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 라스 폰 트리에 감독 '기피인물' 선정

전형화 기자  |  2011.05.20 13:54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이 손가락에 한 영어 욕설 메시지를 내보이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칸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칸국제영화제가 세계적인 영화감독 라스 폰 트리에를 기피 인물로 선정했다. 이에 따라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던 세계적인 거장 라스 폰 트리에를 이 영화제에서 다시 볼 수 없게 됐다.

칸영화제 집행위원회는 19일(이하 현지시간) 성명서를 발표,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을 기피 인물로 선정한다고 밝혔다. 이는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이 18일 공식기자회견에서 유태인 비하 및 나치 지지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라스 폰 트리에는 커스틴 던스트, 샬롯 갱스부르가 주연한 영화 '멜랑콜리아'가 경쟁부문에 초청돼 2009년 '안티 크라이스트' 이후 2년만에 칸을 찾았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독일계 혈통에 대한 질문을 받자 "오랫동안 나는 내가 유태인이며, 유태인이어서 행복하다고 생각했다"며 "나는 수잔느 비에르(덴마트의 유태인 감독)를 만났는데 행복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러고 나서 내가 실제로는 나치였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내 가족은 독일인이고, 그건 내게 기쁨이었다"며 "내가 뭐라 말할 수 있을까. 나는 히틀러를 이해한다. 나는 약간은 그에게 공감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2차 세계대전에 찬성하는 것도 아니고 유태인을 반대한다는 것도 아니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이내 "오케이, 나는 나치다"라고 다시 언급하고 말았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이 같은 발언은 즉각 논란을 낳았다.

2차 세계대전 전범이자 수백만명의 유태인을 학살한 나치, 히틀러에 대한 옹호는 유럽에서 금기나 다름없다. 곁에서 감독의 발언을 듣던 커스틴 던스트조차 놀람과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을 정도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2000년 '어둠속의 댄서'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바 있는 거장이다.

칸 영화제 측은 논란이 일자 공식 성명을 내고 라스 폰 트리에 감독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이들은 감독의 발언으로 혼란스럽다고 밝히는 한편 "영화제가 그런 주제, 그런 선언을 위한 토론장이 되도록 결코 내버려두지 않겠다"고도 단호하게 밝혔다.

결국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대변인을 통해 사과 성명을 내기에 이르렀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성명에서 "오늘 아침 내가 기자회견에서 한 말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혔다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반 유태주의자가 아니고 어떤 식으로든 인종적으로 편견에 사로잡혀있지 않으며, 나치가 아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칸국제영화제 측은 라스 폰 트리에 감독에 대해 사실상 영화제 금지 조처를 내렸다.

하지만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라스 폰 트리에의 '멜랑콜리아'는 이번 영화제 경쟁 부문에 가장 유력한 황금종려상 후보 중 하나로 꼽히고 있어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경쟁 부문 심사위원들이 영화제 측의 결정과 관계없이 라스 폰 트리에에 팔메도르(황금종려상)를 안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라스 폰 트리에는 수상을 하더라도 시상식에는 입장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생길 수 있다.

과연 올해 칸영화제에 뜨거운 감자인 라스 폰 트리에 감독에 어떤 운명이 찾아올지, 22일 시상식에 세계 영화인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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