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여정(69)에게 영화 '계춘할망'(감독 창)은 여러모로 배우로서 도전이었다. 스스로 도시적인 이미지가 있을 것이라 판단했음에도 "그런 이미지는 이미 다 소진됐다"고 말하는 한 영화 제작자의 말은 윤여정을 도전하게 만들었다. 영화 촬영 현장에서는 자신보다 어린 감독과 스태프들과 함께 촬영을 함께 하는 것도 도전이었고, 선배로서 싫은 소리를 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윤여정은 배우로서 자신의 소신을 버리려 하지 않았다.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생각하면 이를 굽히지 않았다. 심지어 자신이 '꼰대'라고 말하기도 했다. 꼰대의 입장이 돼야 한다면 하겠다고 했고, 오히려 꼰대가 아닌 척 하는 게 더 이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꼰대라서 좋은 점이 있고 나쁜 점이 있겠지만, 윤여정처럼 이렇게 쿨한 꼰대가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윤여정은 오는 19일 개봉하는 영화 '계춘할망'(감독 창)에서 오매불망 손녀만 바라보는 계춘 역을 맡았다. '계춘할망'은 12년의 과거를 숨긴 채 집으로 돌아온 수상한 손녀 혜지와 오매불망 손녀바보 계춘할망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윤여정은 이 작품을 마치며 "내가 출연한 영화만 보면 단점만 보여서 문제"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계춘할망' 제작자가 내게 '도시적인 이미지가 다 소진됐다'고 대놓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 말 자체가 너무 웃겼어요. 오히려 이 말이 제게는 정말 고마웠어요. 배우로서 도전을 할 수 있게 해줬거든요. 변신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딱 들었어요. 이 작품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 그 제작자에게 정말 고마울 것 같아요."
윤여정은 '계춘할망'을 하면서 자신의 증조할머니가 많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10세 때까지 증조할머니와 함께 살았던 윤여정은 그 때는 너무 싫었던 증조할머니에게 죄송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제가 50세가 됐을 때 문득 증조할머니가 생각나더라고요. 어렸을 때 내 행동에 대해 정말 잘못했다고 무릎을 꿇고 싶었어요. 속죄하는 마음이 컸었죠."
윤여정은 자신이 연기한 계춘의 손녀에 대한 마음을 이어 언급했다.
"이번 영화에서도 보면 계춘은 손녀 혜지(김고은 분)를 위해 무한한 사랑을 주잖아요. 할머니 입장에서는 손녀가 오줌을 싸고 토하는 것마저 예뻐 보일 수밖에 없어요. 특히 계춘이 혜지를 바라보는 시각은 '얼마나 저 어린 아이가 끔찍한 세상을 살았길래 내게 왔을까'였을 거라 생각해요. 꼭 피를 나눠야 한 가족이 아닌 세상이니까요."
윤여정은 '계춘할망'을 통해 만난 김고은과의 연기 호흡에 대해서도 솔직한 생각을 말했다. 윤여정은 '계춘할망' 출연 제안을 받으면서 손녀 역할을 맡을 배우에 대해 김고은을 떠올렸던 당시를 떠올렸다.
"영화 '은교'를 보면서 김고은을 남다르게 봤어요. 작품 속에서 박해일을 바라보는 눈이 정말 달리 보였던 것 같아요. 외모도 우리나라에서는 정말 흔하지 않은 얼굴을 가졌다고 봐요. 제게는 쭈뼛쭈뼛 다가와서 말을 걸었던 때가 생각나는데 오히려 그런 모습이 같이 연기를 하면서 더 잘 맞았다고 생각해요."
사실 윤여정의 김고은에 대한 발언은 잠시 오해 아닌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윤여정은 지난 4월 19일 서울 압구정 CGV에서 열린 '계춘할망' 제작보고회 때 참석해 "김고은이 싹싹하지 않아서 더 마음에 들었다"는 언급을 했다. 윤여정은 이 말에 대해 주위에서 오해를 한 것에 대해 다소 난감한 태도를 보였다.
"극 중에서 손녀딸 역할을 맡아 배우로서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뿐이었어요. 촬영장에서 인사를 더 잘하려 하고 일부러 선물을 더 갖다 주려 하는 행동들이 더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거죠."
촬영 현장에서 윤여정은 생각보다 고생했던 때를 언급하기도 했다. 자신보다 어린 스태프들과 배우, 감독과 함께 촬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분명 쉽지는 않았을 터. 윤여정은 "제가 연기하는 계춘이 어린 혜지를 위해 직접 뱀장어를 잡아 앞주머니에 넣었다 꺼내는 신이 있었는데 (앞주머니에 들어 있던) 뱀장어가 순간 내 사타구니 부분을 물려서 너무 놀라 앞으로 넘어졌었어요. 그런데 순간 화가 났던 건 치료를 바로 받지 못한 상황이 있어서였죠. 남자 스태프들도 뱀장어를 잘 잡지 못하고 다루지도 못하더라고요. 나도 잘 잡았는데 그 때는 좀 답답하더라고요.(웃음)"
윤여정은 인터뷰 내내 특유의 솔직하면서도 거침없는 답변을 구사했다. '계춘할망'을 촬영하며 제주도의 경치를 느낄 새는 전혀 없었다고 말하고, 일에 더 집중하는 입장에서 누군가와 웃으며 여유를 부릴 입장도 아니었다고도 말했다. 심지어 첫 촬영을 하고 나서 이 작품을 포기하고 싶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어 윤여정은 자신이 꼰대라는 점을 직접 인정했다. 일에 집중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가장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이 꼰대가 돼야 한다면 꼰대 노릇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주저하지 않았다. 윤여정은 이에 대한 고집을, 아니 소신을 꺾지 않았다.
윤여정은 스스로 손녀였을 때를 떠올리며 여린 감성을 가졌던 배우였고, 한편으로는 촬영장의 고참 선배로서 프로의 모습을 지닌 배우이기도 하다. 윤여정의 앞으로 활동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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