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음저협)가 극장을 상대로 내건 영화음악 사용료 소송이 엉뚱하게 영화제작사로 불똥이 튀었다.
문화관광부는 15일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저작권사용료 징수규정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영화 제작사는 영화음악과 관련해 공연권 사용료로 입장료 수입에서 한 곡당 극장요금의 0.06%를 음저협에 제공해야 한다. 영화 제작사가 향후 음저협에 등록된 음악을 영화에 사용할 경우 기존에 복제권 사용료 이외에 공연권 사용료까지 내야 하는 것.
이럴 경우 영화 제작사가 떠안는 부담이 한층 커지게 됐다. 모처럼 되살아나는 한국영화계에 찬 물을 끼얹는 셈이다.
특히 CGV, 롯데시네마 등 대기업 계열 회사 대신 영세업자인 영화제작자가 부담을 떠안게 됐다. 자칫 극장요금 인상으로도 번질 수 있다.
문제의 발단은 음저협이 지난해부터 극장을 상대로 공연권을 내라고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음저협은 영화제작단계에서 저작권 계약을 맺는 것은 복제권 개념이고 극장에서 영화가 상영될 때 노래가 나오는 건 공연권 개념인만큼 극장도 저작권을 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난해 '써니' 같은 영화들이 흥행에 성공하자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됐다.
이에 대해 영화계는 제작사가 음저협과 계약을 맺을 때는 극장에서 상영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만큼 무리한 요구라고 반박했다. 음저협은 영화계와 논의가 제자리걸음을 하자 지난해 11월 롯데쇼핑과 롯데시네마를 상대로 17억원의 소송을 걸었다.
음저협은 CGV, 메가박스,시너지 등 다른 멀티플렉스들은 논의에 참여하지만 롯데시네마는 참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장을 제출했다.
이처럼 음저협과 영화계의 갈등이 고조되자 문화부가 나섰다. 문화부는 양측의 의견을 청취한 뒤 최종적으로 징수규정을 발표했다. 징수규정에 따라 15일부터 소급 적용된다.
하지만 음저협과 한국영화제작자들은 문화부의 이 같은 방침에 모두 반발하고 있다.
최현용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사무국장은 "문화부는 현재 제작자가 저작권을 내고 있으며 극장 수입을 기반으로 공연권 사용료를 내는 것은 맞지 않다는 영화계 뜻을 제작자가 그럼 모두 부담해야 한다고 받아들인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영화 제작사 80% 가량이 수입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작사가 모든 것을 떠안으라는 문화부 방침은 말이 안된다"며 "문화부 규정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음저협은 행정소송까지 염두에 둘 정도로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최대준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방송팀장은 "애초 영화 제작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극장을 상대로 논의를 한 것인데 엉뚱하게 영화 제작자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당초 한 곡당 극장요금의 0.5%를 요구했는데 0.06%로 정리가 됐으며, 1월부터 소급을 받기로 했는데 그것도 안됐다. 더욱이 외국영화 같은 경우는 영화제작자에게 현실적으로 돈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자칫 국제소송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최 팀장은 "문화부 규정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행정소송 등 향후 대책에 대해서는 조만간 논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 팀장은 "이런 상태라면 롯데 시네마에 대한 고소를 철회할 수 없으며 CGV 등 다른 극장을 상대로도 민사소송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화부의 징수규정 발표로 오히려 영화계와 음저협의 갈등이 한층 커지게 된 것.
이에 대해 문화부 김규직 사무관은 "영화계와 음저협의 주장을 청취했다"며 "영화계에서 제작자가 부담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사무관은 "지난해 극장요금 수입이 6000억원 정도인데 저작권 사용료는 3억원이 채 안됐다"며 "공연권 사용료를 더 내야 한다고 해도 금액이 적기 때문에 극장요금 인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음저협과 영화계가 문화부 방침에 대해 모두 반발하면서 현재 상영 중이거나 앞으로 제작될 영화들이 곤란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
당장 22일 개봉하는 '건축학개론'에는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이 주제곡으로 사용됐다. 영화 제작자와 감독들이 영화를 만들 때 음악사용에 대해 내부검열도 일어날 수 있다.
최현용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사무국장은 "이 문제는 음저협과 별도로 논의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래저래 한국영화 발전에 문화부가 발목을 잡는다는 인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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