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수감독,수상불발 인터뷰 "황금종려상감 아냐"

칸(프랑스)=전형화 기자,   |  2012.05.28 03:18


이런 감독은 처음이다. 수상 인터뷰도 아니고, 기자들에게 수상 불발 '티타임'을 요청하다니.

27일(현지시간) 임상수 감독이 '돈의 맛'이 제65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상을 못 받은 소감을 밝혔다. 그것도 시상식이 열리기 2시간 여 전, 취재준비로 여념이 없는 기자들과 '티타임'을 자처했다.

칸에서 짜잘한 상 하나는 받지 않겠냐며 자신했던 임상수 감독이기에 수상 불발의 변이 궁금했다. 26일 갈라 스크리닝을 가졌던 '돈의 맛'은 스크린 인터내셔널에서 4점 만점에 1.4점을 받았다. 경쟁부문 초청작 22편 중 최하점수다.

임상수 감독은 처음과 다름없이 솔직했다. 임상수 감독은 취재진이 모인 자리에 양손에 와인 두 병을 들고 나타났다. "지금 내 심정은 모르시지 않냐"며.

-점심 즈음에 시상식에 참석 하지 않아도 된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심경은.

▶이쪽 언론에서 평점 별로 안줬죠. 인터뷰 많이 했는데. 기자들 사랑받기 정말 힘드네. 혼자 북치고 장구 쳤죠. '돈의 맛'은 처음부터 기획과 목표가 있었다. 지금까지는 다 맞아떨어졌는데 마지막 하나만 틀리게 됐다. 칸영화제 초청 발표되기 전에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도 요청이 왔다. 내부 회의를 했는데 경쟁이 아니더라도 칸에 가자고 결정했다. 마지막 시나리오가 틀렸지만 이 정도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수상 불발 티타임은 처음인데.

▶수상이 안 됐다고 숨어버리는 것도 이상하지 않나. 어제 갈라스크리닝 끝나고 새벽5까지 술을 마셨다. 배우들 코디네이터와 같이 걸어오는데 내일도 열심히 일하고 싶다고 하더라. 오늘 오후1시쯤에 아내와 형이랑 같이 밥을 먹었다. 아내가 안절부절 못하더라. 형도 이 자리 너무 스트레스 받는다고 그러고. 이 사람들이 정말 나를 사랑하는구나란 생각이 들더라.

-어느 정도 예감은 들었나.

▶어제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과 공식 기자회견 끝나고 밥을 먹었다. 심사위원들까지 다 있는 자리더라. 그런데 프레모가 반겨주지 않고 차갑게 대하더라. 먼저 간다고 했더니 아주 '콜드'하게 알았다고 하더라. 심사위원들이 있으니 일부러 그렇게 했나 싶었는데 오늘 결과를 보니 모든 퍼즐이 풀리는 것 같다.

-유럽이나 미국쪽 관객들이 '돈의 맛'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수상도 충분하다고 했었는데.

▶호주 기자랑 인터뷰를 했는데 영화 속 인물들이 과장돼 보이더라고 하더라. 김강우가 맞았던 영작이 어떻게 샐러리맨이냐 노예지라면서. 우리는 충분히 리얼하다는 걸 알 수 있지 않나. 그런데 갭이 있더라. 해외 관객도 이주민 문제가 관심 있으면 영화에 따라올 텐데 여기서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

-'하녀'에서 전도연의 감정을 관객이 잘 따라오지 못했다고 생각해서 '돈의 맛'에선 김강우 역에 주안점을 뒀다고 했는데. 하지만 국내 흥행도 그렇고, 칸 수상 불발도 그렇고, 결국 소통에 실패한 게 아닌가.

▶그렇진 않은 것 같다. 심지어 기자들도 영작과 동일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이 있지 않나. 국내 스코어가 안 좋은 것은 시장 상황이 너무 안 좋아서 그런 것 같다. '하녀' 때는 3주 가량 독주했으니깐. 지금은 영화가 너무 많다. 그렇긴 해도 한 편의 영화(돈의 맛)인데 뭘 그렇게 미워하고 아니꼽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어제 갈라 스크리닝에서 해외 관객들의 반응을 피부로 느꼈을 텐데.

▶원래 기술시사회 때 보고 내 영화를 다시 잘 안 본다. 그래도 이번엔 처음으로 외국 관객과 보기 때문에 다시 봤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이 정도 작품이 황금종려상을 타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더라. 지금까지 황금종려상 받은 영화들이 나를 만족시킨 적이 없으니 운이 좋으면 뭐 모르지만. 윤여정과 김강우 베드신 이후부턴 좋은데 앞부분은 그렇게 탁월하지 않은 것 같다. 또 '돈의 맛'이 세계 어디서나 같이 나눌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외국 관객들은 로컬하다고 보는 것 같다.

-어떤 부분이 그런가.

▶'돈의 맛'을 보면 한국인은 어떤 그룹을 자연스럽게 떠올리잖나. 그런데 외국 관객들은 그렇지 못하다. 또 고 장자연 이야기를 할 때도 우리는 자연스럽게 긴장감을 갖는데 이쪽은 그렇지 못하다. 뭐 난 한국 대중을 위해 영화를 만들지, 티에리 프레모를 위해 영화를 만드는 게 아니니깐.

-공식기자회견에서 다음 영화는 백인을 공격하는 이야기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그렇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좀 더 부드럽게 했어야 했는데. 하고 싶은 이야기를 계속 만들고 싶다. 내가 천만영화나, 황금종려상을 받고 싶어서 영화를 만드는 게 아니니깐. 그래도 기자들에게 미안해서 이런 자리를 만들었다. 임상수가 무지 잘난 척을 하는데 상도 못 타서 죄송하다.

-수상이 불발에 그쳐 서운하진 않나.

▶그렇진 않다. 약간 가슴이 답답해서 해변에서 바람을 맞은 정도. 동양사회에 무지한 서양 사람들보단 한국 대중을 위해 영화를 만드니깐. 그래도 칸 효과란 게 있어야 다음 작품을 만드는 데 수월한 게 있으니 그건 좀 아쉽다. 난 한국에서 사랑받고 싶다. 이런 건 있다. 고향에서 사랑을 못 받으니 서러움과 복수심 같은 게 있어서 상 받으면 돌아서 알아 주려나 그런 심정.

-재벌들을 비판하고, 재벌들이 투자한 투자사를 거론했었는데. 수상을 했다면 힘이 실리겠지만 그렇지 못했으니 차기작에 어려움 겪지 않겠나.

▶수상 불발을 감상적으로 보지 않고 대음 행보를 보는 게 기술적인 것이다. '돈의 맛'으로 재벌이 암적인 존재라 없어져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비판의 맷집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포용력을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삼성 까는 영화를 만들었지만 삼성이 투자했다면 더 너그럽지 않았겠나. CJ와 쇼박스를 이야기했지만 그곳이 그렇게 속 좁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수많은 영작들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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