐다. 기간만 따져도 2~3배가 더 들었다"라고 전했다.

'짝패'에서 막내 거지로 활약하고 있는 개그맨 김경진은 스타뉴스와 인터뷰에서 "거지옷이지만 이게 50만원이나 한다고 하더라. 수공으로 제작을 해야 해서 다른 옷보다 의상비가 더 많이 든다고 들었다. 비싼 옷이라는데 바람이 숭숭 들어서 추운 게 단점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원단 가격만 따지면 물론 양인 캐릭터의 의상이 비싸다. 비단 소재를 사용하고 때에 따라 자수 장식을 하기도 하기 때문에 평균 60~70만원 정도 든다. 가장 비싼 옷은 동녀(한지혜, 아역 진세연)이나 권씨 부인(임채원)의 의상. 어떻게 갖춰 입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원단만 따져 200만원 이상이 들었다.

면이나 마직을 주로 사용하는 거지 의상의 경우엔 평균 35~45만원 선이다. 김경진의 말처럼 의상에 따라 더 비싼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원단 가격으로만 봤을 때의 경우다. 의상팀이 한 땀 한 땀 옷에 쏟은 정성까지 따지면 수제 명품이 따로 없다.

이 차장은 "만약 귀동(이상윤, 아역 최우식)의 비단옷과 천둥(천정명, 아역 노영학)의 거지옷 중 하나를 내 놓아야 한다면 비단옷을 내어 놓겠다"며 "배우가 착용했던 의상이라는 특성을 제외하면, 이 거지옷을 사는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의상팀 모두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원단 값만 따졌을 때는 비단옷이 비싸지만, 거지옷도 원단이 여러 종류 들어가기 때문에 생각처럼 낮은 가격은 아니다"라며 "만약 의상팀의 정성과 인력을 포함시킨다면 거지 옷이 훨씬 비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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