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사' 유인나 "세리가 제일 불쌍해요"(인터뷰)

드라마 '최고의 사랑'의 강세리 역 유인나 인터뷰

김현록 기자  |  2011.06.10 10:39
유인나 ⓒ임성균 기자
"세리가 제일 불쌍해요!"

인기 절정인 MBC 수목드라마 '최고의 사랑'(극본 홍정은 홍미란·연출 박홍균 이동윤) 유일의 악녀 세리. 걸그룹 출신의 톱스타 세리를 연기하고 있는 유인나(29)는 행복하고도 힘겹다. 드라마에 쏟아지는 사랑에 즐거운 반면, 독고진(차승원 분)과는 사랑없는 계약연애를 하면서 외롭게 윤필주(윤계상 분)를 짝사랑하는 세리를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2009년 '지붕뚫고 하이킥'의 사랑스러운 가수 지망생 인나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콕 찍은 지 만 2년. 유인나는 드라마 '시크릿가든'과 영화 '마이 블랙 미니드레스'를 거쳐 주연급 스타로 발돋움했다. 밝고 깜찍한 모습으로 늘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았던 그녀에게 '최고의 사랑'의 얄미운 악녀 세리는 도전이자 숙제였다. 박홍균 PD는 그녀에게 절대로 귀여운 말투를 쓰지 말라는 엄명을 내렸다. 트레이드마크를 버린 그녀의 도전. 유인나는 "세리를 지켜봐달라"면서도 "미우시면 미워하셔도 괜찮다"고 웃음지었다.

카메라 밖의 유인나는 도도한 강세리가 아니라 여전히 밝고 사랑스러운 배우 유인나였다.

-처음으로 악녀 연기에 도전했다.
▶마냥 못된 악녀만은 아니지 않나. 그래서 사실 고민이 많다. 감정선이 복잡한데도 제가 많이 보여지고 세리 이야기가 많은 게 아니라서 일단 무엇보다 고민이 많다. 주위에서 반응은 정말 얄밉다더라. 인터넷 보면 얄밉다는 반응이 많다. '유인나가 싫어지네' 그런 글도 있다. 마음이 아프기도 한데 한편으로는 어차피 캐릭터일 뿐이니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드라마가 끝나면 미운 감정은 잊어주시지 않을까.

-지금까지는 사랑받는 연기만 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맞다. 이런 적이 없었다. 항상 모든 분이 아군이었다. 모두 긍정적으로 봐 주시고 예뻐해 주시고 칭찬해주시고 그랬는데 이번에는 이런 반응이 낯설다. 캐릭터이기 때문에 그런 걸로 속상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막상 닥치니까 또 그렇지 않더라. 세리도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는데 이게 안되나 하는 생각도 들고.

-사실 세리는 인기스타지만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캐릭터다.
▶진짜 세리가 제일 불쌍하다. 좀 잔인하다고 생각을 하는 게 세리가 MC를 맡은 프로그램에서 좋아하는 남자랑 미워하는 언니가 둘이 잘돼서 폭죽이 터지지 않나. 그때 가장 감정 이입이 많이 됐다. 그 때는 너무 비참하고 초라하고 불쌍하더라. 정말 불쌍하다. 혼자 치이기만 하고 진짜 좀 외롭다.

-진한 짝사랑 해본 경험은 없나?
▶중학교때 한 학년 위의 오빠를 좋아한 적이 있었다. 진짜 보고 그랬던 기억이 있는데 진하게는 아니고 유치한 짝사랑이었다. 사춘기 때는 마음 아픈 그런 사랑 해보고 싶지 않나.

-이후 세리의 뒷이야기도 공개되나?
▶아마 남은 횟수에서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이야기가 왜 그렇게 될지는 풀어지게 될 것 같다.

유인나 ⓒ임성균 기자
-독고진이냐 윤필주냐. 유인나에게 선택하라고 한다면?
▶저도 생각을 해봤다.(웃음) 그런데 아직은 결정을 못했다. 둘 다 너무 멋지니까. 사실 독고진은 제 스타일이 아니다. 그렇게 멋있고 만인의 사랑을 받는 사람은 안 좋아한다. 그런데 또 그렇게 멋있는 사람이 나만 보고 있으면 흔들릴 것 같고, 윤필주도 너무 예쁘다. 온실 속 화초 같은 사람이 사랑 앞에서는 남자다워지는 모습이 너무 멋지다. 아직 못 정했다. 꼭 정해야 되는 건 아니지만. (웃음) 아, 아니다 아니다. 그래도 윤필주!(웃음)

-실제 '한밤의 TV연예' MC이기도 하다. 유인나가 보는 세리의 진행능력은 어느 정도인지?
▶완전 꽝이다!(웃음) 현장에 가면 갑자기 큐시트가 나오고 진행하는 대사가 나온다. 그게 참 어마어마하다. 길기도 하고. 그렇다고 세리가 MC를 보는 건데 제 성향대로 MC를 못 보니까.

