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정아 "인숙이는 죽지 않았을까요"(인터뷰)

MBC '로열패밀리'의 염정아

김현록 기자  |  2011.05.04 10:00
ⓒ홍봉진기자 honggga@


그녀가 지닌 얼굴은 몇 개일까. 지난달 28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로열패밀리'에서 염정아(39)의 얼굴은 변화무쌍 자체였다. 구박받는 재벌가 며느리였다가, 복수심으로 똘똘 뭉친 야심가가 되었던 그는 숨기고 싶은 과거사에 덜덜 떠는 애처로운 여인이자 어쩔 수 없는 어머니이기도 했다.

드라마 종영 약 1주일. 염정아는 생방송이나 다름없던 드라마의 피곤이 가신 듯 "안녕하세요" 경쾌하게 인사하며 나타났다. "전 코미디가 좋아요", "이런 건 쓰지 마세요"라고 웃음짓는 그녀의 새 얼굴에 적응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얼굴이 바로 염정아였다.

-죽음을 암시하는 듯 여운을 남기며 드라마가 끝났다. 어떻게 생각하나. 아쉬움은 없나?

▶죽지 않았을까. 아쉬움은 없다. 마음이 짠하면서 많이 울었어요. 실제로 찍을 때는 슬프다고 생각하고 찍지 않았는데 방송을 막상 보고는. 마지막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다 끝났다는 허탈감 때문에 울었는지 두 사람이 불쌍해서 울었는지 눈물이 나더라. 너무 행복한 죽음을 맞아서 눈물이 났던 것 같다. 또 불쌍하기도 하고.

-그런 캐릭터를 하다보면 몰입한 데서 빠져나오기가 어렵지 않나.

▶예전에는 그랬다. 지금은 그 캐릭터를 생각할 틈이 없다. 아기 기저귀 갈랴 머 갈랴. 그건 사치다.(웃음)

몸은 아기들이랑 있으면 진짜 힘들다. 몸은 너무 힘든데 그냥 계속 웃고 있는거다. 너무 예뻐서. 애기들이랑 있어야 웃을 일이 있다. 현장에서는 몸은 최대한 편하다. 몸이 힘든 역할은 아니니까 정신적으로 힘든 거다. 생각도 많이 해야 하고.

-만만찮은 캐릭터였다. 배우 염정아가 '연기로 본때를 보여주마' 하는 느낌이랄까.

▶그건 아니었다. 전 항상 동기가 단순하다. '워킹맘' 때는 한창 코미디에 빠져 있을 때 코미디를 권하시니까 좋아서 한 거다. 이번에도 아기들이 엄마 손을 필요로 하고 사실 작품을 할 수 있는 때가 아니었는데, 대본이 재밌는 거다. 그래서 한 거다. 내가 이걸 가지고 어떻게 해야지 하는 계산은 없었다. 하다보니 캐릭터가 생각보다 힘들었고, 열심히 했다.

-인숙이란 캐릭터가 이해가 잘 되던가.

▶저도 연기하면서 이해가 잘 안됐다. 마지막 장면 단죄받는 신을 연기하면서 스스로도 의문을 풀 수 있었다. 아 이래서 그랬구나. 조니 살인사건의 범인이 아니라는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죽였냐 안 죽였냐에 따라 연기하는 게 완전히 달라지니까.

ⓒ홍봉진기자 honggga@


-매번 눈에서 레이저빔이 나가는 듯한 연기였다. 힘들지 않나.

▶오히려 그런 신들이 쉬운 게 딱 한번만 찍으면 된다. 저희를 배려하셔서 한 번에 갈 수 있게 모든 세팅을 하고 한 번에 갈 수 있게 해 주셨다.

저는 한 번 이상 안 나오는 스타일. 한 번에 쏟을 때 확 하고 그 다음에는 집중이 풀린다. 그게 제 최대 단점이다. 처음 들어갈 때부터 감독님께 말씀드렸다. 한 번 이상 안 나온다고 생각해 달라고, 저도 안돼서 괴롭다고. 그런데 한 번에 나는 하겠다고. 그렇게 하려면 저는 미리 숙지를 하고 감정 기복까지 모두 철저하게 생각해야 했다.

-유독 클로즈업이 많았다. HD카메라 시대가 배우들은 다 신경쓰인다는데.

▶어쩔 수 없다. 계속 제가 이런 질문을 받는 걸 보면 제 모습을 보면서 다들 뭔가를 느꼈나보다.(웃음)
.
그게 신경을 쓴 거다. 어쩔 수가 없다. 카메라는 너무 가까이 들어오고, 너무 잠을 못 자니까. 눈은 10리 밖으로 꺼져 들어가고 다크서클이 막 내려오고 피부는 막 뒤집어지고 그랬다.

-미모를 위해 의학의 힘을 빌리지는 않는지.

▶눈가 주름이 있긴 하지만 안 하는 게 좋은 것 같다. 너무 부자연스럽지 않나. 지금까지는 특별히 여유를 못 느꼈다. 여유가 있었으면 모를까, 급하게 작품 들어가느라 짬이 없었다.(웃음)

-생방송처럼 이뤄지는 방송 시스템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역량 충분히 발휘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게 너무 억울하다. 최상의 컨디션에서 하면 더 잘 할 수 있고. 더 예쁘게 할 수 있다. 최상으로 보여야 하는데, 그게 조금 억울하다. 변명할 여지가 저는 없다. 나는 잠을 못 잤고, 못 씻었고, 충분히 대사를 외울 시간이 없었다고 그걸 변명할 수가 없는 거지 않나.

-김영애와 함께 촬영했는데 어땠나? 과거엔 연기하다 주눅 든 경험이 없나?

▶어려운 분이셨으면 어려웠을 수도 있는데 저희가 너무 친하다. 후배들보다 더 맞춰주셔서 오히려 선생님 기를 받아가며 더 잘 할 수 있었다. 원래 주눅 자체가 잘 안 든다. 그렇게 생기지 않았어요?(웃음) 어렸을 때는 늘 주눅 들어 있었겠죠. 이제는 나이가 있지만.

나이를 먹는다는 것 자체가 편한 것 같다. 일단 다 동생들이니까 편하고, 나도 다 해봤던 것들이라 우물쭈물하던 시절과 다르고. 20대는 어설프기 짝이 없지 않나. 그런 건 매력이 없다. 뒤를 돌아보는 건 현명하지 못하다. 거꾸로는 못 가니까. 앞으로 어떻게 더 멋지게 살 지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남편이랑 잘 살고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 말이 쉽지 하나하나가 얼마나 힘든가. 부모가 해야 하는 역할들이 너무나 많다. 한참 그런 거 하다보면 십 몇 년 그냥 갈 것 같고, 그 다음에는 부부로서 잘 살고 싶다. 일은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싶다.

-'로열패밀리'로 얻은 게 있다면.

▶일단 시청자 분들의 사랑을 얻었다. 마트를 가고, 롯데월드를 가면 아줌마들이 막 이야기해주시고. '아 염정아씨'가 아니라 ''로열패밀리' 잘 봤어요' 그런 말들이 가슴에 와 닿았다. 시청률을 떠나서 가슴 뿌듯했고, 제가 얻은 큰 소득이었다. 물론 좋은 사람 만난 것도 뺄 수 없다. 김영애 선생님, 지성은 물론 전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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