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상 "'개콘'의 장동건이 될래요"(인터뷰)

김성희 기자  |  2012.07.03 09:26
ⓒ사진=이기범 기자


지난 10일 KBS 2TV '개그콘서트' (이하 '개콘')에는 곤충들의 좌충우돌 일화를 담은 몸 개그 '징글정글'이 등장했다. 거미부터 쇠똥구리까지 각 캐릭터들은 말도 안 되게 힘들어 보이는 반복 동작으로 안방극장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 중 쇠똥구리 역의 유민상이 눈길을 끈다. 그는 다른 멤버들과 다르게 육중한 몸을 이끌고 공을 굴리며 등장한 모습부터 남달라 진정한 희극인임을 입증했다.

ⓒ사진=이기범 기자


◆'산 넘어 산'에서 '징글정글'로의 변화

'징글정글'은 원래 '산 넘어 산'이었다. 첫 회부터 멤버들의 육체적 고생이 첩첩산중으로 화제를 낳았던 코너였기에 기억에 남았는데 갑자기 코너 명을 바꾼 이유가 있을까.

"김준호 선배가 다른 방송에서 '산 넘어 산'이라는 게임을 했을 때나 비슷한 속담도 있다 보니 사람들이 헷갈려 했어요. 그러던 중 멤버도 새롭게 대폭 바뀌면서 일신 차원에서 제목도 바꾸자는 의견이 있어 바꾸게 됐어요. '벅스 라이프'부터 '파브르 일기'까지 다양했죠. '정글의 법칙'도 있었는데 타사 프로그램이라 안했죠."

그렇다면 뜻을 알 수 없는 이 독특한 코너 이름은 멤버들 중 누가 먼저 제안했을까. 또한 멤버가 갑자기 김대희와 송병철로 바뀌게 됐는지도 궁금하다.

"김대희 선배가 '징글정글'을 제안했어요. 정글에 사는 친구들이 징글징글할 정도로 힘들게 산다는 의미였죠. 멤버 교체는 아무래도 인지도 있는 선배들이 힘들어 하는 게 더 웃기지 않을까 싶었어요. 나간 친구들에게 미안하기도 했지만 개그맨들 사이에서는 빈번하다보니 서로가 이해했죠."

'마빡이'이후 오랜만에 선보이는 몸 개그 인만큼 '징글정글'에는 주로 '제2의 마빡이'라는 호평이 많다. '마빡이'가 워낙 대단했던 코너였기에 후배로서 부담스럽진 않나.

"마빡이 스타일인걸 알고 시작했어요. 그래도 마빡이때는 이마를 치면서 말을 하는 행동이었기에 그다지 체력적으로 고통은 덜했죠. 저희는 멤버 전원이 파스를 전신에 붙일 만큼 끙끙 앓고 있어요. 저 역시 쇠똥구리 역할이다 보니 공에 다리를 고정시키고 이동해야 하는데 배가 당기죠. 아침에 일어나면 배가 아파요."

고추잠자리부터 매미 등 각자 맡은 역할들이 너무나 잘 어울린다. 멤버들의 캐릭터 구축은 어떻게 이뤄졌을까.

"생각보다 캐릭터 설정은 쉽게 이뤄졌어요. 이런 몸 개그 코너를 해보면 어떨까를 시작으로 저마다 의견을 제시했죠. 다들 마르고 보통 체격이다 보니 몸이 힘들면 충분히 웃길 수가 있는데 전 덩치가 있다 보니 몸이 무조건 힘든 건 예측가능 하니 쇠똥구리가 좋을 것 같았어요."

ⓒ사진=이기범 기자


◆리허설 때도 끊임없는 몸 개그, 아침에 배가 아파

유민상은 새 코너의 홍수 속에서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그들만의 생존전략을 말했다. 그리고 장수코너로 남기 위해 모두들 온 몸에 '파스투혼'을 펼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연출자 서수민PD는 '징글정글'을 본 뒤 어떻게 코너에 대해 평가 했나.

