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석점유율 1위 '암탉'·12위 '7광구', 관객차이 왜?

전형화 기자  |  2011.08.09 08:59


극장가에 좌석점유율과 흥행 수치가 상당한 차이가 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9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8일 '7광구'는 14만 2612명을 동원해 누적 150만 3616명으로 1위를 기록했다. 2위는 이날 7만 6774명을 기록한 '퀵'이, 3위는 6만 5054명을 기록한 '고지전'이 차지했다.

한국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은 이날 3만 4098명을 동원해 누적 91만 6605명으로 4위를 기록했다.

관객수를 놓고 보면 '7광구'가 압도적인 스코어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퀵'과 '고지전' 등 100억원 이상 투입된 한국 블록버스터 3인방이 박스오피스를 점령하고 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정은 좀 다르다.

8일 좌석점유율을 살펴보면 '마당을 나온 암탉'이 52.03%로 1위를 차지했으며, '고지전'은 46.12%로 3위를, '퀵'은 45.54%로 4위에 올랐다. 박스오피스 1위인 '7광구'는 37.24%로 좌석점유율 12위에 그쳤다. 극장에 절반 이상 관객이 들어찬 영화보다 3분의 1정도만 찬 영화가 박스오피스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스크린 수 차이 때문이다.

'7광구'는 8일 741개 스크린에서 상영됐다. '퀵'은 382개, '고지전'은 362개, '마당을 나온 암탉'은 289개 스크린에서 관객과 만났다. '7광구'와 '마당을 나온 암탉' 스크린 수는 2배 이상이 넘는다.

좌석 수 차이는 더욱 크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48만 4889개에서 상영된 반면 '7광구'는 310만 7717개에서 상영됐다. 좌석수 차이는 7배가 넘는다.

좌석점유율 1위 영화가 12위 영화보다 관객숫자가 적은 까닭은 배급사의 물량공세와 극장의 상영회차 조정 탓이 크다. '7광구'는 CJ E&M의 물량공세로 첫 주 900개 가까운 스크린에서 조조부터 심야까지 8회 이상 상영됐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300개 남짓한 스크린에서 시작했다. 아이들이 찾는 애니메이션이란 이유로 오전에 상영되고 황금시간대인 오후에는 상영되지 않고 있다.

좌석점유율은 스크린수가 적을수록 높아지는 경우도 있다. 독립영화의 경우 스크린수는 적어도 충성도가 높은 마니아층이 찾아 점유율이 높은 경우가 더러 있다. 아이들이 찾는 애니메이션도 그런 경향이 있다. 8일 '명탐정 코난:침묵의 15분'도 51.76 %로 2위를 차지했다.

그럼에도 현재 상황은 아쉬움이 남는다.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스크린을 독식하면서 다른 영화들을 보려고 해도 볼 수 없는 상황과 맞물려있기 때문이다.

한 영화 제작자는 "'마당을 나온 암탉'이 '7광구'보다 더 좋은 영화란 소리는 아니다. 투입된 자금 차이도 있는 만큼 스크린수 차이가 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면서도 "관객의 선의만 믿고 기다리기에는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너무 심각하다"고 개탄했다. 좋은 영화는 된다는 믿음을 갖기에는 시스템이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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