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가 만약 생방송이라면?

[이수연의 클릭!방송계]

이수연 ,   |  2011.06.20 08:18
요즘 ‘나는 가수다’ 프로그램은 오지랖 넓은 스포일러 덕분에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제작진들이 시청자들과 기자들에게 ‘스포일러 이제 그만~’하며 부탁했지만 그래도 별 소용없다. 좋게 해석하자면, 이미 너무나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집중이 되다보니 그럴 수밖에.

그래서 다른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처럼 ‘생방송’으로 전환하면 어떠냐는 질문을 제작진에게 했다고 한다.

대답은 No! 이유는 가수들의 사전 인터뷰는 감동이 배가 되기 때문이라며,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 했다는데... 그렇담 정말 생방송은 초가삼간을 태우는 게 맞는 것일까? 내가 ‘나가수’ 제작진은 아니지만, 방송작가라는 직업병상 혼자서 괜히(?) 고민해봤다.

◆ ‘생방송’의 장점은?

뭐, 다들 알다시피 스포일러는 없어질 것이다. 마지막까지 누가 우승자이고 누가 탈락자일지 손에 땀을 쥐며 시청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그러니 이번 방송에서 옥주현이나 김동욱의 공연이 중단되었던 실수들 또한 이러쿵 저러쿵 하는 잡음들이 생길 일이 없다.

또 프로그램이 인기 있다보니까 현재 청중 평가단 신청자가 줄줄이 대기 중이라고 한다. 이건 단순히 투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현장의 감동을 느끼기 위해서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 참여할 수 없는 안타까움을 시청자 투표로 조금은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 반대로 단점은?

제작진이 인터뷰했듯이 지금처럼 가수들이 자신이 부를 노래에 대한 사전 인터뷰나 노래를 막 끝낸 직후의 소감들을 내보내기 어려울 것이다. 또 전국민 투표를 하다보면 청중평가단이 느끼는 현장의 감동으로 투표가 되기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들을 지지하게 되는 인기투표 위주로 흘러갈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건 장점일지 단점일지는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이번 김동욱의 경우처럼 자신 스스로 탈퇴(?)하는 건 생방송에선 쉽게 할 수 없을 것이다. 생방송은 1분 1초도 우습게 보면 안 되고 정확해야하기 때문에 원래 규정에 없던 룰을 갑자기 제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살펴보니 ‘생방송’으로 할 경우에 장단점이 다 있는데, 그렇담, 두 개를 잘 접목할 수는 없을까?

‘나가수’가 처음 시작할 때는 단 한 번의 경연으로 탈락자가 결정되었었다. 하지만, 한 달 후 두 번 공연 합산으로 탈락자를 결정하는 룰로 재정비되면서 보기에 좀 편안해졌다. 이미 프로인 가수들을 단 한 번 공연으로 칼로 무 자르듯 잘라(?) 버린다는 게 보기에 좀 불편한 점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걸 감안해서 두 번의 공연 중에 한 번은 지금처럼 녹화로, 탈락자가 결정되는 때는 생방송으로 한다면 어떨까?

또 하나. 사전 인터뷰 부분은 공연 시작 전에 미리 해 놓는다면? 물론 공연 당일 날은 가수들이 긴장해서 인터뷰하기 힘들테니, 제작진이 미리 연습실에 찾아가서 해야겠지만 말이다. 또 시청자 투표까지 합산하면 인기투표로 전락해버릴 위험이 있으니까 현장에 있는 청중 평가단에게만 투표를 시킨다면? 생방송으로 한다면 투표방식도 기계적인 장치를 쓰면서 좀 손봐야하겠지만 말이다.

물론 결과를 알아도 재미있게 보는 시청자들도 많고, 인터넷을 즐기지 않는 분들 역시 결과에 상관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포일러’가 극성(?)이니 한 번 생각해봤다.
<이수연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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