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영화의 새로운 집 영화의 전당이 집들이를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
6일 부산영화제 개막부터 새집증후군에 시달리다가 영사 사고를 내더니 급기야 비가 샌다. 14일 폐막식을 앞두고 영화의 전당 내 곳곳에서 빗물이 떨어지고 있다. 시간당 23.0㎜의 비에 1678억 5000만원이 든 건물이 여지없이 빈틈을 드러냈다. 학사모를 닮은 두 개의 루프에서도 곳곳에서 빗물이 쏟아졌다.
영화제 측에선 "차라리 잘 됐다. 개막식 때 이런 일이 생겼으면 난리가 났을 것이다. 폐막식 때 이런 문제까지 있다는 걸 알게 됐으니 하늘이 도운 셈"이라고 개탄했다.
도대체 영화의 전당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영화의 전당은 부산국제영호제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다. 칸국제영화제에 주상영관인 뤼미에르 극장이 있는 것처럼 부산영화제를 상징할 공식 상영장을 갈구했다.
2008년 10월 첫 삽을 뜬 뒤 3년만에 완공된 영화의 전당은 공사금액만 1678억 5000만원이 들었다. 3만2137㎡의 부지면적에 건축면적 2만2140㎡로 지상 9층, 지하 1층 규모로 한 눈에 정경을 담기 어려울 만큼 거대한 위용을 자랑한다.
영화의 전당을 찾은 수많은 관객들과 해외 게스트들은 그 위용에 탄성을 자아냈다.
하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개관식을 열고 일주일만에 영화제 개막을 해 개막식 오전까지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그러다보니 새집증후군을 비롯해 영사 사고, 마이크 연결 등 숱한 문제점이 드러났다.
영화제를 운영하기 위해선 영화의 전당을 시범 운영을 한 뒤 문제점을 살펴봐야 하는 게 정석이었다. 개막식 오전까지 마무리 작업을 해야만 했던 영화제측도 이런 문제점은 알고 있었다.
사실 영화의 전당 조기 개관을 앞두고 여러 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시공사 한진중공업이 아직까지 건물주로 돼 있을 만큼 공기를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운영하는 영화의 전당 재단측과 영화제가 손발이 맞지 않는다는 소리도 꾸준히 흘러나왔다.
폐막식을 3시간 앞두고 이용관 집행위원장과 인터뷰를 가졌다. 지난해보다 관객이 1만명 늘고 점유율도 83%를 기록할 만큼 성공적으로 영화제를 치렀지만 그는 불만이 대단했다. 영화의 전당에 대해 작심하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용관 위원장은 이날 오전10시 결산 기자회견에서 "시공사 한진중공업과 운영하는 영화의 전당 재단법인의 문제점이 심각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해외 심사위원들이 함께 한 자리에서 위험할 수도 있는 발언이었다.
-기자회견에서 작심하고 문제점을 지적했는데.
▶부산시와 재단에 아예 공문을 보냈다. 기자회견에서 이런 문제점을 밝히겠다고. 그래도 재단은 꿈쩍도 안한다. 운영의 문제가 아니라 아예 횡포다. 서로 열심히 하다가 문제가 난다면 모르지만 아예 전혀 비협조적이다. 뤽 베송 감독이 기자회견을 하는데 마이크가 15분째 안 왔다. 재단쪽 마이크 담당자가 안온 것이다. 시골 문화회관에서 하는 행사도 이렇게는 안한다.
-재단과 영화제가 불협화음이 있다는 소리가 꾸준히 들려왔는데.
▶영화의 전당은 영화제가 우선이어야 한다. 그렇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런데 이건 영화의 전당에 영화제가 노예가 돼버린 형국이다. 오죽하면 결산 기자회견에서 그런 소리를 하겠나. 개막작 기자회견 때 마이크가 안 나왔다. 개막식 때도 한쪽 음향이 안 나왔다. 이런 문제가 마지막까지 이어졌다.
