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씽' 엄지원 "모성으로 시작해 여성으로"(인터뷰①)

영화 '미씽:사라진 여자'의 엄지원 인터뷰

김현록 기자  |  2016.11.25 08:00
'미씽:사라진 여자'의 엄지원 / 사진제공=메가박스플러스엠


영화 '미씽:사라진 여자'(감독 이언희·제작 다이스필름)는 아이를 찾아 헤매는 엄마의 이야기다. 아이를 데리고 사라져버린 보모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배우 엄지원(39)는 닷새의 추적극을 이끄는 엄마 지선이 됐다. 이혼한 여자, 아이를 남에게 맡긴 엄마,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세상은 가혹하다. 주위의 눈총과 불신 속에 엄마는 홀로 아이를, 사라진 여자를 찾아야 한다.

'소원' 이후 또다시 처연한 엄마가 되어야 했지만 엄지원은 망설이지 않았다. 그녀는 왜 "애도 없는데 다시 아줌마 역할을 맡아 이미지를 깎아 먹는 걸" 마다하지 않고 이 이야기에 도전했을까. 50회차가 넘는 촬영 중 2회차 빼고 모든 촬영에 함께했다는 엄지원의 이야기에는 영화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가득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든 건 시나리오였다.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 책을 탁 덮었을 땐 뭐라 말할 수 없는 마음이 밀려왔다. 바로 매니저에게 연락해 하겠다고 했다. 3년 전 '소원'에서 아동성폭력 피해자 어머니로 분해 절절한 연기를 했다는 전력, 다시 아이 엄마 연기를 해야 한다는 부담은 중요하지 않았다.

'미씽:사라진 여자'의 엄지원 / 사진제공=메가박스플러스엠


"'미씽'을 한다고 했을 때 많은 관계자들이 다들 '그거 너무 재밌게 잘 봤어요'라고 하더라. '그런데 왜 안 했어요?' 그랬더니 '우리도 고민했는데 상업적으로…''아 그런데…' 이러더라. 완전히 상업적이라 할 수 없지만 분명한 상업영화고 재미있는 이야기인데 왜 충무로의 흥행공식에 주춤해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이야기로 정면돌파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당시 미혼이었던 엄지원이 '소원' 출연을 결정할 때도 이미지 걱정은 뒷전이었다. 작품의 깊이감을 내가 표현해낼 수 있을 것인가가 고민이었을 뿐이다. 엄지원은 "'소원'이 피해 가족이 아픔을 치유해가는 과정이라면 '미씽'은 지선 자체가 워킹맘 싱글맘이자 비정규 계약직 노동자이기도 하고, 여러 사회적 이슈를 담고 있다"며 "배우로서 상업적인 틀 안에서 우리 살아가고 있는 문제를 그려낼 수 있는 인물을 연기하는 데 사명감 책임감을 느꼈다"고 했다. 앞으로도 그런 작품을 계속하고 싶다는 각오도 다졌다.

"아이를 잃어버려서 뛰고 찾고 하는 이야기라면 저도 보고 싶지 않다. 단순히 자극적인 이야기라면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영화는 분명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모성으로 시작해 여성으로 끝난다. 이 시대에 던지는 화두가 분명히 있다…. 배우로서 낼 수 있는 목소리이자 관객에게 화두를 던지는 일이라 생각하기에 이걸 연기로 표현하는 건 영광이라 생각한다. 시대상, 사회적 이슈가 잘 녹아있는 작품에 가능한 많이 참여하고 싶었다. '소원' '미씽' 두 작품 모두 그런 의미가 더 다가왔다. 아기 엄마로 오해받는 일은 아직 다행히 없다. 저 결혼했는지 모르는 분도 많다.(웃음)"
'미씽:사라진 여자'의 엄지원 / 사진=스틸컷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는 순간도 있었다. 결혼 후에도 활발히 연기 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그녀는 당장에 1주일에 3번씩 집을 찾는 가사도우미 '이모님'과의 관계를 떠올렸다. 좋은 마음에서 이야기하고 편하도록 이야기하는 게 정작 상대에게도 같은 마음으로 다가갈까 의문이 생겼다 했다. "내게 당연했던 일이 상대에겐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걸, 악의 없이 하는 많은 것들이 타인에게 어떻게 비춰지는가를 또한 생각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영화의 화두이자 주제이며 어쩌면 모든 것이기도 한 '여성'에 대해서도 물론 다시 생각하게 됐다.

"지선은 이혼했다고 결혼했다고 애가 있다고 말도 안되는 편견에 시달리고, 남편은 의사고 시어머니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끼고 오니 경찰조차 횡설수설하는 엄마 대신 의사 아빠 말을 듣는다. 아빠는 번듯한 일을 한다는 이유로 아이를 안 봐도 되는데, 지선은 아이를 키우기 위해 일을 하는데도 그깟 일 한다고 애를 못 본다는 이야기를 듣고, 심지어 변호사조차 그 절박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 심지어 찾아간 경찰서에서조차 시큰둥하다. 막말로 내가 최순실 딸이라고 하면 그렇게 하겠나. 난리가 날 거다. 평범한 여자에게 어떤 폭력이 가해지는지가 여실히 드러난다. 우리는 그것조차 일상이 돼 무뎌져 있다."

엄지원은 "지선이라는 인물은 사회가 얼마나 여자에게 얼마나 린치를 가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라며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아닌 게 아니라 그녀가 말하는 지선은 이 시대의 수많은 여성과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미씽:사라진 여자'를 본다면 그녀의 이야기에 분명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으리라. 영화의 개봉일은 오는 30일이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미씽:사라진 여자'의 엄지원 / 사진제공=메가박스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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