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민(30)은 연기를 참 맛깔나게 하는 배우다. 연기하는 사람이니까 당연하지만, 매번 다시 태어나 연기하는 듯하다. 영화 '아티스트:다시 태어나다'(감독 김경원)에서도 그렇다.
그가 출연한 '아티스트:다시 태어나다'(이하 '아티스트')는 어느 날 눈을 뜨니 세상을 발칵 뒤집은 아티스트로 탄생한 지젤(류현경 분)과 또 다른 아티스트 재범(박정민)의 살짝 놀라운 비밀을 다뤘다. 오는 9일 개봉이다.
박정민이 연기한 재범은 아티스트를 통해 진짜 예술을 만들어내고 싶은 갤러리 대표 겸 아티스트다. 작품, 스타를 발굴해 내는 타고난 눈을 가진 능력자다. 지젤이란 이름의 무명화가 오인숙의 작품을 보고, 위대한 아티스트로 만들어 내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 예술가의 신념, 성공을 위해 거짓말 혹은 세상과 타협하려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같은 캐릭터의 성격에 박정민은 "고민하고 있던 것과 맞닿아 있어서 저한테 와닿은 캐릭터였다"고 털어놓았다.
"사실 이 영화 촬영 즈음에 고민이 있었어요. 성공을 위해 신념은 어떻게 버려야 하고, 그렇다면 대체 어느 정도인지, 또 타협이란 건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었죠. 실제로 제가 하는 고민이 캐릭터에 있으니 잘 해낼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선택하게 된 거였죠."
박정민의 고민은 누구나 할 수 있으면서도 제법 심각했던 고민이었다. 2015년 4월 '아티스트'를 촬영했는데, 그 때가 '동주' 촬영 3일 후 크랭크인 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웃으면서 얘기해도 당시에는 꽤 심각한 상황이었다고 했다.
"저를 통해 비지니스를 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매니저, 감독님, 제작자들이에요. 그들은 분명 저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게 있을 텐데, 저는 100% 만족시킬 수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연기적으로 고민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를 못했죠. 이 작품도 재미있는데 해야 될지 말아야 될지 고민하다가 매니저한테 얘기를 했는데, 하면 될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또 관계자분들이 제 고민에 대해 불편하지 않게 해줄 수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 분들을 믿고 이 작품을 하게 된 거예요."
박정민은 '아티스트'를 하기 전 슬럼프의 끝, 절정에 도달해 있던 상태였다고 밝혔다. 그래서 도피성 유학까지 생각하고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동주'(감독 이준익) 할 때가 진짜 슬럼프의 끝이었죠. 도피 유학 가려고 했어요. 영국이었는데, 괜히 멋있어 보일 것 같아서요. 사실 도피라서 어디를 가나 상관은 없었어요. 워킹홀리데이도 생각했었으니까요. 그 때 많은 작품이 들어오던 시기였는데, 다행히 이준익 감독님이 저를 끌어올려 주셨어요. 아마 이 일에 조금 지쳐있었던 것 같아요."
그가 정말 도피성 유학이라도 떠났더라면 한동안 볼 수 없었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런 슬럼프를 겪고, 마음을 다잡고 '아티스트'에 출연한 박정민은 이번 작품에 대해 주변에서 "기대 안 했는데 재미있었어"라는 반응이 있었다면서 활짝 웃는다. 이 정도면 유학 안 가고 배우로 남아 있길 잘 한 일이었다.
슬럼프도 훌훌 털어버린 덕분일까. 그는 이번 작품에 열정을 많이 쏟았다. 류현경과 호흡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는 자신도 모르게 '박정민의 연기 열정이 이정도였다'는 것을 털어놓았다.
"저도 누나(류현경)도 감독님도 대본 얘기를 많이 했어요. 촬영 전에 누나랑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나눴죠. 특히 감정의 폭 차이가 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촬영 전에 서로 의견을 나누다가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감독님한테 가서 의견도 제시해서 수정해 보려고 했어요. 영화와 캐릭터를 그들만(예술계)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박정민은 '아티스트'를 하면서 류현경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자신이 버틸 수 있게 해 주던 사람 중 한 명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사실 두 사람의 친분은 꽤 두텁다. 박정민과 류현경이 얼마 전 tvN '현장토크쇼-택시'에 출연해 친남매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방송에서 류현경이 박정민이 월세도 내줬다고 말할 정도였고, 이 정도면 두 사람이 얼마나 가까운 사이인지 알 수 있다.
"실제 누나와 친분이 두터운 것은 맞아요. 하지만 와전된 게 있는데, 방송에서 말했던 월세에요. 누나가 대본 연습도 하고, 영화도 보는 연습실 같은 곳이 있어요. 방송에서 크게 부풀려져서 나온 거예요. 많은 돈을 내준 건 아니거든요. 또 태블릿PC도 선물해줬는데, 사실 제가 가지고 있다가 안 쓰는 것을 준 거였어요. 이런 게 미담처럼 부풀려져서 부끄러울 따름이에요."
이번 작품에서 박정민은 류현경이란 여배우와 멜로까지는 아니지만 이성 간의 묘한 기류를 풍기기도 했다. 시작은 있었지만 끝은 없었던 남녀의 만남이다. 영화 속과 달리 실제 연애 상황은 어떤지 묻자 "연애는 남자와 여자가 하는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연애 하고 싶죠. 그런데 여자가 없어서 못하고 있어요. 심지어 작품도 여자 파트너가 거의 없어요. 가장 최근에 연극에서 만난 문근영이 있는데, 저한테는 남자친구와 같은 친구였어요. 유독 남자 배우들과 작품을 하는데, 계속 그러고 싶지 않아요. 여배우들과 촬영 해보고 싶어요."
여배우와 촬영하고 싶다는 박정민이지만 공교롭게도 차기작인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이병헌과 호흡을 해야 한다. 이 작품은 한물간 복싱선수인 형(이병헌 분)과 지체장애가 있는 천재 피아니스트 동생(박정민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여배우와 호흡을 기대하고 있어 아쉬울 법도 하겠지만 일단 박정민은 이병헌과 연기에 내심 큰 기대를 하고 있다.
"오는 6월부터 본격적으로 촬영에 들어가요. 이병헌 선배님은 제가 존경하는 선배님이에요. 제가 누가 되지 않으려고 엄청 노력하고 있어요."
박정민은 '그것만이 내 세상'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제가 써달라고 통사정 했다"고 털어놓았다.
"시나리오가 정말 재미있었어요. 그래서 매니저한테 '저는 이거 정말 하고 싶어요'라면서 장문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죠. 그래서 하게 된 거에요. 하게 해 달라고 통사정 했죠. 이 작품 안 하게 되면 속상할 것 같았어요."
박정민은 최근 다작하는 배우 중 한 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드라마, 영화 등 연이은 작품 출연은 그의 이름을 알리고 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아직 멀었다고 한다.
"길거리에 나가면 여전히 사람들이 절 못 알아봐요. 저 좀 알아봐 달라고 오픈하고 다니는데도 말이죠. 저는 더 열심히 해야 된다는 생각이에요. 대중적으로 아직 멀었죠."
자신을 낮추는 배우 박정민이지만 연기에 대한 열정만큼은 결코 낮지 않기에 언젠가 길거리도 다니기 힘들 정도로 대중적인 배우가 될 날도 멀지 않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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