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100억 영화 결산..4인방 명과 암①

[★리포트]

전형화 기자  |  2011.08.31 11:20

극장가 최대 성수기인 여름 시장이 막을 내렸다. 휴가철은 끝났고, 학교는 개학을 맞았다. 올 여름 전쟁에 참여했던 각 투자 배급사,제작사들은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반성도 있고, 미래도 봤다.

'7광구' '퀵' '고지전' '최종병기 활' 등 올 여름을 장식했던 한국영화 100억 4인방의 명암을 결산한다.

#'7광구': 시작은 창대했으나 결과는 미미..3D 가능성은 입증

'7광구'는 31일 3개 스크린에서 상영 중이다. 사실상 상영이 종료됐다. 지난 4일 개봉해 28일만에 무대에서 내려온 셈이다. 영진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30일 관객수는 단 10명이다. 30일까지 누적관객수는 223만 8429명이다. 100억 4인방 중 가장 관객이 적다.

'7광구'는 기획부터 상당한 기대를 모았다. '해운대' 윤제균 감독이 제작하고, '화려한 휴가' 김지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으며, '해운대' CG를 해낸 모펙이 참여했다. 하지원 등 출연진도 화려했다. 본격적인 국내 3D 블록버스터란 점은 해외 46개국에 판권이 팔리면서 더욱 기대를 높혔다.

막상 뚜껑을 열자 결과는 참담했다. 4일 733개 스크린에서 시작해 6일 최대 812개까지 스크린을 늘렸다. 관객 역시 첫날 20만 1024명으로 출발, 3일만에 100만 관객을 모았다.

하지만 이야기의 허점과 빈약한 캐릭터 등에 대한 소문이 돌면서 관객이 차츰 줄어들었다. 6일 46만 7717명을 찾은 것을 정점으로 관객이 계속 줄어들었다.

CJ E&M은 3D 상영관을 확보하기 위해 자사가 투자 배급한 '퀵'과 2주 차이 밖에 두지 않고 '7광구'를 개봉할 만큼 공을 들였다. 올 여름 유례없이 100억 영화 두 편을 개봉시킨 CJ E&M은 뼈아픈 수업료를 냈다. '7광구' 흥행저조는 CJ E&M이 투자할 계획이었던 대형 블록버스터들에게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내부적으로 전열을 가다듬는 눈치다.

그럼에도 '7광구'는 한국형 3D블록버스터의 가능성을 열어줬다는 점은 인정받을 듯 하다. 김용화 감독의 '미스터 고'를 비롯해 현재 기획 중인 3D영화들에 길을 터줬으며, 반면교사 역할도 했다.

#'퀵' vs '고지전': 관객이 찾는 오락영화에 대한 질문

'퀵'과 '고지전'은 100억 영화 맞대결이란 점에서 개봉부터 이목이 쏠렸다. 7월20일 나란히 개봉한 두 영화는 여러모로 비교됐다. 메이저 투자배급사인 CJ E&M과 쇼박스의 대결, 100억원 가량 제작비, CJ E&M과 윤제균사단의 합작에 대응한 쇼박스 진영의 야심찬 계획 등등 영화계 안팎이 주목했다.

무엇보다 '퀵'과 '고지전'은 상업영화로 지향점이 두드러지게 달랐다. '퀵'은 정해진 시간 안에 폭탄을 배달하지 못하면 죽는다는 설정으로 시작한 도심 질주 액션영화다. 진지함 대신 시종일관 유쾌함으로 승부했다. 이민기 강예원 김인권 등 '해운대' 젊은 3인방과 '해운대' 제작진이 참여했다.

반면 '고지전'은 한국전쟁 당시 휴전을 앞두고 남과 북이 첨예하게 대치한 상황에서 벌어진 젊은이들의 고뇌를 그렸다. '영화는 영화다' '의형제'로 충무로 샛별로 떠오른 장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휴머니즘에 방점을 찍으면서 전쟁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상업적으로 풀었다.

그 점에서 관객의 반응이 갈렸다. 초반에는 '고지전'이 '퀵'에 앞섰다. 그러나 점점 관객들은 '고지전'보단 '퀵'을 찾기 시작했다. 결과는 30일까지 '퀵'이 311만명을, '고지전'이 294만명을 모아 '퀵'이 우세승을 거뒀다. 특히 '퀵'은 지방관객과 10대,20대 초반 관객이 많이 찾았다. 진지함보단 유쾌함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영화 모두 손익분기점은 넘지 못했다. 아슬아슬하게 손익분기점을 맞출 것으로 보이는 '퀵'보다 '고지전' 손실이 더 크다. 두 영화 승패는 영화인들에 많은 생각할 거리를 안겼다. 두 영화는 관객 연령대는 같지만 성향이 달랐다. 비슷하게 관객이 들었다는 것은 진지함과 유쾌함을 찾는 관객 양쪽이 분명히 있다는 뜻이다.

한 투자배급사 대표는 "관객 성향을 쫓기보단 이끌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퀵' '고지전'의 접점이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종병기 활': 최종승자..하지만 표절 논란

'최종병기 활'은 올 여름 극장가 최종승자가 됐다. 10일 개봉해 30일까지 457만명이 찾았다. 현재 기세는 추석까지 이어져 700만명은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최종병기 활'은 올 여름 100억 4인방 중 가장 인지도가 낮았다. 병조호란 때 청나라 군대에 끌려간 누이를 찾기 위한 조선 최고 궁수의 싸움이란 설정에 큰 매력은 없어 보였다. 괴물이 등장하고 오토바이가 질주하며 총알이 난무하는 여름 극장가에 활은 상대적으로 약해 보였다.

그런 탓에 '최종병기 활'은 알짜배기 여름 극장을 선점하지 못했다. 100억 영화 중 가장 늦은 8월10일 개봉했다. 여름 시장 절반을 포기한 것과 다름없었다.

하지만 결과는 딴 판이었다. 앞선 영화들에 대한 피로함이 '최종병기 활'에 대한 칭찬으로 몰렸다. 늦게 개봉한 게 오히려 약이 됐다. 서부극과 추격전을 절묘하게 시대상황에 녹인 완성도도 좋았다. 관객은 환호했다.

아쉬움은 남는다. 할리우드 영화 '아포칼립토'와 아이디어가 지나치게 닮았다는 것은 표절 논란을 일게 만들었다. 김한민 감독은 "'아포칼립토'에서 추격의 원형을 봤고 그 영화의 허무함을 이겨내고 싶었다"는 말로 표절 논란에 응수했다.

한국영화는 종종 표절시비에 휘말렸다. 아이디어 응용과 오마주, 표절은 엄연히 다른 문제다. 흥행에 실패하면 표절 논란도 조용히 넘어간다. 올 초 개봉한 '혈투'는 일본만화 '고백'을 표절했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영화 흥행이 저조해 이야기가 쏙 들어갔다. '최종병기 활'은 올 여름 최종승자로 기억에 남을 것이다. 그런 만큼 표절 논란에 정확한 입장을 밝혀야 할 필요가 있다. 승자의 의무다.

올 여름 100억 영화들은 명과 암이 뚜렷했다. 오히려 참신한 아이디어와 오랜 기획이 돋보인 30억 영화들이 선전했다. 한국 애니메이션 사상 처음으로 200만 돌파를 앞둔 '마당을 나온 암탉'과 '블라인드'의 성공이 반증이다.

이래저래 올 여름 한국영화들의 성적표는 많은 생각들을 남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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