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애씨'PD "막돼먹은 세상·인간 그렸다"②

하유진 기자  |  2011.09.23 07:14
'막돼먹은 영애씨' 정환석PDⓒtvN 제공


tvN 시즌제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이하 '영애씨')의 정환석PD가 돌아왔다. 처음 드라마를 기획하고 시즌4까지 제작했던 정PD가 다시 합류한 시즌9는 그간의 스토리를 담으면서도 그만의 색깔이 묻어 있었다.

정PD는 "처음 '영애씨'를 다큐드라마로 기획했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영애씨' 시즌1은 페이크다큐 형식을 도입한 다소 생소한 장르였다. 드라마 중간에 이영애(김현숙 분)의 인터뷰가 삽입되고 현실과 드라마를 넘나드는 장면이 삽입돼 생경했다. 덕분에 지금처럼 안정적인 포맷으로 자리잡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정PD는 "처음에는 다큐드라마라는 장르로 충격을 던지기 위해서 전혀 볼 수 없는 방식을 집어넣었다. 하지만 본질은 드라마기 때문에, 드라마가 갖고 있는 형식적인 면을 완전히 무시할 순 없었다"라고 고민의 흔적을 드러냈다.

시즌9는 첫 회부터 그의 색깔이 묻어났다. 혁규(고세원 분)와 영채(정다혜 분)가 창업을 위해 시장조사를 나선 장면에서 실제 창업자가 등장한 것. 순간 "정PD가 돌아왔구나!" 싶었다.

정PD는 "다시 새로운 시도를 했다. 시즌 7~8은 일반 멜로드라마의 궤석을 밟았기 때문에 파혼으로 일단락됐다. 시즌9에서 갑자기 러브라인이 생기는 건 어려울 것 같고 빈틈을 예전 같은 느낌으로 살리려 했다. 하지만 러브라인을 완전히 없앨 순 없다"라고 말했다.

'영애씨'가 처음 인기를 끈 건 '막돼먹은 영애씨'가 주는 묘한 재미 덕분도 있다. '돼'자가 들어가서 우습기도 하다. 내가 아는 지인은 "'막 돼지처럼 먹은 영애씨'의 준말일 거다"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내내 진지한 답변을 내놓던 정PD는 "막 돼지처럼 먹은"에서 폭소를 터뜨렸다. 그는 "이름은 산소 같은 여자와의 이미지 충돌을 위해 이영애로 잡았고, 아이디어 회의를 하던 중 '막돼먹었냐' 라는 얘기를 딱 듣고 이거다 싶었다. '돼'라는 글자가 갖고 있는 느낌도 있다. 막돼먹은 세상, 막돼먹은 인간에 대해 그리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정PD는 시즌9에서 가장 신경쓴 점을 캐릭터로 꼽았다. 수년에 걸쳐 쌓인 캐릭터에 이제 변화를 줄 때가 됐다는 것.

그는 "시즌9는 새로운 출발점, 전환점을 맞게 되는 상황으로 잡았다. 영애는 파혼 경험까지 있는 새 출발이고, 부모는 전원에서의 새로운 삶이다. 지원과 서현은 부모로서의 새출발, 사장은 돌싱으로의 새출발, 혁규도 사장으로 새출발. 각자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라고 설명했다.

당분간 이영애의 사랑은 찾아보기 어려울 듯 했다. 러브라인이 빠지니 재미가 덜 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살아가야 할 이영애를 생각하면 파혼의 아픔은 그리 쉽사리 가시는 게 아니니 '현실적인 전개구나'하고 고개가 끄덕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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