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간 해운대를 뜨겁게 달군 아시아 최대영화 축제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14일 폐막한다.
이날 오후7시20분 부산 해운대 영화의 전당에서 장진 감독과 류현경의 사회로 진행되는 폐막식에는 뉴커런츠상, 플래쉬 포워드상, 선재상, BIFF 메세나상 등 주요부문 수상식이 치러진다.
폐막작으론 하라다 마사토 감독의 '내 어머니의 연대기'가 상영돼 4000여 관객들을 가을밤 정취에 빠져들게 할 예정이다.
지난 6일 막을 올린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예정보다 일찍 개관된 영화의 전당 운영 때문에 다소 문제는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성공적이었다. 영화제의 상징이 된 영화의 전당은 거대하고 장엄한 외용으로 영화제를 찾은 국내외 게스트와 관객들을 감탄시켰다.
다만 영화제 개막을 일주일 앞두고 개관식을 갖는 등 촉박한 일정 탓에 새집증후군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생해야 했다. 영화의 전당에서 디지털 파일을 송출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복숭아 나무' '달빛 길어올리기' '자두치킨' 등이 영사사고를 겪었다. 편의시설이 부족한 것도 지적 대상이다. 이 같은 문제는 올해 영화제를 치른 경험으로 내년에 보다 알찬 준비를 하는 데 밑거름이 될 것 같다.
영화제 내실은 탄탄했다. 70개국 307편이 상영된 올해 부산영화제는 관객수가 19만여명에 달해 지난해보다 관객수는 늘어나는 등 호응도가 높았다. 영화제 운영도 안정적으로 진행됐다,
개막작 '오직 그대만'을 비롯해 송혜교 주연 '오늘', 김기덕 감독의 '아멘', 구혜선 감독의 '복숭아 나무' 등이 조기 매진됐다.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선정된 '무협' '더 레이디' 등도 예매율과 현장 판매에서 인기가 높았다. 뉴 커런츠 부문에 초청된 '거울은 거짓말 하지 않는다' '가시'를 비롯해 '멜랑콜리아' '레스트리스' '파우스트' '노벨상 메달도둑' '마이 백 페이지' '미츠코, 출산하다' '인세퍼러블' '자두키친' 등도 매진 행렬에 동참했다.
개막식 때 오인혜의 파격노출로 화제를 모은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과 정지영 감독의 '부러진 화살'은 뒤늦게 화제를 모으며 관객들의 호응을 샀다. 비젼 부문에 초청된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은 이번 영화제 최고 수확이라 불릴 만큼 많은 관객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돼지의 왕'은 넷펙생과 한국영화감독조합상 감독상, 무비꼴라쥬상을 수상해 3관왕에 올랐다.
아시안필름마켓도 성황을 이뤘다. 올해는 그동안 별도로 개최됐던 아시아프로젝트마켓(APM)과 아시아필름마켓(AFM), 부산국제필름커미션 영화산업박람회(BIFCOM) 등이 부산전시컨벤션센터인 벡스코에서 동시에 개최해 프로젝트 투자, 제작기술 협의, 완성작품 매매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실시했다. 그 탓인지 참가자가 39%, 세일즈 부스도 67% 이상 대폭 증가했다.
마켓 스크리닝도 지난해 39개 작품에서 60개 작품 그리고 47회에서 64회 상영으로 증가, 매년 4개관으로 운영되던 극장을 올해 6개관으로 확대 운영했다. 바야흐로 아시안필름마켓이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필름마켓으로 부상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된 것이다.
성과도 좋았다. '마당을 나온 암탉'이 포르투갈과 러시아, 인도네시아에 판매된 것을 비롯해 '풍산개'와 '파란만장' 등이 일본에 판매됐다. 한중일 합작영화 '마이웨이'를 비롯해 '완득이' '뻔뻔한 로맨스' 등이 드라마 '성균관스캔들'의 영향으로 아시아권에서 문의가 쇄도했다.
SM, YG, JYP, 키이스트 등의 국내 유명 기획사들이 참여한 탤런트 미팅은 중국 최대 영화사 화이 브라더스와 협약을 맺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KPIF 프로젝트 피칭에서는 '감금출제호텔'이 최고 피칭상을 수상했다. 또 올해 부산에선 '괴물' 3D가 상영되는 등 3D영화에 대한 논의도 예년보다 더욱 뜨거웠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그동안 진두지휘했던 김동호 위원장이 물러나고 이용관 위원장 체제를 처음 맞으면서 새로움을 예고했다. 염원했던 영화의 전당 시대도 열렸다.
그런 만큼 앞으로 부산영화제가 어떻게 변할지 방향점을 시사했다. 그동안 영화제의 중심이었던 해운대는 올해를 기점으로 내년부터 영화의 전당으로 완전히 바뀔 것으로 보인다. 영화의 전당 개막은 그동안 국내 최대 영화제였던 부산영화제를 메가영화제로 업그레이드시켰다. 메가영화제가 되면 돈과 영화,지원이 몰리게 된다.
부산영화제의 독주 체제는 더욱 공고화되고 나머지 국내영화제들은 군소영화제로 전락할 위기의 시대가 열릴 수 있다. 부산을 제외한 전주,부천,제천 등 다른 영화제들이 보다 특색을 발휘해야 생존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중국영화에 대한 러브콜도 한층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영화시장이 급부상하고 있는 만큼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 영화와 영화인, 중국 관광객까지 끌어 모으는 전략을 세울 전망이다. 전양준 부산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은 "아시아 최대 영화제로 부상한 만큼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영화를 담을 수 있는 노력이 앞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영화제는 영화인들의 사회참여 의지를 보여준 해로도 기억될 것 같다. 개막식에 김꽃비를 비롯해 김조광수 청년필름 대표, 여균동 감독 등이 한진중공업 사태와 제주도 강정마을을 기억하라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영화제 기간 부산을 찾은 희망버스에 수많은 영화인들이 동참하기도 했다. 좌우를 떠나 상식과 비상식의 시대를 맞아 영화인들이 의식 있는 행동을 보인 것이다.
원로영화인과 중견영화인들도 한 자리에 모였다. 회고전을 연 김기덕 감독을 비롯해 정지영 박철수 감독이 신작을 선보였고, 이장호 감독 등과 모여 젊은 관객들을 맞았다.
가짜 기자소동, 지각 사태 등 일부 미진한 부분은 있었지만 가지가 많은 나무에는 바람 잘 날이 없는 법. 올해 BIFF는 웰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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