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이번 노래 편곡 죽이던데요?"
1994년 그룹 '닥터레게'로 데뷔, 올해로 가수 생활 17년째를 맞이한 '솔의 대부' 바비킴이 옆집 사는 초등학생에게서 최근 들은 말이다.
MBC '나는 가수다'에 출연 중인 바비킴의 인지도가 높아진 덕분에 생긴 재미있는 에피소드 중 하나지만, 이제는 일반 대중들이 음악을 바라보는 수준이 바뀐 것을 보여주는 실례기도 하다.
요즘 브라운관에서는 노래 대결이 한창이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대표적인 오디션 프로그램 엠넷 '슈퍼스타K', 가수 지망생들이 노래 대결을 펼치는 MBC '위대한 탄생', 프로 가수들이 노래를 통해 경쟁하는 '나는 가수다'까지, 시청자들은 매주 순위 매기기에 정신없다.
이처럼 TV 속 음악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이 넘치다 보니 대중이 음악을 대하는 눈과 귀도 꽤나 영리해졌다. 'KBS 2TV '불후의 명곡' '나는 가수다'의 객석에는 청중 평가단이 자리하고 있고, '위대한 탄생' '슈퍼스타K'에 출연 중인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귀 기울이게 됐다.
프로 가수들의 무대를 일반 대중이 평가하고 점수를 준다는 포맷 자체가 시청자들과 교감하겠다는 자세에서 출발한 것이기에 이제는 '듣는 귀'의 수준이 높아졌다. 대중들이 가수들의 무대에 대해 적극적인 평가를 내리고, 심지어 프로그램에 대해 변화를 요구하기도 한다.
대중음악평론가 성시권 씨는 "가수의 노래를 일방적으로 수용하던 대중의 자세가 점차 변하고 있는 것이다"라며 "대중의 '음악 팬덤'이 성장과 더불어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요구한다. 그만큼 가수들의 무대는 대중과 보다 깊이 소통할 수 있게 된 것을 의미한다"라고 설명했다.
음악계 종사자들 사이 쓰이는 용어들도 지금은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나는 가수다'에 출연했던 옥주현의 무대가 방송된 뒤 '전조'(기존 코드 진행에서 변화를 주는 것)란 단어는 각종 포털 사이트를 통해 화제가 됐고, 요즘엔 많은 이들이 쉽게 쓰는 음악용어가 됐다.
TV 속 많은 노래들이 시험대에 올려져 평가를 받는 가운데 편곡이란 마술이 옛 음악에 새 옷을 갈아입혀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편곡의 매력에 대해서도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
최근에는 조규찬이 '나는 가수다' 출연 2회 만에 탈락하게 되면서 시청자들도 함께 뿔났다.
색다른 편곡과 표현력 넘치는 무대 보다는 파격적이면서 극적인 무대에 점수가 더 가는 데에 대한 시청자들의 불만이었다. 그동안 경연이 진행되다보니 '강렬한 무대가 경연에서 통한다'는 '나가수 생존의 법칙'에 대해 대중이 반기를 든 것. 천편일률적인 무대에 식상함을 느끼는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의 한계점을 지적하고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음악을 접하는 대중의 귀가 달라지고 있다. 수준 높은 가수들의 무대와 경연으로 대중에게 최고의 흥미를 주자는 의도였다면, 이제는 대중과의 교감에서도 최고의 흥미를 줘야 할 때다. 말없이 투표만 하는 청중평가단의 솔직한 심사평과 독설이 절실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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