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훈 감독의 '도둑들' 시사회에 가서 영화를 보고 기사를 써 달라는 부탁을 나는 당연히 거절할 수 없었다. 단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은 한국형 블록버스터 감독이, 한 영화에 다 나와도 되나 싶을 스타들을 한 데 모아 일을 벌였는데 다른 사람들보다 2주 전에 본다니. 기자는 정말 좋은 직업이다. 직업상 생각나는 것이 법쪽이라, 영화를 보면서 생길 법한 법적인 궁금증을 풀어드리려고 한다.
Q1. 외국에서 저지른 범죄에 대해 우리나라 법으로 처벌하나?
영화 도둑들의 주요 내용은 멋진 전문털이범들이 마카오에서 시가 300억 상당의 다이아를 훔치는 것이다. 나쁜 짓인 건 맞는데, '로마에선 로마 법을 따른다'고 하지 않았나?
정답은 일단 yes. 우리나라 법으로 처벌 가능하다. 하지만 로마에선 로마 법을 따른다도 맞다. 현지 법으로도 처벌 가능하다. 우리나라 형법 3조에서는 형법을 '대한민국 영역 외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에게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마카오에서 걸리면 마카오법으로 하고 한국 돌아와서 걸리면 한국 형법을 적용한다. 심지어 간통을 처벌하지 않는 나라에서 우리나라 사람이 간통을 저지르고 돌아와도 우리나라에선 간통죄로 처벌된다.
Q2. 다이아를 훔쳐서 수익을 나누기로 한 약속을 안 지키면 법원에 계약위반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까?
영화 스포일러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시놉시스에도 나오는 이야기이므로 적겠다. 영화 '도둑들'에서는 다이아를 훔쳐서 나누기로 하고 사기, 금고털이, 줄타기 기술자 등이 함께 힘을 합한다. 하지만 다이아를 훔치는 과정에서 각자 다른 마음을 품고 합의한 내용을 지키려는 사람은 없다.
만약 이 중 누군가가 약속을 어기고 다이아를 혼자 차지했다고 치자. 왠지 다이아를 차지하지는 못 할 것 같은 앤드류(오달수 분)나 씹던 껌(김해숙 분)이 그 누군가에게 소송을 제기해서 자기 지분을 달라고 할 수 있을까?
정답은 No에 가깝다. 어차피 다이아는 장물이므로 그 사실을 경찰이 알게 되면 그들 사이의 지분 이야기가 나올 수도 없겠지만, 이 부분을 배제한다 하더라도 우리나라 민법 103조에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계약이 유효함을 전제로 하는 소 제기는 받아들여질 리가 없다.(정확히는 소는 제기할 수 있으나 승소할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Q3. 장물을 훔쳐도 절도죄가 되나?
'범죄와의 전쟁'에서는 사기꾼한테 사기를 치고, '타짜'에서는 구라꾼한테 구라를 치더니, '도둑들'에서는 장물을 다시 훔치려고 한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뭐 그런 건가요 감독님? 과연 장물을 훔치는 것은 죄가 될까?
답은 yes. 절도죄가 성립한다. 절도죄는 타인 소유인 물건을 소유자의 의사에 반하여 절취하면 성립하는데, 장물취득자가 아닌 장물의 원소유자가 소유권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절도죄는 여전히 성립한다. 그러니까 자기 것이 아닌 경우, 나쁜 놈 물건을 몰래 가져가도 절도죄는 성립한다는 뜻이다. 장물을 갖고 있던 사람이 거주하는 아파트나 호텔에 침입해서 가져가면 주거침입절도에 해당한다.
경찰이 범죄조직의 숨겨진 보스를 잡거나 전 조직을 뿌리 뽑기 위해 범죄단체에 위장 잠입하는 경우는 영화에서는 특히 흔하다. 아니 그래도 범죄행위에 일부 가담하는 건데 죄는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정답은 대부분 No 이다. 형법 20조는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하고 있고, 이 역시 공무로 볼 수 있으므로 경찰 개인에게 형법상 죄를 묻지 않는다.
다만, 보스 잡으라고 보내놨더니 청부살인도 하고 강도상해 하고 그러면 그것도 무죄일까? 그런 일은 없을 것 없지만 있다고 하더라도 사회상규에 반해서 그런 과도한 행위는 개인적으로 처벌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위장잠입시 형법상 죄는 묻지 않더라도, 경찰이 수사중 피해를 끼친 경우 국가배상법에 의해 국가가 이를 손해배상해 준다. 그리고 과도한 수사행위는 징계감이다.
Q5. 김수현, 전지현, 김혜수는 몇 년 형을 받을까?
먼저 이정재, 오달수, 김해숙씨 등에 죄송하다는 말을 적는다. 개인적 취향으로 한두 분 이름을 앞에 적은 것뿐이다. 세부적으로는 죄가 다르긴 하나 '도둑질' 하나만 볼 때 여러 파트의 기술자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인 것이므로, 절도를 하기 위하여 사기친 사람이나 줄 탄 사람이나 금고 턴 사람이나 다 절도죄의 공범이고, 공범은 단독범과 동일하게 취급한다.
'도둑들'의 전문털이범들이 한 대부분의 행위들이 특가법(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적용대상이고, 그 중 가장 큰 죄가 제5조의8 '절도단체의 조직'과 제5조의4 '상습 절도죄 등의 가중처벌'로, 그 중 보스는(누가 보스인지는 영화를 보세요) 양 죄를 합하여 15년 이상의 징역, 다른 사람들은 아마 7년 6개월 이상의 징역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중국분들은 총을 너무 쏴대서 형 산정도 안 해 봤다. 영화제목이 어쨌든 '도둑들' 아닌가? 김윤석씨를 안 적은 이유는 여러 분이 상상해 보시기 바란다.
영화 홍보 카피가 '한국판 오션스 일레븐'인데, 개인적인 평은 '한국판 히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호화로운 남녀 캐스팅, 최동훈 감독이 줄기차게 이어온 '멋진 나쁜놈' 이미지(피해자가 더 나쁜 놈이라서)는 '오션스 일레븐'과 비슷한 점이 있지만, 멋지게 훔치는 데 주안을 두었다기보다는 도둑들의 이야기에 주안을 두었고, 급기야 총격전까지 이어진다는 점에서 난 '히트'가 떠올랐다.
친구들끼리 내기를 해도 마지막에 몰아주기를 하는데, 도둑들이 합리적으로 분배하고 헤어진다는 게 좀 이상하지 않은가? 도둑들의 안전한 영업(?)을 위해 이 업계에도 변호사가 필요하다는 일종의 안타까움이 들었다. 하지만 불법행위를 방조하는 것은 변호사법 위반이다!
<정희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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