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민 "뭔가에 미치고 싶어 연기만 했다"(인터뷰)

김현록 기자  |  2013.04.27 08:59
사진=구혜정 기자 photonine@

'돈의 화신'을 끝낸 박상민(43)은 어딘지 헛헛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연기한 '돈의 화신' 중 하나 지세광이 처연하게 죽음을 맞이한 다음날이었다.

종영한 SBS 주말 드라마 '돈의 화신'에서 지세광은 자신의 대부를 애첩과 공모해 죽인 파렴치한이자, 자신의 아버지를 쓸쓸히 죽게 한 대부를 죽이고 그 아내에게 누명을 씌운 복수의 화신이며, 물불을 안 가리는 저돌적인 검사였고, 끝까지 자신을 사랑한 여인이 안긴 독잔을 마시고선 권총으로 생을 마감한 비운의 사내였다. 1989년 '장군의 아들'로 혜성같이 등장, 25년을 배우로 살아 온 박상민이지만 "이번에도 후유증이 오래 갈 것 같다"고 했다.

"마지막 독이 든 술잔을 기울이는 신에서 오윤아에게 그랬다. '윤아야 고생 많이 했다'고. 오윤아도 대본 읽고 많이 울었다고 하더라. 하필 그 순간에 '이젠 안 버릴게, 같이 살자'하는 평생 듣고 싶었던 말을 듣는데, 감정 조절이 안 되더라면서. 나는 덤덤하게 연기하긴 했지만 마음을 막 후벼 파더라. 보면서도 좀 울었다. 이젠 내 안에 있는 지세광을 떠나보내야 할 때다."

박상민은 지세광을 두고 "요즘 시대, 요즘 사회가 만들어낸 사생아라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자신이 살기 위해서 상대를 최선을 다해 밟는 것이 그의 생존 법칙이었다. 방법이 잘못됐을 뿐, 그 역시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부모의 복수에 나섰고 또 자신이 믿는 정의를 위해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라고 박상민은 설명했다.

사진=구혜정 기자 photonine@

이혼과 이어진 법적 공방으로 온갖 구설수를 겪은 직후 출연한 드라마 '자이언트'에서도 장영철 정경순 작가, 유인식 PD 콤비와 함께 한 박상민에게 '돈의 화신'은 또한 남다른 작품이었다. 하차 이야기까지 나왔던 차에 그를 고집해 캐스팅했던 이들이 2년여만에 다시 그를 찾았다. 장 작가는 시놉시스 만들면 보내겠다며 "(작품) 죽인다"고 한 마디를 했고, 박상민은 시놉시스를 확인하고는 "냅둬" 한 마디를 했다. 작품에 대한 작가의 자신감과 알아서 하겠다는 배우의 자신감이 만난 게 '돈의 화신'이었다.

"그 말 이후에 장 작가가 '그런데 살 쪘냐'고 물어보더라. 샤프하게 나와야 한다기에 다음 날부터 바로 운동을 시작했다. '자이언트'에서 나를 믿고 부르는데 나도 보여줘야 하지 않겠나. 예전에 운동했답시고 믿었더니, 1주일이면 될 일이 2주씩 걸리더라. 얼굴이 너무 안 좋아지기에 음식도 먹어가면서. 그러고 딱 미팅에 나갔더니 장 작가, 유인식 감독이 '오 얼굴 좋은데' 그러더라. 흐뭇했다."

박상민은 배우가 개런티를 받았으면 적어도 그 1.5배, 2배의 몫을 해줘야 자존심을 지키며 다음 작품을 또 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지난 수 년 동안 기를 쓰고 연기만 했다. 쉼 없이 연기했다. '자이언트'의 이성모로 지독한 시간을 보낸 뒤엔 멜로드라마 '남자를 믿었네'라는 작품에 출연했고, 여행 다큐프로그램에 나오기도 했다. '돈의 화신' 직전에는 고려 무신정권 시대가 배경인 사극 '무신'에 출연했다.

뜯어보면 어느 하나 만만한 게 없었다. '돈의 화신' 지세광도 강렬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캐릭터지만, '자이언트' 시절 분노를 꾹꾹 참고 또 분출하며 했던 연기를 보면 지금은 도저히 그렇게 할 수가 없을 정도란다. '무신'을 촬영하던 시절엔 낙마해서 척추가 골절되는 큰 부상을 입은 적도 있었고, 무릎 인대 부상으로 다리가 퉁퉁 붓기도 했다. 그럼에도 '절대 소문내면 안된다'고 버텼다. 자신의 작품이 탈 많은 작품으로 남길 바라지 않아서다.

"힘들다. 당연하다. 그럼에도 계속 작품을 했던 건 뭔가에 미치고 싶어서다. 쉬고 싶지 않았다. 현장에 있어야 잡생각을 안 하니까, 내가 살아야겠다 해서 쉼 없이 연기했던 거다. 물론 기대에 못 미친 작품도 있었지만 후회는 없다. 강압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거니까. 오기로 독기로 정면승부 하는 시간을 보내다보니 느는 게 있더라. 연기. 그럴 때 독기어린 역할을 했다는 게 또 제 팔자인 거다."

힘든 시간이 그에게도 변화를 줬나 보다. 다음엔 가볍고 유쾌한 시트콤에도 도전하고 싶다는 박상민. 한참을 떠나 있던 스크린으로의 복귀도 준비하고 있다고. 주위를 돌아보게 된 점도 긍정적인 변화다. 연기하는 게 진심으로 자신을 버티게 하는 유일한 힘이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자, 자연히 함께 고생하는 스태프에게도 시선이 갔다.

"이번 작품을 끝내고 진심으로 스태프에게 고생하셨다고 인사를 했다. 예전엔 일정 꼬이고 하면 현장 FD에게 싫은 소리도 잘했다. 그랬는데 요즘에야 그 분들이 고생하는 게 보인다. 왜 예전엔 그런 생각을 못 했나 싶다. '한 번 접고 삼겹살 먹자' 해서 회식도 하고 하면서 다져진 게 우리 팀이다. 연말 시상식에서는 'PD상'을 한번 더 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함께 한 PD들이 주는 가장 가치있는 그 상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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