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스틸러] '해빙' 신구, 82살에 변신할 수 있는 내공이란

이경호 기자  |  2017.03.05 10:08
신구/사진=영화 '해빙' 스틸컷


원로배우 신구는 그동안 친근하고 자상한 매력으로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런 그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해빙'을 본 분들은 공감할 것 같습니다.

신구가 출연한 '해빙'은 얼었던 한강이 녹고 시체가 떠오르자 수면 아래 있었던 비밀과 맞닥뜨린 한 남자를 둘러싼 심리스릴러입니다. 조진웅이 주연을 맡아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죠.

신구는 극중 정노인 역을 맡았습니다.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은 알겠지만 정노인은 주인공 승훈(조진웅 분)이 살인사건의 악몽에 빠지게 하는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사실 그의 첫 등장은 동정심을 이끌어 냅니다. 치매 노인이기 때문인데요. 초점없는 눈빛과 어눌한 말투, 누군가 옆에 없다면 무슨 사고를 칠 줄 모르는 힘없는 노인입니다. 이런 노인이 수면내시경을 받던 중 살인사건에 대해 언급하면서, 상황은 반전을 이루게 됩니다. 그저 잠꼬대인 것마냥 한 말이지만 주인공 뿐만 아니라 영화를 보는 이에게도 '의심의 싹'을 틔우게 만들어 버립니다. '목격자일까, 범인일까'라는 의심을 하게 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영화 '해빙'에서 신구와 김대명/사진='해빙' 스틸컷


이 덕분에 승훈이 정노인을 바라보는 모습이나 반대의 모습은 종종 모골을 송연하게 만듭니다. 지긋이 치켜 뜨는 눈은 매섭습니다. 그러면서 나직이 읊조리는 말은 섬뜩하죠. 종종 치매로 인해 철부지 같은 아이처럼 순박한 미소를 짓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두 얼굴의 노인이죠.

신구의 매력은 최근 종영한 KBS 2TV 주말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서처럼 차분하고, 인자한 할아버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 tvN '꽃보다 할배'를 통해 '구야형'으로 불릴만큼 종종 엉뚱하기도 하지만 사람 편하게 하는, 그래서 다가가고 싶은 매력이 있죠. 하지만 '해빙'에서는 이 모든 것을 몇 번의 등장으로 뒤집어 버립니다. 오싹한 미소와 함께 말이죠.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나면 다음에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됩니다. 신구는 올해 82살입니다. 그 나이에도 여전히 새로운 모습을 보일 수 있다니 경탄할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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