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연(수애 분)이 드디어 지형(김래원 분)의 마음을 받아들였다. 회상신을 제외하면 지난 10월 17일 SBS '천일의 약속' 첫 방송 이후 한 달 만에 처음으로 보인 서연의 미소. 덕분에 알츠하이머, 파혼, 두 집안의 전쟁도 잊고 오랜만에 안방극장이 웃었다. 오래 기다려온 만큼 그 감동도 곱절이었다.
'천일의 약속'은 속도조절의 묘미가 빛나는 드라마다. 장면은 최대한 자세하고 온전하게 묘사하는 반면 극의 전개는 빠르다.
서연이 알츠하이머로 괴로워하는 장면은 독백과 여러 가지 상황을 중첩시켜 반복적으로 드러낸다. 가위, 형광펜을 기억하지 못 했던 장면에서부터 카레를 시키지 않았다고 우기는 장면, 회사동료로부터 왜 양치질을 두 번 하냐고 핀잔 받는 장면, 길을 잃고 헤매는 장면, 작가의 이름을 외우려 몸부림치는 장면 등 지속적이고 점층적으로 노출시킨다.
뿐만 아니라 서연의 고모 가족 간의 대화, 직장동료 사이의 대화 등을 통해 각 캐릭터의 묘미를 살리며 드라마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자칫 극의 흐름에 불필요해 보이기도 하지만, 주연배우의 삶에만 관심을 두지 않고 다른 캐릭터에게도 생명을 부여해 드라마를 보다 풍성하게 만든다. 느린 호흡으로 시청자에게 상황을 명확하고 깊게 스미게 하는 셈이다.
그래서 시청자들이 '왜 이렇게 전개가 늦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드라마는 어느새 고개를 넘어가 있다. 지형이 서연의 병을 알게 되는 것도, 그를 만나 다시 시작하자고 매달리는 것도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결혼식은 다가오는데 어떻게 되는 건가 싶으면 지형은 파혼을 선언하고, 수정(김해숙 분)은 서연을 찾아간다. 결혼식은 결국 파장을 맞고 지형은 서연을 찾아가 청혼한다. 속도 전개가 빛나는 부분이다.
지난 21일 방송분에서 서연이 지형의 마음을 받아들이며 드라마는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극 횟수 면에서도 딱 절반을 넘어선 순간이니 치밀하게 계산된 움직임에 틀림없다. '천일의 약속'이 후반부에서도 얼마나 절묘한 완급조절로 시청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저작권자 © ‘리얼타임 연예스포츠 속보,스타의 모든 것’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