감독님이 저한테 요구하신 게 있다. 절대 귀여운 말투를 쓰지 말 것. 똑똑 부러지는 모습을 보여줄 것. 그래서 MC보는 것이 좀 이상하다. 현장에서는 잘했다고 하고 저도 괜찮은데 방송에서 보면 또 이상한 것 같다. 그렇다고 제가 강호동 유재석씨처럼 오버를 할 수가 없지 않나. 제발 '커플메이킹' 폐지됐으면 좋겠다고 한다.(웃음)

그런데 강세리 자체가 MC를 못 보는 애라고도 생각한다. 국보소녀 시절엔 존재감 없다가 프로그램 하나 잘 만나 떠버린 애가 아닐까. 뭐든 썩 잘하는 애는 아닐 것 같다. 아, 사람들이 보기엔 왜이렇게 못해 할 수 있지만 어려운 일이더라.

-가장 힘들게 찍은 장면은?
▶아무래도 MC할 때 제일 힘든 것 같다.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는다. 또 왜냐면 배우인데 가서 갑자기 많은 대사를 쥐어주니까. 말을 저한테 맞게 못 만들고 읽어야 하니까 혼자 숨 쉴 부분 자르고 대본 체크를 하다보면 너무 힘들다. 또 나름대로는 어느 부분에 제 얼굴이 쓰일지 모르니까 가급적 외우려고 하고. 정작 방송에선 목소리만 나오니까 힘들다.

-라면 장면은 어땠나?
▶라면 장면은 컵라면 8개를 먹고 마무리됐다.(웃음) 처음엔 맛있기도 하고 실제로도 맛있게 먹는 장면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다 먹었다. 그런데 나중엔 넘어가지가 않아서 뱉어가면서 찍었다. 어우 나중엔 정말∼ 대단했다.

-걸그룹 멤버로서도 촬영을 했는데 출중한 사람은 누구였나?
▶아무래도 제니(이희진 분) 언니가 역시 걸그룹 느낌이 나더라. 베이비복스 출신이시지 않나. 역시 걸그룹은 달랐다. 배슬기씨도 잘했다. 춤도 노래도 연기도 다 잘 하는 것 같고. 저랑 효진 언니 둘만 어려워했다. 서로 위안을 삼았다.(웃음)

-데뷔 전엔 가수가 꿈이었다. 간접적으로나마 꿈을 이뤄보니 어땠나.
▶걸그룹이라는 게 되게 힘들 것 같더라. 그런데 또래 여자아이들끼리 함께한다는 건 좋을 것 같다. 배우는 혼자이지 않나. 연기를 해도 내 책임이고 그 무엇도 내가 책임져야 하는 혼자만의 고충이 있는데 그룹이 함께하면 서로 믿고 의지할 것 같다. 촬영할 때도 수다떨고 재미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래도 매번 훈련을 받는 건 힘들다. 그것도 짧은 시간에 보여줘야 하니까. 아무나 하는 건 아닌 것 같더라.

-다른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너무 좋다. 효진 언니랑은 많이 붙지 않아서 아쉬운데 언니랑 보기만 해도 서로 웃음이 나와서 계속 NG가 난다. 서로 웃어서 NG를 너무 많이 냈다. 누구를 탓할 것도 없다. 언니랑은 만나면 너무 즐겁고 편안하게 잘하는 것 같고. 차승원 선배님도 평소에 재밌다. 워낙에 재밌고 농담도 재밌고 해서 현장 분위기 재밌어진다. 필주 오빠(윤계상 분)는 조언도 많이 해주고 연기자로서의 고민을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상대다. 오빠가 진짜 힘이 된다.

-혹시 계약연예라도 해보고 싶은 사람은 없나?
▶절대 싫다. 연기인데도 너무너무 외롭다. 그게 참 마음 아픈 일이더라. 연기할 때라도 그렇게 싸늘한 독고진의 모습을 보면 너무 속상하다. 남들은 우리가 서로 좋아하는 줄 알지만 우리 관계는 끝났다는 게. 진짜 사랑받는 거 아니면 절대 안 할 거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그러겠나. 이미지를 좋게 하겠다고 거짓말을 한다는 건 슬픈 현실이다.

-유인나로서 시청자에게 세리를 당부한다면?
▶세리가 1차원적인 사람이다. 순수하고 못됐다. 어린애 같은 심보랄까. 중대한 계략이 있거나 무시무시한 마음이 있어서가 아니다. 애정(공효진 분) 언니를 질투하고 싫어하는 것도 예전에 못나가던 시절에 나를 챙겨주지 않아서 미움이 쌓여 행동하는 거다. 가만히 봐주셨으면 좋겠다. 세리가 나쁘지만은 않다는 걸 알게 되실 것 같다. 정 미우면 미워해주셔도 괜찮다. 연기니까. 실제가 아니니까. 세리가 미음 받아야 재밌을 수도 있으니까. 차라리 완전 미움받게 하는 건 어떨까 말씀드린 적도 있는데 세리는 경계에 있는 것 같다. 완전히 미움을 받지도 않고 불쌍하기도 하고. 아! 세리가 불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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