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개론' 300만..수지·납뜩이·멜로의 재발견

안이슬 기자  |  2012.04.18 10:01
영화 '건축학개론' 포스터


올 봄 극장가 최고의 핫 키워드는 단연 '건축학개론'이었다. 멜로에 목마른 여성들과 첫사랑을 추억하는 남성들의 마음을 흔들어놓은 '건축학개론'이 기어이 일을 냈다.

'건축학개론'은 지난 달 22일 개봉한 이후 28일 만인 18일까지 300만 관객의 마음을 흔들었다. '건축학개론'의 300만 돌파, 배우와 감독 그리고 영화계에 어떤 의미로 남을까.


◆ 비수기와 멜로의 한계, '건축학' 막을 수 없었다

영화계에는 '3~4월 극장가는 비수기다' '멜로 영화는 흥행에 한계가 있다'는 징크스도 있다. 영화 '건축학개론'은 이 두 가지 설을 모두 보기 좋게 타파했다.

'건축학개론'을 보기에 봄 보다 좋은 계절은 없었다. 한창 캠퍼스에 꽃이 피기 시작하는 봄이 되면 한 번 쯤 새내기 시절 첫사랑을 떠올리게 된다. 영화 속 대학 새내기인 서연(수지 분)과 승민(이제훈 분)의 가슴 떨리는 만남도 봄의 분위기를 한껏 담고 있다.

최근 한국 영화의 '사랑이야기'는 멜로 보다는 로맨틱코미디에서 강세를 보여 왔다. 한국 멜로영화는 최근 몇 년 간 '너는 내 운명'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외에는 이렇다 할 흥행작이 없었다.

'건축학개론'은 몇 년 만에 등장한 반가운 성공멜로다. 영화 '배틀쉽' '간기남' 등 신작들의 여세에도 '건축학개론'은 3위의 예매순위를 유지하고 있어 한국 멜로 최고 기록인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313만 명을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멜로 영화의 타깃은 여성이라는 편견도 극복했다. '건축학개론' 성공의 주역은 남성관객이었다. 대체로 극장에서는 여성의 티켓파워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지만 '건축학개론'은 멜로임에도 남성관객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영화 평점에서도 남성관객이 여성관객보다 더 높은 점수를 보이는 등 남성관객의 큰 공감을 얻었다.

이용주 감독, 수지, 조정석(왼쪽부터) ⓒ남윤호 인턴기자


◆ 감독과 배우의 재발견

이용주 감독의 필모그래피는 단출하기 그지없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의 연출부와 데뷔작 '불신지옥' 그리고 '건축학개론'이 전부다. 이용주 감독의 데뷔작 '불신지옥'은 평단의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관객에게는 외면 받았다. 전국 25만 명이 본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미스터리 공포물로 데뷔한 이용주 감독이 만드는 멜로영화가 성공할 수 있으리라고 장담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2003년 시나리오 초고를 쓴 '건축학개론'은 수년 간 제작에 들어가지 못했다. 봉준호 감독도 '건축학개론'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이용주 감독은 사람들의 걱정이 기우였다는 것을 300만 흥행으로 증명했다.

수지도 '건축학개론'을 통해 '발연기 논란'을 잠식시켰다. KBS 2TV 드라마 '드림하이'로 연기활동을 시작한 수지는 인기에 비해 연기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수지는 '건축학개론'에서 당돌하고 풋풋한 새내기 서연 역으로 호연해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드라마에서보다 연기도 훨씬 안정적이었다. 영화 데뷔작인 '건축학개론'의 성공은 수지의 연기 인생에도 청신호가 됐다.

'납뜩이' 조정석은 '건축학개론'의 보물이다. 조정석은 '아구창을 날릴까' '아빠가 출근할 때 뽀뽀뽀' '싱숭이생숭이' 등 건축학개론 최고의 유행어를 담당했다.

뮤지컬계에서는 이미 스타였지만 영화는 첫 도전이었던 조정석은 '건축학개론'으로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새 얼굴을 조정석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건축학개론'은 참 고마운 영화다.

영화 '건축학개론' 스틸


◆ '건축학개론', 복고의 기준을 바꾸다

영화 '건축학개론'은 영화계의 '복고'의 기준을 바꿔놓았다. 흔히 '복고'하면 70년대에서 80년대까지의 '롤러장' '고고장' 문화를 떠올렸다. 영화 '품행제로'가 그러했고 '써니'가 그러했다.

'건축학개론'에 300만 명이 열광한 것은 30대들도 이제는 추억을 향유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의 증거이도 하다. 97년을 배경으로 하는 '건축학개론'은 이제는 30대가 되어버린 95~00학번 세대들에의 추억을 불러일으켰다. 이제는 97학번들도 과거를 '그리워하는 나이'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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