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천일의 약속'(극본 김수현 연출 정을영)이 후반부를 향해 치달으며 전개에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서연(수애 분)이 알츠하이머에 걸렸다는 사실은 직장동료를 비롯한 가족 친지에게 모두 알려졌고, 결혼식을 치른 이서연과 박지형(김래원 분)은 힘들면서도 애틋한 사랑을 이어가고 있다. 극의 내용은 매회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살얼음판이지만, 사실 전개상 이미 안정권에 들어선 셈이다. 불치병에 걸린 여주인공의 병이 알려지고, 병이 급속도로 전개되고, 남주인공과의 사랑 또한 결실을 맺었기 때문.
덕분에 흥미가 반감됐는지 시청률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초중반 10% 후반대를 기록하던 시청률은 이제 15~6%의 시청률에 그친다. 예상된 전개기 때문이다.
'천일'을 약속하는 남녀 주인공의 사랑보다 더 주목을 받는 것은 흥미롭게도 '엄마'들의 우정이다. 개성 강하고 힘 있는 캐릭터와 탁월한 연기력이 빚어낸 이례적 현상이다.
돈과 사회적 지위로 얽혀 있는 남편 노홍길(박영규 분)·박창주(임채무 분)와 달리 오현아(이미숙 분)와 강수정(김해숙 분)의 우정은 대학시절부터 이어온 순수한 것. 자식들의 파혼으로 잠시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그녀들은 자식 못지않게 자신의 인생을 중요시하는 만큼 우정을 져버리지 않았다.
균열이 오기 시작한 건 지난 13회분. 수정이 현아와 창주에게 지형의 결혼사실을 알리면서부터였다. 현아는 자신의 딸 향기(정유미 분)를 배신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지형이 다른 여자와 결혼한다는 사실을 알고 수정에게 배신감을 느꼈다.
수정은 서연이 알츠하이머라는 사실을 밝히며 양해를 구했지만, 현아는 이에 "치매 환자에게 우리 향기가 까였다는 거니? 우리 관계 더 지속할 이유 없다. 사표 내라"라며 분노했다.
하지만 현아는 곧 심한 말을 뱉은 것을 후회해 "너 어떡하니, 정말 걱정돼. 얼마가 기가 막히고 끔찍하니 수정아, 치매 며느리가 웬 말이야. 나 같으면 죽고 싶었을 거야"라고 위로했다. 이어 "미안해. 경솔했다. 내가 좀 너무했지?"라며 사과했다.
거듭된 악연에도 불구하고 우정을 이어가려 했던 둘은 결국 지난 16회에서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수정이 서연·지형과 저녁을 먹는 자리에 우연히 현아가 나타난 것. 현아는 서연과 함께 있는 수정을 향해 "겉으로는 위로 걱정하는 척 하면서 뒷구멍으로 호박씨 까고 있었냐"라며 분노를 표했다. 수정은 "내가 내 며느리랑 밥 먹는 것도 네 허락 받아야 하냐"라며 지지 않았다.
현아는 "치매 며느리가 자랑 거리냐?"라며 독설을 내뱉었고, 수정은 결국 40년지기 친구의 얼굴에 물 잔을 붓는 행동까지 감행했다. 현아가 "너, 너 감히…"라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자 수정은 "감히? 너 뭔데?"라며 남편사이 관계로 인해 상하관계로 얽혀 있던 상황을 전복시켰다.
배신과 분노, 사과와 파장 등으로 사랑보다 더 큰 우여곡절을 겪고 있는 수정과 현아의 우정이 작품에 힘을 싣는 주축이 되고 있다.
16회 말미에서 지형은 "치매며느리"를 운운하는 현아에게 "향기가 어떻게 어머님에게서 나왔는지 내내 궁금했습니다"라고 했다. 현아가 향기의 지고지순한 순애보를 닮았다면, 어쩔 수 없었던 수정의 마음 또한 헤아려 둘의 관계가 회복될 터. 엎치락뒤치락 전개될 둘의 우정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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