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아리랑' 칸 첫공개..지독한 자기고백(종합)

칸(프랑스)=김현록 기자,   |  2011.05.14 06:54
ⓒ기립박수를 받고 있는 김기덕 감독

김기덕 감독의 '아리랑(Arirang)'이 13일(이하 현지시간) 열린 칸 영화제 공식 스크리닝을 통해 베일을 벗었다.

제 64회 칸 국제영화제 개막 3일째인 이날 오후 5시 드뷔시 극장에서 '아리랑'의 첫 공식 스크리닝이 진행됐다. 김기덕 감독이 2008년 '비몽' 이후 3년만에, 비밀리에 홀로 작업한 신작이 이 자리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아리랑'은 올해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에 초청됐다.

김기덕 감독이 스스로 자신의 영화세계를 반추하며 만든 영화의 첫 공개 자리인 만큼 작품에 쏠린 관심은 컸다. 상영 시작 약 2시간 전부터 취재진들과 영화팬들이 극장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서 대기했다. 상영 시간이 임박하자 관객이 넘쳐 드뷔시 극장의 1068석 기본 좌석은 물론 통로에 설치된 임시 의자까지 모조리 동원됐다. 티에리 프리모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직접 김기덕 감독과 영화를 소개한 가운데 김동호 이용관 부산영화제 전 현 집행위원장, 비평가주간 심사위원장인 이창동 감독 등도 자리에 함께했다. 김기덕 감독의 신작에 쏠린 세계 영화인들의 관심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김기덕 감독은 무대에 올라 "제가 잠을 자고 있는데 칸이 저를 깨웠습니다"라며 "이 영화는 제 자화상 같은, 그런 영화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13년 동안 15편의 영화를 만들어 온 시간들을 되돌아보고 싶어서 만든 영화"라며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영화는 무엇인가에 대해 저 자신에게 질문해보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김기덕 감독이 손을 흔들며 환호에 답례하고 있다.

공개된 '아리랑'은 2008년 이후 영화를 찍지 않고 있는 김기덕 감독이 스스로 왜 영화를 찍지 못하고 있는지를 하소연하는 한편, 또 얼마나 영화 찍기를 갈망하는지를 호소한 한 편의 다큐멘터리이자 모노 드라마였다. 홀로 산중에 오두막을 짓고 기거하고 있는 김기덕 감독은 디지털 카메라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영화에 담았다. 그리고 이것이 진실이며 영화라고 말했다.

김기덕 감독 스스로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각본, 연출, 제작은 물론 촬영과 편집, 녹음, 음향까지 김기덕 감독이 홀로 도맡은 '아리랑'은 '김기덕을 위한, 김기덕에 의한, 김기덕의 영화' 자체였다.

이 과정에서 김기덕 감독은 술에 취한 채 전작 '비몽'을 찍을 당시 이나영이 감옥에서 목을 매는 장면을 찍다 허공에 매달리는, 자칫 큰 비극으로 이어뻔 했던 사건이 있었으며, 자신이 이 일로 큰 충격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스스로에게 "영화 찍다 사람 죽인 살인범이 되는 줄 알았지? 그때 그만 찍겠다고 한 거지? 말해봐 이 XX야"라고 일갈했다. 김기덕 감독에 따르면 이나영은 당시 기절했다 깨어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기억하지 못했으며, 김 감독은 옆 감방에 들어가 홀로 울었다.

국내에서 소동이 일었던 자신의 조감독 출신 장훈 감독과의 사이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김기덕 감독은 "의리를 지킨다고 2편 더 한다고 했는데 떠났다"며 "사람들은 배신이라고 하지만 떠난 거다. 원래 삶이 그렇다", "하지만 방법이 잘못됐다"고 말했다. 김기덕 감독은 이밖에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배우들에 대해서 원색적인 쓴소리를 남기기도 했다. 구상하고 있던 차기작에 할리우드 배우 윌렘 데포 캐스팅을 생각했다고도 털어놨다.

한국 영화계에 대한 직격탄도 함께 날렸다. 악역을 좋아하는 배우들, 영화에 대해 포상하는 국가, 스타일리시한 치장에 대한 집착 등을 연이어 꼬집었다. 영화가 국위선양을 했다고 훈장을 받았다며, 나라 이미지에 안 좋은 것도 있는데 "영화를 보고나 주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객석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영화에 대한 호오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아리랑'은 새로운 형식 실험이자 스스로의 영화세계에 대한 진지하고도 흥미로운 고백인 동시에 김기덕 감독이 스스로에게 혹은 관객에게 하는 개인적인 넋두리이기도 했다. 심지어 김 감독과 대단히 민감하고 조심스러우면서도 파격적인 인터뷰를 함께하는 느낌을 안겼다. 실제로 영화에서 김기덕 감독은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한다.

몇몇 관객은 중간에 자리를 떴다. 그러나 1시간40분의 영화 상영이 끝난 뒤 약 5분간 열광적인 기립 박수가 쏟아졌다. 김기덕 감독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관객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답례했다. 김기덕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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