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vs '압구정' 날라리..달팽이가 더 처졌다

김관명 기자  |  2012.07.06 08:59
처진 달팽이 ⓒ뮤직팜

'그래도 전에는 압구정 클럽에라도 갔지, 이번엔 근처에 얼씬도 못했다.'

6일 0시 공개된 개그맨 유재석과 싱어송라이터 이적의 프로젝트 그룹 처진 달팽이의 신곡 '방구석 날라리'가 지난해 '압구정 날라리' 때보다 더 독하고 절박해졌다. 김제동의 피처링마저 이들의 신산한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방구석 날라리'는 이날 오전 8시 현재 음악사이트 멜론의 실시간 차트에서 1위를 달리며 팬들의 높은 기대를 그대로 반영했다.

시종 80년대 복고 댄스 리듬이 흐르는 '방구석 날라리'는 마음은 이미 클럽에 가 있지만 몸은 방 안에서 이리저리 뒹구는 '찌질한' 청춘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청춘들의 신세란 '양말까지 다려 신은 금요일'에 '클럽 가잔 친구들의 전화만' 기다리는 신세다. 그러다 결국엔 전화 한 통 없이 '어느새 새벽 2시'가 된 바로 그 처량하고 볼품없는 청춘.

'어느새 새벽 2시 어어 불타오를 때/ 어김없이 변함없이 난 여기 방구석 안에/ 나 좀 데려가 줘/ 문자 온 줄 알았는데 TV 불빛이 비춘 거/ 전화 온 줄 알았는데 알람이 켜져 있던 거'('방구석 날라리')

이는 바로 앞서 지난달 5일 형돈이와 대준이가 '안좋을때 들으면 더 안좋은 노래'에서 목 놓아 충고한 처지들과 비슷하다. 헤어진 뒤 집에서 혹시라도 전화와 문자를 기다리는 그 불쌍한 청춘들의 애타는 심정. '새벽 문자소리도 이젠 듣지마 혹시 우리 오빠 아닐까 하겠지만/ 아니아니아니 김미영 팀장이니까 듣지마'('안좋을때 들으면 더 안좋은 노래')

'방구석 날라리'가 듣는 이를 더 속상하게 하는 건 지난해만 해도 '압구정 날라리'를 통해 확인한, '사는 곳은 수유리'여도 자신감 넘쳐나던 청춘들의 호기 같은 게 사라졌다는 것. 압구정 잘 나가는 클럽에서 '나 같은 킹카는 너무 바쁘니 사랑을 꿈꾸지 말아요'라던 이들, 비록 '돈은 없어도 오늘만은 날라리'라며 나름 절박한 심정을 당당히 외치던 이들 아닌가.

여기에 방구석에 처박힌 이들 가슴에 비수를 박은 것은 김제동의 피처링. 오랜 기다림 끝에 울린 전화 벨소리. '김제동'이라 아쉽지만 그래도 전화 온 게 어딘가. "여보세요?..제동이냐?"(유재석) "형님 뭐 하세요?"(김제동) "그냥 있어.."(유재석) "그럼 클럽 안 갈래요?"(김제동) "..너..랑?"(유재석) "..아님다..형님 다음에 갑시다"(찰칵. 김제동)

한없이 가벼울 수도 있었던 '날라리'를 소재로 했으면서도 지난해에 이어 또 한 번 청춘들의 슬픈 구석을 건드린 유재석과 이적. 팀명을 처진 달팽이로 지은 건 이런 이유 때문이었을까. 어쨌든 이번 '방구석 날라리'는 '무도'를 기다리는 많은 무도팬들에 대한 큰 선물인 동시에, 최근 '개가수 열풍에 방점을 찍은 코믹 댄스곡인 건 분명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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