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6회 부산국제영화제가 14일 화려한 폐막을 앞뒀다. 이 기간 중 수많은 스타들이 부산을 달궜다. 그중에서도 가장 빛났던 7명의 여인들을 꼽아봤다. 올해 부산영화제의 눈과 귀가 이들과 함께했다.
◆오인혜
그녀는 누가 뭐라해도 올해 영화제의 신데렐라였다. 지난 6일 열린 영화제 개막식. 그녀의 등장은 TV를 지켜보던 시청자들과 현장의 관객들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상체가 거의 드러나다시피 하는 강렬한 오렌지빛 드레스 차림의 그녀가 레드카펫 위에 올라섰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이같은 사람들의 놀람 따위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 발랄하고도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웃으며 자신의 첫 레드카펫을 소화했다. 그리고 이 무명의 여배우는 단숨에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오인혜는 김태식·박철수 감독의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과 박 감독의 '마스터클래스의 산책-미몽' 두 작품의 배우로 영화제를 찾았다. 이후 오인혜는 "사진 한 장이라도 나왔으면 해서" 웨딩샵에서 빌린 드레스를 직접 수선해 착용했을 뿐이라며 "야하긴 해도 이정도 논란이 될 줄은 몰랐다"고 밝혔다. 그녀 때문일까, 그녀의 작품 '붉은 바캉스와 검은 웨딩' 또한 영화제 내내 화제를 모았다.
◆양자경
올해 영화제에 소개된 '더 레이디'는 버마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아웅산 수지의 삶과 사랑을 그린 영화다. 국내에는 액션 영화 감독으로만 알려진 프랑스 감독 뤽 베송이 연출을 맡았다. 아웅산 수지를 직접 그려낸 이는, 우리에게 각종 무협 영화와 액션물로 널리 알려진 배우 양자경. 아웅산 수지는 노벨 평화상까지 받은 시대의 아이콘. 부담과 책임감을 동시에 지고 아웅산 수지를 연기한 양자경은 올해 영화제를 통해 자신이 어떠한 배우인가를 확실히 알렸다.
양자경은 이를 위해 버마어를 공부하고 피아노를 연습했다. "아웅산 수지 여사의 자유와 투쟁, 사랑을 그린 영화"라며 "지난해 12월 아웅산 여사가 가택 연금에서 풀려났을 때 만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나만 만날 수 있도록 허용돼 처음 만났다"며 "아웅산 여사가 굉장히 환영했고 따뜻하게 안아줬다"며 특별했던 감흥을 숨기지 않았다. 그녀는 "이런 영화를 만들기 위해선 용기를 내야 했다"며 관객들의 진심어린 지지를 당부했다.
◆구혜선
구혜선은 올해 영화제 기간 내내 가장 바쁘게 이곳 저곳을 누빈 여배우였다. 아니 감독이었다. 조승우 류덕환 남상미가 주연한 그녀의 두번째 장편 연출작 '복숭아 나무'가 정식 초청돼 부산을 찾은 그녀는 매 상영을 찾아 누비며 관객과 호흡하는 시간을 가졌다. 야외무대인사, 아주담담 등 상영장 밖에서의 호흡에도 열심이었다.
여기에는 가슴아픈 사연도 있다. '복숭아나무'가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될 예정이었던 7일, 뜻하지 않은 영사사고로 상영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관객과의 대화를 위해 현장에 있던 구혜선이 동분서주하며 양해를 구했지만 어쩌진 못했다. 이는 결국 환불소동으로 이어졌고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최악의 영사사고로 남았다. 어렵게 탄생시킨 작품을 고이 내보내려 했던 관객의 속이 편했을 리 없다. 부랴부랴 잡은 특별 상영에 참석했던 구혜선은 이후 모든 상영에 참석해 관객과의 대화를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덕분에 그녀의 부산 일정이 2박3일 더 늘어났다. 그러나 구혜선은 화사한 미소를 결코 잊지 않으며 프로답게 책임을 다했다. 부산영화제의 인상적인 풍경이었다.
