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회 대종상 시상식에서 미술상을 받은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제작사 청년필름 김조광수 대표가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상을 받아 기쁘긴커녕 아직도 대종상을 하냐고 비웃은 것이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돼 권위를 자랑한다던 대종상의 현주소다.
제48회 대종상 시상식이 17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시상식은 '고지전'에 작품상과 기획상,촬영상과 조명상을 안겼다. '최종병기 활'은 남우주연상과 신인여우상, 음향기술상, 영상기술상 등 4관왕에 올랐다. '써니'는 강형철 감독이 감독상과 편집상을 수상했다. 생애 처음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김하늘은 눈물을 흘렸고, 첫 조연상을 받은 조성하는 하늘에 있는 어머니에게 영광을 돌렸다.
수상의 기쁨을 맛본 사람들이야 기쁘기 그지없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심은경은 이날 '로맨틱 헤븐'으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심은경은 당초 '써니'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가 이날 돌연 후보에서 탈락한 터라 여우조연상을 받아도 영예라고 하기엔 석연치 않게 됐다. 심은경은 이날 트위터에 "참석 못한다니 후보에서 탈락시켰다"며 "이런 건 정말 아니다"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제 48회 대종상 측은 시상식이 열리는 17일 오전 최종 후보 명단을 발표하며 지난 12일 발표한 후보와는 다른 명단을 공개해 논란을 촉발시켰다.
'써니'의 주인공 심은경은 12일 본상 후보 명단에서는 당당히 여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으나 17일 후보 명단에서는 제외됐다. 심은경 외에도 '부당거래'의 류승범이 남우주연상 후보에서 탈락했고, 남녀조연상 후보였던 '고지전'의 류승룡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의 서영희도 닷새만에 후보에서 사라졌다.
제48회 대종상 홍보대사이기도 한 서영희도 이날 조연상 후보에서 제외됐다는 사실을 시상식 직전까지 몰랐다. 서영희 소속사 관계자는 "방금 처음 소식을 접했다"며 의아해했다.
대종상 측은 "동점자가 생겨 6명의 후보자가 노미네이트 된 4개 분야에서는 전문가 심사위원들이 13∼16일 4일간 동점자를 대상으로 재심사 후 2차 투표를 실시해 최종 후보를 오늘 발표했다"고 해명했다.
일반 심사위원들이 심사한 후보에는 남녀 주연, 조연상 4개 부문에서 6명씩 후보로 꼽혔으나 전문 심사위원들이 한명씩을 탈락시켜 5명으로 맞췄다는 것.
하지만 이 같은 설명을 감안하더라도 그간 불공정 시비에 휘말려 바람잘 날 없던 대종상이 시상식 당일 주요부문 후보를 바꿔 발표한 점은 논란의 소지가 크다.
정인엽 집행위원장 등 대종상 관계자들은 이날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잘 모르겠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대종상 홍보를 맡은 개그맨 권영찬은 "5명의 후보가 나오는 게 관례인데 동점자 후보를 인정하다보면 7∼8명씩 후보가 늘어날 수 있어 동점자만을 대상으로 전문가 심사위원의 평가를 거쳐 후보를 확정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방송사인 KBS에서 배우들의 동선 등 방송 문제로 5명으로 줄여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말했다. 물론 KBS는 "그런 일이 없다"고 해명했다.
기술상 부문은 더욱 가관이다. 대종상 측은 기술상 부문에는 별도 후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날 시상식에도 후보 호명 없이 그냥 수상했다. 대종상 측이 스타뉴스에 전한 기술상 수상 후보 명단을 보면 수상에 기준점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영상기술상의 경우 수상한 '최종병기 활'은 컴퓨터그래픽 한영우, 특수분장 신재호, 특수효과 정도안, 이희경 중 본심심사위원이 후보를 결정한다고 돼 있다. 영상기술상이지만 한 영화의 어떤 부문에 상을 줄지조차 결정하지 못했다는 소리다. 영상기술상 후보에 오른 '고지전'과 '블라인드' '황해' 등 다른 후보작들도 마찬가지였다.
음향기술상 상도 수상작인 '최종병기 활'의 현장녹음과 후반믹싱 중 본심심사위원이 후보를 결정한다고 했다.
올해 대종상 시상식은 시작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영진위에서 진행 과정을 문제로 예산을 지난해 3억3000만원에서 40% 가량 삭감한 2억원만 배정했다가 이마저 집행보류했다. 대종상 측은 영진위에 '심사의 투명성' '독립성 확보' '신구 영화인들의 화합' '심사제도 개선' 등 운영 개선안을 낸 끝에 시상식이 한 달이 채 안 남은 지난달 22일 겨우 예산을 받을 수 있었다.
그동안 지원했던 서울시가 빠지자 안양시에 예산 지원을 요청했다가 안양시 의회 의원들이 지원을 반대하며 단상 점거 사태까지 벌이는 해프닝을 겪었다. 홍성에서 이달 2일 대종상 역사상 처음으로 지자체에서 개막식을 열겠다며 치른 축제마저 초라했다.
영진위 관계자는 이날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대종상 예산을 집행보류한 것은 (대종상이)개선안을 내놓은 문제 때문이었다"고 했다. 심사도 투명하지 못하고 독립성도 확보하지 못했으며, 신구영화인들의 화합도, 심사제도도 개선하지 못했기 때문이란 것이다. 영진위 관계자는 "내년에도 이런 문제가 생기면 예산을 지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날 작품상 시상을 위해 무대에 오른 원로배우 신영균은 "대종상이 우리 영화계의 대표적인 축제"라고 말했다. 사회를 맡은 신현준은 "내년에는 더 좋은 시상식으로 찾아뵙겠다"고 했다.
이날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흘린 눈물이 값지려면, 신영균과 신현준의 말이 사실대로 되려면 대종상이 가장 오래됐다는 이유 말고 확실한 권위를 되찾아야 할 것이다.
과연 대종상이 내년에는 환골탈태해서 권위를 되찾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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