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여성영화인상'이란 시상식을 아시나요. 한해 동안 주목할만한 활동을 펼친 각 분야의 여성 영화인을 여성 영화인들이 직접 선정, 시상하는 행사입니다. 늘 여배우 기근에, 여성영화 기근이란 소리를 달고 사는 충무로가 아닙니까. 어디 배우 부문 뿐입니까. 활약하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하나 여성 영화인들은 주류 영화계에서 여전히 소수입니다. 여러 영화 시상식들이 있지만 여성 영화인들이 서로를 격려하고 칭찬하는 이 아기자기한 시상식엔 늘 특유의 따뜻함이 있습니다. 진심어린 축하와 기쁨이 함께합니다.
2016년의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시상식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열렸습니다. 물론 사회자도 여성이죠. 이번엔 소녀시대 윤아가 진행을 맡았습니다.
신인상은 '아가씨'의 김태리가 받았습니다. 연기상은 '비밀은 없다'의 손예진이 수상했습니다. 탁월했던 연기, 출중한 매력이야 말할 것도 없고, 김태리와 손예진 모두 뻔한 스테레오 타입에서 벗어난 당당하고도 다부진 캐릭터로 시선을 붙들었던 터라 더욱 고개가 끄덕여지는 결과였습니다. 김태리는 감격스러워 하며 "상이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평단의 찬사를 끌어낸 '비밀은 없다'에 이어 '덕혜옹주'로 관객의 사랑까지 한몸에 받았던 손예진은 "올해 선보인 두 작품 모두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며 남다른 감흥을 전했습니다.
최고 영예라 할 수 있는 '올해의 여성영화인상'은 배우 윤여정이 받았습니다. 그녀는 '죽여주는 여자'(감독 이재용)에서 이른바 '박카스 할머니' 역할에 도전, 노년의 삶과 죽음을 다시 돌아보게 하며 데뷔 50년을 맞은 큰 배우의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윤여정은 "너무 고령이라 여성이 아니라 그냥 사람이라 생각하는 나이가 됐다"고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윤여정은 좋은 작품이 있다면 비중을 가리지 않는다며 김태리 손예진을 향해 "주인공만 하려 하지 않아도 된다"며 대선배로서의 조언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수상자는 이들이 전부가 아닙니다. 초등학교 5학년 소녀들의 관계맺기를 담담하고도 섬세하게 그린 '우리들'의 윤가은 감독이 감독상을, 실종된 딸을 찾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그린 비범한 스릴러 '비밀은 없다'의 이경미 감독이 각본상을 받았습니다. 할리우드 대작의 틈새에서 100만 흥행에 성공한 저예산영화 '날, 보러와요'를 만든 OAL 김윤미 대표와 김이정 이사, 발렌타인필름의 최연주 대표가 제작자상을 가져갔습니다. 불온하다는 딱지 속에 증오의 대상이 되어버리는 한국 레즈비언의 이야기를 담아낸 '불온한 당신'의 이영 감독이 다큐멘터리상을 받았습니다. 또다른 깜짝 흥행작 '럭키'의 홍예영 사운드 슈퍼바이저가 기술상을 받았고, '글로리데이''우리들''자백' 등 작지만 강한 영화들은 연이어 소개한 엣나인필름이 홍보마케팅상을 받았습니다.
수상의 기쁨을 안은 모든 '올해의 여성영화인'들께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축하를 전합니다. 수고하시고 고생하신 여러 여성영화인들이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그 후년에도 활약해주시길 또한 바랍니다. 모두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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