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 징역 8월' 법원, 왜 검찰 구형 넘어섰나

서울지법=한동훈 기자  |  2017.03.03 10:37
강정호가 음주운전 및 사고 후 미조치 혐의로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사진=뉴스1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메이저리거 강정호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에 처해졌다.

예상외의 선고였다. 검찰이 구형한 벌금형을 넘었다. 반복된 범죄에 엄중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4단독 조광국 판사는 3일 도로교통법을 위반(음주운전과 사고 후 미조치)한 강정호에 벌금형이 아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월 22일 열렸던 첫 공판기일에서 검찰은 벌금 1500만원을 구형했다. 당시 강정호 측은 혐의 사실 일체를 인정했다. 잘못을 깨끗이 인정해 깊이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며 선처를 호소했다. 이변이 없는 한 벌금형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였으나 재판부는 단호했다.

강정호는 12월 2일 서울 삼성역 인근서 면허 정지 수치인 혈중 알코올 농도 0.084%의 수치로 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냈다.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반대편 차로까지 침범했다. 하지만 별다른 조치 없이 달아났다. 강정호는 2009년과 2011년에도 음주운전이 적발돼 벌금형을 받은 바 있다. 당시에는 사고는 없었지만 이번에는 본인 외에 피해자를 발생시킨 것이다.

재판부는 강정호의 음주운전이 반복됐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애초에 검찰은 강정호를 벌금 1500만원에 약식 기소했는데 정식 재판에 회부한 것도 법원이었다. 조광국 판사는 "음주운전은 교통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잠재적으로 중대한 범죄다. 때문에 도로교통법은 음주운전 2회 이상 적발된 후 또 같은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 가중 처벌한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강정호는 약식 기소로 끝날 경우 소속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스프링캠프에 정상 합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식 재판으로 넘어갔고 또 벌금형이 아닌 징역형을 받아 비자 문제까지 꼬였다. 올 시즌 첫 단추가 완전히 틀어졌다.

재판부 또한 이를 언급하며 많은 고민 끝에 결정한 사안임을 밝혔다. 조광국 판사는 "피고인이 혐의를 모두 인정한다. 재판부 입장에서 비자 문제 등을 고려해 상당히 고민했다"고 하면서도 "강정호는 벌써 벌금형을 2차례 받았다. 벌금형은 이제 더 이상 (강정호에게) 형벌의 기능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전에 다른 범죄 혐의가 없고 피해자들과 모두 합의한 점을 참작해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에 처한다"고 선고했다.

한편 강정호는 10일 이내에 항소할 수 있다. 강정호는 "죄송하다. 많이 반성한다"는 한 마디만 남기고 입을 굳게 다문 채 법원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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