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예진이 변했다. 아니 달라졌다. '얼음공주'였던 그녀는 왕자님의 입맞춤에 눈을 떴는지 화사하고 부드러워졌다.
'패밀리가 떴다'로 푼수끼를 만방에 알리긴 했지만 박예진은 차가운 서리 같은 날카로움을 갖고 있던 배우였다. 박예진에게 주어졌던 역도 그랬다.
그러던 어느 날, 난데없이 찾아온 '패밀리가 떴다'는 박예진을 맨손으로 닭을 때려잡고 물고기 내장을 훑는 '엉뚱녀'로 등극시켰다. 얼음은 깨지고 박예진은 한손엔 닭을, 한손엔 민어를 들고 세상에 나왔다. 차가웠던 이미지 대신 코믹스런 이미지로 소비됐다.
'발리에서 생긴 일'의 박예진은 간데없고 '청담보살'의 박예진만 남았다.
그랬던 그녀가 돌아왔다. 소속사를 옮기고, 옮긴 소속사에서 만난 배우 박희순과 공개연애를 시작하고, 31살이 됐다. 때 마침 'Mr. 아이돌'로 돌아온 박예진을 만났다. "오랜만이다"란 인사가 오가고 서로 "너무 달라졌다. 머리 스타일 때문이니"라며 수다를 떨었다.
-'Mr 아이돌'은 밴드 보컬이 아이돌 멤버로 거듭나면서 겪는 성장통을 그린 영화다. 아이돌 멤버를 키우는 까칠하지만 능력있는 프로듀서로 출연했는데.
▶ 내가 제일 늦게 캐스팅됐는데 같이 하기로 한 배우들이 너무 좋았다. 임원희 선배도 좋고, (김)수로 오빠, 지현우 등 모두 너무 좋았다. 또 라희찬 감독님의 '바르게 살자'를 보고 시나리오대로 찍지 않고 다른 그림으로 만들어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차갑고 낮게 깔리는 캐릭터 연기를 했는데. 어색과 독특함 사이를 오간 것 같더라.
▶어쩌면 전형적일 수 있는 캐릭터라 다르게 보이기 위해 감독님과 상의해서 그렇게 잡았다. 그런데 독특한 건 알겠는데 어색하단 건 무슨 뜻인가.
-'패밀리가 떴다'를 즐겨 본 사람들이라면 그 모습이 어색하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은데.
▶무슨 말인 줄 알겠다 .사실 '패떴'이 각인된 사람들에겐 낯선 박예진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긴 했다. 그래서 배우가 하나의 이미지로 각인되는 건 안 좋은 것 같다.
-'패밀리가 떴다'가 득도 많지만 실도 많지 않았을까? '패밀리가 떴다'를 하면서 '청담보살'처럼 코믹한 이미지로 소비되는 것 같다. 원래 도도하고 차가운 이미지였는데.
▶그렇지 않다. '패떴'을 안했다면 그 작품을 할 기회도 없었을 것이다. 작품 선택 눈이 없다고 할지 모르지만 그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다. 하게 되는 것과 하는 것이 나한테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생각을 하면 힘들다.
-1999년 '여고괴담2'로 데뷔했으니 얼추 12년 정도 연예계 생활을 했다. 'Mr. 아이돌'에 김수로처럼 나쁜 매니저와 힘든 상황들도 많이 겪었을텐데.
▶글쎄, 나랑 맞는 사람과 안 맞는 사람이 있을 뿐이지, 나쁜 사람은 적었다. 물론 정말 나쁜 사람도 있지만. 정말 그..그.. 알잖나.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소속사도 옮기고, 처음으로 공개연애도 하고, 30대가 됐다. 그런 게 여배우로서 박예진에 어떤 변화를 줬나.
▶난 크게 바뀐 건 잘 모르겠다. 소속사를 옮기고, 공개연애를 하고, 30대가 됐다고 달라졌는 진 모르겠다. 바뀌더라도 하루아침에 바뀐 게 아니니깐. 매일매일이 쌓여서 지금의 내가 된 거니깐. 오히려 주위에서 지켜봐 주신 분들이 더 잘 알 것 같다. 뭐, 쉽게 풀린 인생은 아니었잖나.
-상대역인 지현우나 아이돌 중 한 명으로 출연한 재범은 어땠나.
▶지현우와 잘 맞았다. 워낙 비주얼이 좋기도 하고. 재범은 너무 귀여웠다. 이 역할에도 딱 이었고.
-재범이 좋나, 대성이 좋나.
▶(푸하하)엄마가 좋나, 아빠가 좋나를 묻는 것 같다. 음 친동생이랑 직장에서 예쁜 동생 같은 차이가 있다.
-이상형이 까다로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 나만의 까다로움은 있을 줄 모르지만. 대개 이상형이라면 조건을 따지기 마련인데 전혀 그런 게 없다. 통하는 사람이 좋다.
-남자친구에게도 했던 공식질문인데 결혼은 언제쯤.
▶하게 되면 하는 거죠. 공식답변이다.(웃음)
-섹시한데도 섹시함을 그다지 드러내지 않고 사는데. 시상식에서 파격 드레스로 박예진이 이런 모습도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그런 건 별로. 또 드레스도 없어요, 라고 하면 미안하고. 내가 생각하는 섹시함과 다른 것 같아요,라고 말하련다.
-얼음 같던 냉정한 이미지에서 푼수 이미지를 넘어 지금 또 다른 이미지로 만들어져 가고 있는데. 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는데 소비되는 것 같기도 하고.
▶나 이런 거 하고 싶어, 라고 해도 다 되는 게 아니잖나.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 마음 지키기가 어렵다. 그래서 직장인 마인드로 살려한다. 이건 내가 오래할 직업이고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자, 이런 생각들.
-인생의 3가지 터닝 포인트를 꼽자면.
▶'여고괴담2'로 연기를 시작한 것. 그리고 '패떴'을 한 것. 그리고...음.
-요즘과 누구는 안 나오나.
▶어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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