▶시공사인 한진중공업이 계속 거짓말을 했다. 7월에 들어올 수 있다고 하더니 그것도 안된다, 된다 된다만 하더니 결국 다 거짓말이었다. 새집증후군이 심각한데 그것도 에어컨이 제대로 작동이 안돼서 불가능했다. 오늘 곳곳에서 비가 새는데 설계대로 만들었는지도 의문이다.
-새집 증후군 정말 심각했는데.
▶냄새를 빼려고 약품도 쓰고 별의 별 일을 다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개관식 때 오신다고 하셔서 냄새를 빼려 정말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다. 그런데 재단은 그 때도 그런 일을 왜 하냐고 하더라. 꿈쩍도 안했다. 재단과 한진중공업에 영화제가 서자 취급을 받았다. 스태프들이 오죽하면 이럴 거면 이곳에서 영화제를 하지 말자고 한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진심으로 하는 소리다. 단적인 예로 영화제 기간 동안 영화의 전당 연결통로인 마운틴을 닫아 놨다. 그래서 열어 달라고 공문까지 보냈다. 그런데 한진중공업은 재단쪽에서 안된다고 했다고 하고, 재단은 한진중공업에서 안된다고 한다. 위험해서 안된다는데 그럼 개막식을 하지 말았어야 하지 않나.
-영화제 중간 중간 재단측과 마찰이 심각했는데.
▶심지어 영화제에서 회의를 해야 하는데 오후6시면 퇴근 한다고 키를 잠그고 가버렸다. 기자회견을 해야 하는데 마이크 담당자가 퇴근해 버린다. 내가 겪은 것만 해도 10건이 넘는다. 자원봉사자들이 기자회견장 준비해야 한다고 키를 받으러 재단 측에 갔다가 온갖 수모를 받고 겨우겨우 받아왔다. 게다가 김성업 재단 이사장이 영화제 중간에 영화의 전당을 개관 못한다고 보자고 연락이 왔다.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았다. 지금 영화제를 하고 있는데 못하겠다니 장난 하는 것도 아니고.
-영화제가 끝나고 11월1일부터 한달부터 170편의 영화를 영화의 전당에서 상영하는 개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재단 측에서 그걸 못하겠단다. 준비가 안됐다고 한다. 프로그램을 우리가 다 준비해서 재단에 인수인계를 했는데 지금 못하겠단다. 아니 영화제 기간 동안 영화를 몇 백편을 틀었는데 그걸 못한다는 게 말이 되나. 영화의 전당을 활용해서 1년 동안 상영할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하는데 영화제마저 이렇게 비협조적인데 어떻게 영화의 전당에서 영화제를 할 수 있겠나. 이 문제가 시정되지 않으면 정말 이곳에서 내년에는 영화제를 할 수 없다.
-개막식 레드카펫 때 김꽃비 등이 한진중공업 문제를 거론하고, 영화제 기간에 영화인들이 희망버스를 탔는데.
▶정치적인 문제는 노 코멘트다. 다만 영화인들이 영화제를 방해하기 위해서는 그런 일을 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떻게 할 생각인가.
▶이번 영화제를 겪으면서 발생한 전반적인 문제를 부산시에 보고할 계획이다. 시공의 문제점이나 재단 운영의 문제점 등에 대해서 시가 충분히 문제를 숙지하고 나설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영화제에 1만명 이상 관객이 는 것은 영화의 전당 효과가 분명히 있는데.
▶물론이다. 굉장히 많다. 아름다운 건물이라 많은 사람들이 감탄했다. 더 놀라운 것은 새 건물이라고 쓰레기도 안 버리는 시민의식이다. 건물에 어울리는 관객과 시민이 있다는 게 큰 복이다. 정작 내부가 그런 일들이 많아서 문제지.
-이용관 위원장 체제로 처음 맞는 영화제인데 앞으로 비전이 있다면.
▶15년 동안 영화제를 하면서 쌓아온 노하우를 영화의 전당을 활용해 잘 운영할 계획이었다. 영화제와 영화의 전당이 한 몸이 되면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365일 운영되는 프로그램으로 한류와 연계해 관광효과도 낼 수 있고, 독립영화와 예술영화를 조명할 수도 있다. 그러려면 현재 문제가 분명히 해결돼야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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