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고수들이 몰려온다.
자타가 공인하는 연기 고수들이 새 작품을 통해 전면대결을 펼치는 것. 추석연휴가 끝나고 개봉하는 영화들 속에는 각각의 연기고수들이 사회고발, 웃음, 격정 스릴러 등에서 연기력을 발산했다.
#'칸의 여왕' 전도연 vs 연기9단 정재영..'카운트다운'
칸의 여왕 전도연과 연기 9단 정재영이 한 화면에서 맞붙는다. 29일 개봉하는 '카운트 다운'은 정재영과 전도연의 불꽃 튀는 매력 대결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카운트 다운'은 냉혹하게 살아가는 채권추심원이 간 이식을 받기 위해 감독에 있는 숨 쉬는 것마저 거짓말인 여자를 빼오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한동안 강우석 감독과 작품을 같이 하던 정재영은 이번 영화에서 자신만의 가치를 입증한다. 웃음기를 빼고 강렬한 에너지를 쏟는다. 칸의 여왕 전도연은 팜므파탈에 도전, 작가영화에서 상업영화까지 너른 행보를 입증한다. 서로를 이용하고 등을 치려하는 만큼 두 배우의 연기 대결은 현장에서 불꽃이 피었다.
전도연은 당초 '카운트 다운'에 다른 여배우가 주인공으로 거론됐지만 여왕의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고 선뜻 작품 출연에 동의했다. 뿐만 아니라 출연료 액수를 오랜만에 상업영화를 만드는 영화사 봄 오정완 대표를 돕기 위해 제작사에 일임해 주위를 감동시켰다는 후문이다.
#하정우, 장혁 그리고 박희순..신구 연기파들의 대결..'의뢰인'
29일 개봉하는 '의뢰인'은 신구 연기고수들의 숨 막히는 대결이 눈에 띈다. '의뢰인'은 2008년 독립영화 '약탈자들'로 영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긴 손영성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시신이 없는 살인현장에 유력한 범인으로 몰린 남편을 놓고 변호사와 검사가 벌이는 법정 대결을 그린다.
하정우 박희순 장혁 등 세 배우들이 신인감독의 가능성을 보고 도전한 작품이다.
하정우가 변호사, 박희순이 검사, 장혁이 범인 역을 맡았다. 유들유들한 하정우, 냉철한 박희순, 시한폭탄 같은 장혁이 한 프레임에서 벌이는 연기향연은 보는 재미를 느끼게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의뢰인'은 일찌감치 시나리오가 좋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많은 배우들이 눈독을 들인 작품이기도 하다.
하정우는 당초 '의뢰인'에 출연할 수 없는 일정이었다. 당시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찍는 일정이라 틈을 낼 수 없었다. '의뢰인' 시나리오를 무척 마음에 들어했던 그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티파니에서 아침을'이 촬영 중단되면서 '의뢰인'에 합류할 수 있게 됐다.
박희순은 색깔이 분명한 변호사와 범인 역에 비해 검사 역이 감정을 눌러야 해서 마지막까지 고민을 했다. 그래도 작품을 믿고 자신을 비우고 영화 출연을 결심했다. 장혁 역시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은 범인 역인데다 주연급만 맡았던 경력에도 불구하고 '의뢰인'에 선뜻 출연을 결심하는 용기를 발휘했다.
10월6일 선보이는 '투혼'은 김주혁과 김선아, 김상진 감독의 용기가 돋보인다. '투혼'은 한 때 잘나갔던 투수가 사고뭉치로 전락했다가 아내가 죽을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 개심한다는 이야기.
김주혁은 왼손잡이인데도 오른손 투수 역을 맡아 어깨가 빠지도록 열정을 쏟았다. 김주혁은 촬영 당시 어깨 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겨울에 왼손잡이가 오른손으로 공을 던진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김주혁은 글자 그대로 투혼을 발휘했다.
김주혁은 부드러움과 까칠함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연기파 배우. 그는 이 영화에서 바람을 피우다 마누라에게 걸려도 '니 탓이라'고 뻔뻔하게 이야기한다. 그러다 아내가 죽을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 팔이 빠져라 공을 던진다.
김선아는 두 번 죽는다. 11일 종영한 SBS 드라마 '여인의 향기'에서 김선아는 담낭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다. 비록 희망적인 결말로 끝맺지만 그녀는 죽음의 그림자를 드린 채 연기를 펼쳤다.
'투혼'에서 김선아는 죽는다. 한 때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웬수도 그런 웬수가 없는' 남편 때문에 마음 고생을 톡톡히 한다. 그 때문일까. 김선아는 '투혼'에서도 암에 걸린다. 웃음에서 눈물까지, 김선아의 마지막은 영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공유·정유미, 진정을 끌어안다..'도가니'
22일 개봉하는 '도가니'는 공유의 용감한 도전이다.
공지영 소설을 원작으로 한 '도가니'는 한 청각장애인학교에서 2000년부터 5년간 교장과 교사들이 학생들을 상대로 비인간적인 성폭력과 학대를 저지른 실화를 영화로 옮겼다. 공유는 군 복무를 하는 동안 원작 '도가니'를 읽고 깊은 감명에 빠져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강한 욕심을 드러냈다.
실제 공유 소속사 NOA(현 판타지오)는 그의 뜻에 공감해 '도가니' 영화 판권을 구입, 영화 제작에 함께 뛰어들었다. 공유는 '도가니'에서 부드러운 남자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가시밭길을 걸었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현실에 용감하게 도전했지만 결국은 포기하는, 불편한 우리 시대의 단상으로 관객을 훌륭히 안내한다.
작품에서 산 고등어 마냥 팔짝팔짝 뛰어놀던 정유미에게 '도가니'는 역시 큰 도전이었다. 인권운동단체 구성원으로 닫힌 사회를 열려 한다. 그 결과 깨지고 부서지면서도 희망을 이야기한다. 정유미는 "배우로서 사람으로서 영화를 찍는 내내 치열하게 고민했다"고 말했다. '도가니'는 공유와 정유미, 그리고 황동혁 감독과 스태프, 투자자들의 치열한 고민이 낳은, 오랜만에 등장한 한국영화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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