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만 되면 두근두근…나, '상속자들'에 빠졌냐

최보란 기자  |  2013.11.20 15:28
사진=SBS '상속자들' 홈페이지


수요일만 되면 두근거리는 '상속자들' 폐인이 주위에 한 둘쯤 있을 것이다.

SBS 수목드라마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상속자들'(극본 김은숙 연출 강신효 제작 화앤담픽처스, 이하 '상속자들')이 20일 13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과연 수목극 판도를 평정하고 왕관을 쓸지 시선이 모아진다.

'상속자들'은 지난 12회가 15.9%(닐슨코리아 전국 일일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11회 방송분이 기록한 자체최고 시청률 15.4%를 넘어선 기록으로, '상속자들'은 연일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왕좌를 향해 진격하고 있다.

그간 정상을 차지해 오던 KBS 2TV 수목드라마 '비밀'이 떠나면서 이날은 '상속자들'에게 있어 D-DAY나 마찬가지. '비밀' 후속작 '예쁜남자'는 독특한 스토리에 한류스타 장근석이 가세해 만만치 않은 상대다. 과연 '상속자들'은 무사히 왕관을 차지할 수 있을까.

◆ 매력 줄줄 캐릭터의 향연

'상속자들'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는 초호화 캐스팅과 직결되는 다양한 캐릭터의 향연. 한 마디로 '골라 보는 재미'다.

전형적인 백마 탄 왕자님인 줄로만 알았다면 오산. 김탄(이민호 분)은 의외로 전교 꼴등이라는 '허당'에, 스스로 잘생겼다고 떠벌리고 다니는 '자뻑'증까지 갖춘 색다른 재벌 2세다. '금사빠'(금세 사랑에 빠지는 사람)라 할 만큼 차은상(박신혜 분)을 향한 사랑이 갑작스럽지만, 변치 않는 순애보는 인정할 만하다. "나 너 좋아하냐", "나 너 보고 싶었냐" 등 김탄이기에 가능한 이 말투도 유행어가 될 조짐이다.

그에 맞서는 라이벌 최영도(김우빈 분)도 만만치 않은 매력의 소유자다. 나쁜 남자인가 싶었더니 양파처럼 계속 다른 모습이 드러난다. 사랑을 몰랐기에, 사랑을 제대로 표현할 줄 모르기에 은상을 향한 영도의 눈빛은 더 애틋하다. 영도의 짓궂은 행동들이 좋아하는 여자일수록 더 괴롭히는 어린 남자아이 같은 순진함으로 드러나면서 영도를 응원하는 시청자도 점차 늘어날 추세다.

어려움에 처한 은상을 늘 말없이 도와주는 '키다리 아저씨' 윤찬영(강민혁 분), 제국고의 '천연 암반수'를 자처하는 애교만점 조명수(박형식 분)도 탐나는 '귀요미'들이다.

본격 여심 자극용 드라마일수록, 남자 캐릭터 보다 여자 캐릭터가 중요하다. 시청자들이 공감하고 감정을 이입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차은상도 기존의 신데렐라와는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차은상은 주어진 환경을 감내하지 않고 현실과 싸우는 모습에서 오히려 안쓰러움을 자아냈다. 도도한 듯하지만 아이 같은 어리광을 감추고 있어 필사적으로 보이기도. 민폐 캐릭터가 될 수밖에 없었던 기존 드라마 속 캔디와는 달리, 일하고, 뛰고, 울며 강렬한 연기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김탄의 약혼녀 유라헬(김지원 분)은 은상을 향해 거침없는 독설을 날리더니 손찌검까지 마다않으며 악녀 이미지를 굳혔다. 어디서나 도도하고 당당하던 그녀도 여린 속내를 드러내며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어머니의 재혼이 친구들에 알려지면서 결국 남몰래 눈물을 쏟는 유라헬의 모습이 그녀에 대한 시선을 달리하게 만들었다.

이보나(크리스탈 분)는 남자친구 찬영을 핑계로 하면서도 내심 은상을 도와주는 따뜻한 마음씨를 보여주고 있다. 특유의 이보나는 제국고에서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지원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 2030도 사로잡은 발칙한 10대 로맨스

'상속자들' 속 삼각관계가 유난히 흥미진진한 것은 감정 표현이 거침없는 10대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성인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에서는 언제나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사랑에 있어서도 여러 제약에 얽매여 희생하고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많았다. 반면 '상속자들'에서는 탄이 은상에게 2회 만에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고, 영도의 마음을 눈치 챈 뒤엔 육탄전도 서슴지 않는다.

익숙하지 않은 직설적 로맨스가 오글거리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그럴수록 빠져들 수밖에 없는 것이 상속자들의 매력이다. 기존 로맨스 드라마에 없던 '돌직구' 감정 표현이 오히려 신선하다.

탄은 서자라는 위치와 은상과의 집안 격차 같은 것은 신경 쓰지 않고 감정에 솔직하다. 자신의 현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은상조차도 감정을 속이지는 않는다. 사랑 따윈 필요 없을 것 같던 영도도 마찬가지. 세 사람의 삼각관계는 그래서 더 긴장감이 넘친다.

유라헬도 자존심 때문에 감정을 누르거나, 몰래 계략을 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그럼에도 탄의 감정을 어쩔 수없는 그녀의 모습이 여느 악녀와 달리 안쓰럽기도 하다. 이보나의 솔직함도 과연 10대답다. 남자친구 윤찬영을 향한 이보나의 돌직구 애정공세는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철저히 계급으로 나눠진 어른들의 세계와 비지니스의 세계도 '상속자들'의 볼거리다. '상속자들'은 계급을 만든 부모들, 그리고 그 이를 자식들에 물려주려 애쓰는 부모들의 이야기이기도 한 것.

탄에게 어머니로서 인정받고도 더 큰 슬픔에 처한 한기애(김성령 분), 대기업의 회장이지만 두 아들 모두에 미움을 받는 아버지 김남윤(정동환 분), 가난해서 자식들에 한 없이 미안한 엄마 박희남(김미경 분), 사업을 위해 사랑 없는 결혼을 해야 하는 이에스더(윤손하 분) 등의 이야기가 '상속자들'을 지탱하는 뿌리를 이루고 있다.

이처럼 모든 것이 미래와 직결돼 사랑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10대들이기에, 그 이야기가 더욱 가슴 깊이 파고든다.

최보란 기자 r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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