"서수민PD님은 처음에 마빡이 보다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반응을 보이셨어요.
감독님이랑 회의를 거치면서 코너 분위기나 설정이 금방 갖춰졌어요. PD님이 복귀하신 뒤론 바로 멤버 교체가 됐고 재미를 위해 더 단단하게 굳혀가고 있어요."

엎드려 기어가는 동작이나 허리를 꺾는 등 워낙 몸이 고된 움직임들이 많다보니 녹화 전 리허설 때나 실제 연습과정에서도 똑같이 행동하는지 궁금하다.

"연습할 때나 리허설 할 때는 저도 모르게 해당 곤충의 동작을 하고 있어요.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죠. 아무래도 정식 녹화 전 모두에게 보여주면서 리허설을 하는데 말만 힘들다 하면 과연 공감이 갈까요. 그래서 리허설 때도 실전처럼 몸을 움직여요. 그러다 보면 본방 때 체력이 금방 힘들어요."

'징글정글'에는 너무 개성강한 멤버들이 모였다. 수가 많다보니 단합이 중요할 것 같은데 팀의 분위기는 어떨까.

"보통 KBS 공채 기수 중 높은 선배가 코너장을 맡는데 '징글정글'은 김대희 선배님을 두고 제가 코너장을 맡게 됐어요. 아무래도 코너 출발점이 저이고 선배님은 나중에 합류해서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사실 멤버들 나이대가 다 비슷해서 싸우지도 않고 자존심 내세우지도 않으면서 회의해요. 전체적으로 친구 같은 분위기에요."

'개콘'은 서수민PD의 복귀 후 새 코너가 대거 등장하면서 점차 변하고 있다. 혁신의 과정에 놓인 지금 '징글정글'만의 승부수와 차별점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요즘 새코너가 많이 등장했는데 우리 코너만의 장점은 '리얼함'이죠. 사실 '개콘' 코너 들은 이미 틀이 짜여 진 위주로 진행해 애드리브 드물어요. 그러나 우리 코너는 특성상 상황에 따라서 애드리브를 언제든지 할 수 있죠."

ⓒ사진=이기범 기자


◆목표? 개그콘서트를 대표하는 P4의 장동건!

유민상은 인터뷰 후반 자신의 목표를 말했다. 세상에서 제일 잘 할 수 있는 개그를 비롯해 예능과 교양에서도 마음껏 웃음을 전달하고 싶다고 전했다. 현재 프로그램에서 '아빠와 아들'까지 맡고 있는데 또 대중들에게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는 새 코너는 있나.

"원래 '리얼 외국어'라고 해서 후배인 김성원과 새 코너를 계획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미뤄지면서 그런데 시기상 미뤄지다 보니 성원이가 무대에 못 오르게 됐죠. 결국 성원이의 미국인 흉내는 '멘붕스쿨'로 투입돼서 잘됐어요. 저요? 전 일본어를 하는 캐릭터인데 '오타쿠' 이미지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얼마 전 '개콘' 동료들이 KBS 김인규 사장과의 오찬자리에서 프로그램 출연료 문제를 놓고 올려달라며 귀여움 섞인 의견을 말했다.

"실은 저희끼리도 출연료 문제를 놓고 농담 반 애교 반으로 올랐으면 좋겠다고 얘기해요. 선배님들이나 저는 그래도 활동한 지 좀 되었으니까 행사도 하고 방송도 하면서 수입이 확보가 되는데 후배들은 힘들죠. '개콘' 하나만 바라보는데 30~40만 원으로 생활하려다 보니 힘들죠."

한창 방송을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달리며 주가를 올리고 있는 지금 대중들에게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

"요즘에 SBS '신사의 품격'이 '개콘'을 넘어섰다는 말이 많은데 전 당당하게 '개콘'의 장동건이 되겠습니다. 김수영 군은 김민종, 김준현은 김수로, 김지호가 이종혁이 돼 F4가 아닌 'P4(Pig 4)'가 돼 더 능가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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