◆탕웨이
탕웨이 한국 팬들에게 받은 사랑에 감사를 표했다. 그녀는 한국의 TV CF에 등장하고 있는 유일한 중국 여배우다. 그녀의 작품 중 국내에 제대로 소개된 것이 '색, 계', '만추' 등 두 편의 영화가 전부임을 감안하면 더 대단한 인기다. 그녀 또한 이 사실을 잘 안다. 탕웨이는 첫 기자회견에서 한국 팬들로부터 특별한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꼭 전해주셨으면 좋겠다"며 "저를 이토록 사랑해 주시는 한국 팬들에게 감사드린다"고 활짝 웃음을 지었다.
◆판빙빙
판빙빙은 두 편의 영화를 들고 올해 부산을 찾은 대표적 중국 스타다. 중국의 떠오르는 별로 각종 CF를 독식하며 칸 영화제 등 다른 국제 영화제에서도 주목받았던 그는 두 편의 신작에서 한국 감독과 호흡을 맞춰 올해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덕분에 개막식 레드카펫도 두 번을 밟았다. 곽재용 감독의 '양귀비' 팀, 강제규 감독의 '마이웨이'팀과 각각 함께였다. 판빙빙은 짧은 시간 안에 드레스도 두 번 갈아 입어 지켜보던 이들을 더욱 놀라게 했다.
바쁜 일정이었지만 그녀는 내내 에너제틱한 모습이었다. "한국에서 알려져 있다는데 느낌이 별로 없다"면서도 모든 질문에 성실하게 답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마이웨이'를 함께한 장동건, 오다기리 조에 대해서는 "너무 멋진 남자라 둘 중 하나를 고를 수가 없다"고 장난을 치며 친근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매 공식석상 마다 보여준 독특한 의상 또한 시선을 집중시켰다. 다만 7일 열린 '양귀비' 기자회견의 30분 지각사태는 옥에 티였다.
◆송혜교
송혜교는 명실상부한 아시아의 스타다. 그간 해외에서의 활동에 주력했던 그녀는 이정향 감독의 영화 '오늘' 개봉을 앞두고 국내 활동 재개를 알렸다. 드라마 '그들의 사는 세상' 이후 만 3년만의 일. 그녀의 복귀 무대가 된 부산국제영화제는 그래서 더욱 떠들썩했다.
'오늘'은 물론이고 왕가위 감독과 작업한 '일대종사'에도 큰 관심이 쏠렸다. 송혜교는 밝은 모습으로 그들 앞에 서서 궁금증에 답했다. 송혜교는 "왕가위 감독님에겐 인내를, 이정향 감독님에겐 사랑을 많이 느꼈다"며 "그동안 정적인 연기를 많이 했는데 왕가위 감독님과 작업할 때는 몸으로 표현하는 것을 많이 배웠다. 이정향 감독님에게는 얼굴을 이용해서 연기를 하는 것을 배웠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1박2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그녀는 함께한 이들과 부산의 밤을 즐기는 데도 인색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해운대 포장마차촌에서 술자리를 가졌다는 송혜교는 이후 그에대한 질문을 받고 "새벽 5시까지는 있었던 것 같다" 생긋 웃음을 지었다.
◆김꽃비
그녀의 레드카펫룩은 오인혜의 파격적인 노출 드레스만큼 깊은 인상을 남겼다. '똥파리'로 잘 알려진 배우 김꽃비. 그녀는 지난 6일 여균동 감독, 김조광수 청년필름 대표와 함께 'I ♥ CT 85'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개막식 레드카펫에 섰다. 화려한 드레드 대신 한진중공업 근로자들의 작업복을 걸쳤다. 영화제 기간 중 열릴 예정이었던 제 5차 희망버스 행사에 대한 지지를 직접적으로 드러낸 셈이었다. 그녀의 이같은 모습은 순식간에 '개념 레드카펫', '개념의상'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그녀가 주목받은 건 이 순간만이 아니었다. 김꽃비는 올해 영화제에 비전 부문에 정식 초청된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에서 목소리 연기를 펼쳤는데, '돼지의 왕'은 올해 영화제 내내 수작으로 손꼽히며 화제를 몰고다녔다. 상복도 이어져 넷팩상(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을 비롯해 한국영화감독조합 감독상, 무비꼴라쥬상 등 3개 부문을 휩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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