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우리들의 일밤' '나는 가수다'에서 이소라의 편곡자이자 자문위원으로 맹활약한 뮤지션 이승환을 만났다. 그는 지난 방송에서 아쉽게 탈락한 이소라를 비롯해 모든 가수들에게 공을 돌리며 "그래서 그들이 진정한 가수"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지금까지 '나는 가수다'에서 가장 인상적인 무대가 있었다면?
▶김건모씨의 마지막 무대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앞으로도 바뀌기 힘들 것 같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건모 형이 그러는 것 처음 봤다. 인생에서 겪는 몇 번의 큰 일, 그 중의 하나를 지켜보는 기분이랄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공공 매체에서 너무 당당하게 보이는 모습, 약간 건방지게 보일 수 있는 모습이 나올 때 받아들여지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아티스트는 아티스트대로의 느낌이 있는 건데, 매체를 통해 보여주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이소라 또한 그런 점에서 어려움을 겪었을 텐데.
▶그래서 더 당황하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뜨거운 관심 속에 적나라하게 노출되면서 뭔가를 한 것이 너무 오랜만인 거다.
좋은 취지였으니까 이정도의 파장을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프라임시간대 자기만의 색을 가진 가수들이 모여서 음악을 들려주고 공감대를 얻자, 댄스 일변도의 음악에 활기를 불어넣자 했고 또 오케이 했는데 이정도의 후폭풍은 다른 가수들도 아마 생각하지 못했을 거다. 처음에는 모두들 이게 성공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다.
-'나는 가수다'의 자문위원이자 편곡자이기도 했다. 어느 쪽이 더 힘든가.
▶편곡자가 훨씬 힘들다. 가수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한 번 해놓고 '이렇게 쭉 가자' 이게 아니라 점점 신경이 곤두서서 가수면 가수 편곡자면 편곡자 대로 내내 엎고 또 엎는 일이 생긴다. 1주일에 몇 번을 뒤집어 엎는다. 스트레스가 1주일 내내 장난이 아니다. 일산이 이렇게 버거운 곳이었나 싶다. 일산 MBC로 녹화하러 가는 날이면 자동차 속도가 점점 느려진다. 처음에는 붕 밟았다가 70km, 60km…. (웃음)
-녹화 분위기도 살벌할 것 같다.
▶녹화하는 날 가면 전체적으로 긴장이 돼 있으니까 다 힘들어 한다. 가수도 당연하고 스태프도 그렇고. 연주자도 그렇고.
-한양대 실용음악과 교수이기도 하다.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있다면?
▶학교에서는 무서운 교수라…(웃음) 외적인 데 대해서는 이야기를 많이 안한다. 편곡한 노래가 6등하면 '6등 교수님 오셨네요' 그런다. 기타 전공하는 애들이 '작곡 전공인데 기타도 치세요. 기타 가르쳐 주세요' 기타 전공 애들이 그러는 순간엔 곤혹스럽다.
-'나는 가수다'가 뮤지션으로서 스스로에게도 자극이 되는지.
▶자극이 된다. 지금은 뭔가 에너제틱하게 하기보다는 제 음악적인 그림과 다르더라도 강한 편곡을 계속해야 하는 시점이었는데 본의 아니게 편곡자 역할을 그만두게 돼서 아쉽기도 하고 다행이기도 하다.
-아쉬운 점도 있지만 '나는 가수다'의 긍정적인 면 또한 크지 않나.
▶물론이다. 이미 드러난 부분이 많다. 어찌됐든 그 시간대에 노래가 또 가수가 큰 이슈가 돼서 국민들이 즐기고 감동할 부분이 생겼다는 점이 가장 크게 평가할 만하다. 깜짝 놀란 건 정말 일반 음악에 관련되지 않은 일반인들이 시청자들이 가끔씩 저한테도 굉장히 전문적인 음악평을 해 올 때다. 이번 편곡은 어떻고, 보이스 컬러와의 어울림은 어떻고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저런 것까지 관심을 두면서 듣는구나', '이렇게 관심이 컸구나' 새삼 느낀다. 그리고 그 분들이 음악을 몹시 사랑한다는 걸 느끼게 돼 좋다.
-평가, 탈락에 대한 우려는 처음부터 있었다.
▶염려스러운 건 즐기는 음악이 될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이다. 이 프로그램이 음악에 대한 관심, 음악을 즐기는 것을 원했는데 음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평가를 위해서 듣는 것이 아닌데 평가가 되어진다는 것이 우려된다. 가슴으로 음악을 듣는 대신 머리로 판단해서 점수로 숫자로 판단하게 되는 것이 생기니까. 염려스러운 부분이다.
-'나는 가수다'와 관련해 꼭 덧붙이고 싶은 것이 있다면.
▶'나는 가수다'를 거쳐서 간 가수들한테 찬사를 보내고 싶다. 너무나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 와중에서도 최대한을 뽑아내기 위해서 일주일 내내 고민을 한다. 자문위원 뿐 아니라 스태프로 편곡 일을 해 오면서 곁에서 지켜봤지만 그 모든 것을 이겨내고 무대에 서는 자기 걸 표출한 가수들을 보며 늘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진정, 그들이 그래서 가수구나 싶다.
-뮤지션으로서 앨범 준비는 어떻게 돼 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10월달 정도에 '스토리' 2집이 나올 것 같다. 곡은 반 정도 썼고, 녹음은 9월 쯤이 될 거다. 참여하는 가수들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다. 예전보다 인터넷 등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매체가 다양해져서 음악적인 색깔을 보여주는 게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더 내추럴하고 조금 은 어려울 수 있지만 더 음악적이고 아티스트적인 분위기로 갈 것 같다. 10년 만에 나오는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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