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스껫볼' 정동현 "모델출신 배우 틀 깨고파"(인터뷰)

최보란 기자  |  2013.11.14 09:58
배우 정동현 / 사진=최부석 기자


훤칠한 키에 남다른 맵시. 모델 출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자연히 고개가 끄덕여 지는 배우 정동현(25)이다.

그런데 케이블 채널 tvN '빠스껫볼'에서 민치호 역할로 첫 연기 도전에 나선 정동현은 흔히 시청자들이 가지고 있는 모델 출신 연기자에 대한 이미지와 어딘가 다르다.

잘생긴 얼굴과 순정 만화에서 튀어 나온 듯한 늘씬한 체격, 남다른 카리스마는 런웨이가 아닌 카메라 앞에서도 자연스럽게 뿜어져 나온다. 하지만 전형적인 '차도남'일 것이란 예상과 달리 정동현이 연기하는 민치호는 어딘가 허당스럽고 색다른 매력이 있다.

"민치호라는 캐릭터가 전반과 후반에서 다른 모습이 있는 인물이다. 시대적인 변화를 겪은 후 다른 매력이 드러난다. 시련을 겪은 뒤 무거운 모습으로 변하기 전엔 밝고 재밌는 모습도 있다. 전과 후를 대비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좀 더 밝게 연기해 봤는데 재밌더라. 감독님도 처음엔 우려하셨지만 제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저만의 표현법을 이해를 해 주시더라. 시청자들도 '허당'이라고 부르면서 재밌게 봐주셔서 좋았다."

'빠스껫볼'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지만 농구가 중요한 소재다. 정동현은 '빠스껫볼'에 출연하고 싶은 마음에 오디션에서 '농구를 잘 한다'고 실력을 과장했던 사실을 고백했다. 귀여운 거짓말의 실상을 제작발표회에서 밝혀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거짓말을 들킨 이후로 더 열심히 하고 있다. 감독님이 농구실력을 직접 확인하기보다는 전문 코치님께 실력 검증을 맡겼다. 잘은 못해도 열심히 했더니 좋게 봐주셨다. 현재와는 다른 농구 방법과 농구의 역사, 그런 것들 아니까 재밌고 많이 배우게 됐다. 코치하는 형이 끝나도 같이 하자고 해서. 하다보니까 재밌는 것 같다."

그러나 농구는 사실 당시의 시대상과 그 안에 살다 간 인물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기 위한 수단이다. 연기 첫 데뷔작에 스포츠 드라마라는 독특한 장르, 거기에 시대정신이 깃들어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라 짐작된다.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것은 알았지만 역사에 대해선 잘 몰랐다. 농구의 역사도 알게 되고 농구랑 관련된 시대 배경에 대해서 역사 공부도 하게 된 것 같다. 민치호가 그저 여자 앞에서 자존심 때문에 황국신민사상을 거부하겠다고 내뱉는데, 일이 커져서 많은 시련을 겪게 된다. 시대적인 배경을 겪으면서 가슴 깊숙이 민족정신이 나오게 된다. 어려운 만큼 대본을 읽고 연기 선생님과 많이 분석해 보며 연기하고 있다."

민치호 캐릭터를 재해석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정동현인 만큼 남모를 아쉬움도 있을 것. 정동현은 이야기 배경이나 흐름상 밝은 면을 많이 보여줄 수 없는 점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개인적으로 좀 밝은 면이 더 보여주고 싶고 그런 연기를 해보고 싶었는데 아쉽다. 흐름상 어쩔 수 없는 것인데 밝은 연기를 조금 더 해 봤으면 민치호의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았을까. 저도 좀 장난기가 있고 자존심 강한 면이 있는데 민치호와 많이 비슷하다."

극중 민치호는 어두운 시대상에도 불구하고 부족할 것이 없는 농구스타다. 당시의 '엄친아'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정동현도 다양한 자격증을 소개하며 자신의 '엄친아'로서 매력을 과시했다.

"한식, 양식 자격증이 있다. 하나를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해서. 취미 생활을 하는 건 한 번씩 제대로 배워보고 싶고 자격증 따고 싶고, 그러나 관련된 자격증 더 따고 싶고 그렇게 이어진 것 같다. 제과제빵, 일식도 다 배웠는데 드라마 촬영으로 시험을 못 봤다. 스킨 스쿠버 관련 세세 한 것까지 합하면 15개 정도 자격증이 있다."

조각미모에 다재다능함까지. 자신감 넘치는 정동현이지만 배우로 활동하게 되면서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그는 발음이 현재 자신의 최고 고민이라고 말하며 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현장에서도 늘 연습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촬영이 없는 쉬는 시간에 주로 발음 연습을 한다. 발음이 많이 안 좋아서 코르크 마개를 물고 연습을 하고 있다. 현장에서 다른 배우들이 하는 것도 보고 아직은 배울 게 너무 많은 것 같다."

정동현 처럼 최근 모델출신들의 연기자로서 변신이 일상화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옷 잘 입고 멋진 캐릭터로 제안이 오는 경우가 많은 게 사실. 정동현도 이를 인식하고 있으며 조금은 다른 배우를 꿈꾼다.

"획일화된 틀로 가고 싶지 않다. 연기자도 색깔이 다 다른데 모델 했던 연기자는 비슷한 색깔로 맞춰지는 경향이 있다. 모델 출신은 코믹하면 안 될까. 멋있는 역할만 해야 될까. 모델 출신이라는 것으로 인해서 배우 정동현의 이미지가 갇혀 있는 것은 싫다. 예능에도 정말 나가보고 싶고, 처음이니까 뭐든 다 도전 해보고 싶다. 어떤 색깔도 어색하지 않은 카멜레온 같은 연기자가 되고 싶다."

최보란 기자 r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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