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자신을 '쌍년'이라 말하는 여배우들. 30대를 넘어 인생을 쓴 맛을 알아서일까. 아름다운 외모와 자태로 남심을 홀리던 그들의 '입'이 달라졌다. 청순함을 뽐내던 여배우들이 최근 극장가에서 '나쁜 입'으로 변신했다.
여전히 고운 미모를 과시하고 있는 그들의 입에서 욕은 기본, 독설에 음담패설까지 쏟아지자 영화의 흥행까지 터졌다. 올 한해 '나쁜 입'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은 여배우들을 모아봤다.
◆ '국민 쌍년' 한가인
8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한가인, 외모는 여전히 아름다운데 캐릭터는 완전히 달라졌다.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반듯한 여고생의 모습으로 뭇남성들의 첫사랑을 떠올리게 했던 그가 '건축학개론'에서는 15년 만에 만난 첫사랑으로 나타났다. 그것도 이혼녀가 되어서 말이다.
수지가 연기한 20살 서연의 톡톡 쏘는 매력과 한가인이 연기한 35살의 이혼녀 서연의 톡톡 쏘는 느낌은 사뭇 다르다. 20살의 투덜거림과 까칠함은 그저 귀여워 보이지만 35살의 까칠함은 그의 삶이 보통은 아니었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건축학개론'에서도 여전히 아름답고 청순한 첫사랑으로 되돌아온 줄 알았던 한가인은 제주도에서 엄태웅과 술을 마시는 장면에서 청순 여배우의 틀을 깼다. 목청껏 "X발, X같애"라고 소리를 지르는 서연. '건축학개론'을 본 관객이라면 이 장면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승민의 여자친구의 "오빠가 스무살 때 왠 썅년이 있었다던데"라는 말에 "그 썅년이 나야?"라고 능청스럽게 물을 수 있는 내공. 만만찮은 여인 서연을 20대의 한가인이 연기했다면 그 맛이 살았을까.
◆ 나의 욕은 품격이 다르다 '내 아내' 임수정
욕도 품격이 다를 수 있다. 분명 된소리가 들어간 욕은 아닌데 듣는 사람은 엄청이 기분 나쁘다면 그것이야 말로 '고품격 욕'이다. '내 아내의 모든 것'의 임수정은 바로 이런 고품격 독설의 정석을 보여준다.
'남 욕'에 특화된 정인은 시원하게 '욕'을 퍼부어주는 라디오 프로그램까지 맡게 된다. 욕 한번 하지 못하고 끙끙 앓아온 청취자들을 대신해 시원하게 독설을 한방 먹여주는 정인은 정의로워 보이기까지 한다.
영화 초반, 보는 이도 질려버릴 정도로 엄청난 '나쁜 입'을 가진 정인. 영화를 볼 수록 관객은 알게 된다. 가시 돋친 말들로 중무장한 정인이 사실은 그 누구보다 여린 여인이라는 것을.
◆ "나는...미친년 입니다" '도둑들' 전지현
청순함의 대명사, 남자들의 로망 전지현의 입에서 어떤 놀라운 단어들이 나오게 될지 '도둑들'을 보기 전까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올 하반기 '국민 쌍년'은 전지현이 될지도 모르겠다.
'도둑들'의 섹시한 줄타기 도둑 예니콜 전지현은 당돌함이 하늘을 찌른다. 처음만난 김혜수에게 "원래 나이 많은 언니들이 나를 좋아한다"라고 대놓고 '디스'를 하고, 잠파노(김수현 분)의 방문을 벌컥 열며 "누나가 우리 동생 'XX이'(자위를 뜻하는 은어) 하나 안하나 감시하러 왔지"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하필 주워들은 중국어가 '미친년'이라는 단어여서 어눌한 중국어로 '나는 미친년 입니다'라고 말하기 까지 한다. 이만하면 '글로벌한 나쁜 입'이다.
마치 '엽기적인 그녀'의 전지현을 떠오르게 하는 자유분방하고 톡톡 튀는 매력을 가진 예니콜. '도둑들'은 전지현의 영화 인생에 찾아온 두 번째 전환점이 아닐까. 물 만난 고기처럼 살아있는 전지현의 모습을 극장에서 볼 날이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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