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패티김, 울지 않았다.."슬픔보다 행복"(종합)

윤성열 기자  |  2012.02.15 15:56
패티김 ⓒ사진=박용훈 인턴기자


"마음이 너무 슬프다. 하지만 50년 이상의 나의 노래 인생은 너무 행복했고 만족스럽다. 슬픈 마음보다는 행복한 마음으로 무대를 떠나고 싶다."

가수 패티김(74)이 54년 간 가수 생활의 마침표를 찍었다.

15일 오후 2시 서울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패티김 은퇴 관련 공식 기자회견이 열렸다. 인생 절반을 넘게 가수로서 살아온 그의 표정은 언제나 그랬듯 밝고 당당했다.

이날 패티김은 "지난 10여 년 동안 은퇴를 두고 고민하고 갈등했다"라며 "하지만 지금이 가장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건강하고 멋질 때 무대를 떠난 것이 가장 '패티김'다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패티김은 "은퇴를 앞두고 많이 설레고 동시에 흥분됐다"며 "조금은 다르지만 마치 공연 15분 전에 서서 기다리는 기분이 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패티김은 향후 계획에 대한 질문에 "은퇴를 하고 나면 평범한 김혜자(본명)로 돌아가 나비처럼 훨훨 날고 싶다"며 "딸, 손자 손녀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패티김은 또 "지난 인생을 돌이켜보면 아쉬움은 많다. 하지만 후회는 적다. 다시 돌아간다면 30대로 돌아가고 싶다. 그때가 가장 여자로서나 가수로서 꽃이 피는 나이인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패티김은 건강에 대한 우려에 "아직도 내가 안 건강해 보이냐"며 특유의 당당한 포즈를 취해보이기도 했다. 그는 은퇴에 대한 슬픔에 눈물을 흘리기 보다는 여전히 당당하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으로 분위기를 훈훈하게 했다.

패티김은 "지금도 1500m를 수영으로 완주하고, 400~500m를 직접 발로 뛸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하다"며 "마무리를 멋지게 잘하는 것이 나 패티김의 스타일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오늘 기자들의 얄미운 질문에 눈물을 흘리지 않을까 걱정도 했는데 다행히 그러진 않았다"며 "투어를 진행할 때 팬들의 눈물을 보게 되면 그 땐 눈물이 흐를 것 같다"고 덧붙였다.

패티김은 자신이 가장 애정을 가지고 부르는 노래로 '9월의 노래'를 꼽았다. 이날 패티김은 이 노래를 직접 선사하며 감동을 전달했다.

패티김은 끝으로 "감사할 사람이 너무 많다"며 "많은 곡을 주신 작곡가분들을 비롯해 대중에게 양보하고 끊임없는 사랑을 보내주신 우리 가족과 팬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앞서 가요평론가 임진모씨도 자리에 참석해 패티김의 대중음악사 존재감을 되짚었다. 임진모씨는 "패티김은 '최초'라는 기록의 최다보유자다"며 "전성기의 모습으로 은퇴하려는 예술가의 순수 욕망이 은퇴를 결심하게 된 것"고 전했다.

이어 그는 "패티김은 이미 살아있는 레전드지만 아름다운 은퇴를 통해 진정한 레전드로 다시 태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역 최고령 가수 중 한 명인 패티김은 지난 1958년 '스무 살의 나이로 미 8군 무대에서 '린다 김'이라는 예명으로 데뷔했다. 이후 54년 간 줄곧 현역 가수로 활동하며 '서울의 찬가' '이별' '초우' 등 주옥같은 히트곡을 남겼다.

대중가수로는 처음으로 1978년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섰고, 1989년에는 뉴욕 카네기홀에서 공연을 펼쳤다. 지난 2008년에는 데뷔 50주년 기념공연으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한편 패티김은 오는 6월2일부터 펼쳐지는 은퇴 기념 글로벌 투어 '이별' 콘서트로 유종의 미를 거둘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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