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훈 감독들의 '도둑들'은 가히 스타의 향연이라 할 만 한다. 톱스타 배우 군단이 펼치는 매력만점 캐릭터 연기는 영화의 가장 큰 재미 가운데 하나다. 김윤석, 김혜수, 이정재, 전지현, 김해숙, 김수현, 오달수… 우리 배우의 면면도 화려하지만 그와 호흡을 맞춘 중국 배우들의 포스 또한 만만치 않다.
중국 도둑들의 맏형 첸 역의 임달화(57)의 포스는 특히 강렬하다. 홍콩 느와르의 전성기를 지나 두기봉 감독의 '흑사회'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20년 넘게 무려 150편 넘는 영화에 출연해 온 그는 '도둑들'로 한국 영화에 데뷔했다. 활동한 무대가 다르고 언어가 달라도 배우의 존재감은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씹던껌' 김해숙과의 그레이 로맨스 또한 가슴 설렌다. 50분의 인터뷰 동안 10번 넘게 앉았다 일어나길 마다않았던 이 열정의 배우가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다름아닌 '낭만'이었다.
-과거 영화를 떠올리면 나이를 먹지 않는 것 같다.
▶운동하는 걸 워낙 좋아한다. 탄수화물을 잘 섭취하지 않을 만큼 식단 조절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낙관적인 태도가 중요하다. 여행을 다니며 보고 느끼는 걸 좋아하는 데, 한국에 와서 촬영할 때는 호텔 뒤 산에 가서 등산도 하고 쇼핑도 했다. 한국에서 모자만 100개는 산 것 같다. 앞으로도 자주 오게 될 것 같다. 한강이 보이는 집도 장만하고 싶을 정도다. (임달화는 약 20채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고 깜짝 공개했다.)
집에서는 8살된 딸이 좋아하는 원더걸스의 '노바디'를 틀어놓고 함께 춤을 추며 양치질을 하곤 한다. 이런 모두를 즐기며 사는 게 내가 더 젊게 보이는 이유가 아닐까.
-한국영화에 처음으로 출연했다.
▶너무 즐거웠다. 함께 출연한 10명 배우 모두가 훌륭했다. 그들이 출연한 작품을 봤을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작업하는 과정에서도 그들이 훌륭한 배우라는 걸 다시 느꼈다. '도둑들'의 좋은 점 중 하나가 배우의 연령층이 다양해 각기 다른 관객들이 영화를 즐길 수 있다는 거다. 10대들이 잠파노 김수현을 보고 그 이상은 뽀빠이 이정재를 볼 거고, 남자들은 김혜수, 전지현을 보지 않겠나. 나는 아마 45살 이상들이 좋아할 거다.(웃음)
-최동훈 감독이 중국 배우를 캐스팅할 때 홍콩 영화 관계자들이 모두 첸 역에 임달화를 추천했다고 하더라.
▶제가 첸 역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어서가 아닐까. 평소 낭만적인 면이 있는 걸 알고 있으니까. 그래서 첸과 씹던껌의 로맨스를 감안해서 저를 캐스팅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나는 낭만파다. 매일매일이 낭만적이다.
-함께 로맨스를 그리는 김해숙은 한국의 국민엄마로 불린다.
▶알고 있다. 출연했던 드라마들을 거의 다 봤다. 현장에서도 한국 음식을 직접 해 와서 주시곤 했다. 홍콩 갈 때는 선물로 된장을 싸주시기도 했고. 나는 김해숙씨가 좋아하는 홍콩 아몬드 쿠키를 올 때마다 사와서 선물했다. 이번에도 사왔다. 워낙 좋아하는 배우다. 한국 영화에서의 첫번째 키스신을 김해숙과 했다는 게 너무 좋다. 내가 이미 유부남이라는 게 아쉽다.(웃음)
-김해숙을 안고 펼치는 총격전이 인상적이었다.
-두 사람 모두 모국어가 아닌 일본어로 로맨스 연기를 펼치는데, 절충안이었나.
▶감독의 요구였다. 둘 모두 일본어를 처음 배웠고 잘 몰랐지만 어떤 걸 말하는지는 서로 알 수 있었다. 마음이 통하니까. 촬영하는 동안에는 잠꼬대도 일본어로 했을 정도다. 눈 뜨고 일어나서 화장실에 앉아서도 일본어를 했다. 배우는 이런 식으로 늘 배워간다는 게 재밌다. 다음에는 한국어를 할 수 있는 배역이면 좋겠다. '도둑들' 찍기 전에도 한국어 레슨을 몇 차례 받았다. 호기심이 많은 편이다.
-김수현에 대해서도 미리 알았나.
▶그 전에는 몰랐다. 지금은 너무 잘 안다. '해를 품은 달'에서 연기를 너무 잘 했다. 팬이 늘고 인기가 많아진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또 너무 기쁘다. 이게 감독님의 안목을 반증하는 게 아니겠나.
-평소 모습과 달리 그간 악역이나 경찰 역할을 많이 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내가 악역을 연기하는 걸 좋아하는 건 단순한 악역만 드리는 게 아니라 우정이나 사랑 등 다른 감정과 정서를 담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도둑들'에서도 직업은 악역이지만 이국적인 느낌이 더해지지 않았나. 여행을 하면서 세계 각지를 보고 느끼다보면 그런 다른 정서들이 연기에 이입되게 된다. 그래서 임달화의 캐릭터를 연기하면서도 다른 걸 표현할 수 있는 게 아닐까.
-'도둑들'은 중국 개봉도 준비하고 있다.
▶순조롭게 진행이 될 것 같다. 각국 심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엔딩 등을 조금 수정하면 가능하리라 본다. 중국에서 개성적도 좋을 것 같다. 영화 자체가 너무 재밌다.
-다른 배우들은 '다크나이트 라이즈'와의 경쟁을 신경쓰는데.
▶별 부담이 없다. 한국 관객도 홍콩 관객처럼 자국 영화를 선호하고 지지한다. 제작비는 적지만 로맨스도 있고 통하는 정서가 있고 액션이 있다. 특히나 김수현이 있으니까 걱정 안한다.(웃음) 물론 이정재 전지현 김혜수… 다 든든하다.
-한국 영화를 또 찍고픈 마음도 있나.
▶기회가 되면 한국에서 또 작품활동을 하고 싶다. 물론 한국어를 더 배워야 한다. 김수현과 부자지간으로 나와 한 여자를 두고 삼각관계를 그리면 어떨까. 그리고 여자는 마지막에 나를 선택하는.(웃음) 나는 마피아 두목 아버지인데 벙어리인 설정도 괜찮겠다. 그럼 여자가 김수현을 선택하려나.(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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