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이토록 '핫'한 영화가 있었던가. '도둑들'이 3년 만에 일을 낼 기세다. 개봉 6일 만에 300만을 넘더니 10일 만에 500만 고지를 밟았다. 마치 '괴물'의 흥행 돌풍을 보는 듯하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있는 '도둑들'. 남성 관객들이 섹시한 줄타기 도둑 전지현에 환호한다면 여성 관객들은 '도둑들'의 순정남들에게 마음이 뺏겨버렸다. 서로가 서로를 배신하고 속이는 상황에서도 '사랑'을 위해 한 몸 내던지는 순정파 사나이들, '도둑들'의 순정남들이 있어 여성 관객은 '범죄영화'를 보며 마음이 설렌다.
'도둑들'의 대표 순정남은 김수현이 연기한 잠파노다. '건수'가 있으면 어디든 '예'하고 달려가는 예니콜(전지현)과 예니콜이 부르면 어디든 '예'하고 달려가는 잠파노. 영화 초반 그저 예니콜에게 휘둘리는 치기어린 연하남처럼 보이던 잠파노는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사랑하는 여인을 지킬 줄 아는 멋진 남자다.
탐욕스러운 내면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중국과 한국 도둑들 중 잠파노는 유일하게 순수하다는 단어가 어울리는 남자다. 그는 매번 고분고분 예니콜에게 복종하는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 강한 모습으로 돌변한다. 예니콜을 휘어잡고 진한 키스를 퍼붓는 잠파노의 모습에 설레지 않을 여자가 어디 있으랴. 김수현의 분량이 생각보다 적다는 것에 많은 누나 팬들은 안타까워 할 수밖에 없었다.
최고의 지략가이자 작전 설계자인 마카오박(김윤석)은 또 어떤가. 자신에 대한 오해와 증오로 돌이킬 수 없이 멀어진 팹시(김혜수)에게 마카오박은 단 한 번도 변명을 하지도, 팹시를 추궁하지도 않는다. 그저 묵묵히 자신의 위치에서 팹시를 지킬 뿐이다.
마카오박은 잠파노처럼 마음을 모두 보여줄 만큼 용감하지도, 첸(임달화)처럼 멋드러진 말로 운명을 운운할 만큼 로맨틱하지도 않다. 그러나 마카오박은 말없이, 자신만의 방법으로 팹시를 사랑한다.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처럼 철두철미한 마카오박도 팹시의 위험 앞에서는 모든 것을 내려놓는 로맨티시스트의 면모를 보여준다.
첸과 씹던껌(김해숙)의 사랑은 '도둑들'의 백미다. 예니콜 앞에서 '독수공방'에 대해 논하며 지난 세월을 한스러워하던 씹던껌 앞에 뜨거운 열정을 가진 남자 첸이 나타난다. 그들은 외로이 지낸 지난 세월을 보상하듯 짧지만 열정적인 사랑을 나눈다. 첸을 만난 씹던껌은 마치 첫사랑을 만난 소녀 같다.
다이아몬드 대신 거액의 현금을 챙기고 작전에서 빠지려던 첸은 씹던껌을 정말 '씹던껌'처럼 배신하지 않을까 하는 관객의 걱정을 꺾고 마지막까지 사랑을 지킨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인생의 마지막 사랑에 모든 것을 건 첸과 씹던껌의 슬로우 화면으로 보이는 마지막 순간은 애절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꿈을 잘못 샀다'고 말하는 씹던껌의 마지막 말이 그 애잔함을 더한다.
범죄영화임에도 여심을 자극하는 '도둑들'. 500만 고지를 밟은 '도둑들'이 천만 고지까지 넘어 '국민 영화' 반열에 들 수 있을까. 성별불문 세대불문 관객의 마음을 훔치고 있는 '도둑들'이 최고 흥행 자리까지 훔칠 수 있을지 점점 궁금증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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