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연 감독의 '해빙'이 그럭저럭 손익분기점을 맞출 것 같습니다. 110만명 내외가 손익분기점인데 100만명을 넘겼으니 얼추 들어맞을 것 같습니다. 개봉 첫날인 3월1일 38만명이 들었던 걸 고려하면 아쉽긴 합니다. 결과론이긴 하지만, 개봉을 갑작스레 일주일 앞당긴 게 신의 한수가 됐습니다. 삼일절 특수를 톡톡히 봤으니깐요.
'해빙'은 아내와 이혼하고 중소도시로 이사 온 의사가 이웃이 연쇄살인범이라고 의심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입니다. 심리 스릴러를 표방합니다. 주인공 조진웅이 겪는 마음고생을 여러 갈래로 혼란스럽게 끌고 갑니다.
'해빙'은 가제가 '푸른수염'이었습니다. 영어 제목은 지금도 'Blue beard'입니다. 푸른수염 이야기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해빙'이 어떤 이야기일지 유추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푸른수염은 악명 높은 프랑스 연쇄 살인범 질 드레의 별명입니다. 잔 다르크와 같이 영국과 백년전쟁을 마무리한 프랑스의 영웅이었죠. 하지만 질 드레는 잔 다르크가 마녀로 몰려 화형을 당하자 낙담합니다. 귀향한 뒤 흑마술에 빠졌다는 소리를 들었죠. 수많은 아이들을 납치해 죽였다는 혐의를 받았고 결국 사형을 당했습니다. 귀족 작위와 모든 재산도 몰수당했죠. 그가 당시 프랑스 권력자들의 눈밖에 났기에 누명을 쓴 게 아니냐는 반론도 있지만, 아무튼 푸른수염은 지금까지 연쇄살인마의 대명사로 여겨집니다. 샤를 페로의 잔혹동화에선 여러 명의 아내를 죽였다고 변주되기도 했고, 오페라로도 만들어질 만큼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애초에 '해빙' 제목을 '푸른수염'으로 한 것도, 영어제목을 그렇게 정한 것도, 연쇄살인범 이야기를 담아냈기 때문입니다. '푸른수염'이 무슨 의미인지 모호하다, 자칫 제목이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 등등의 이유로 '해빙'으로 바뀌었습니다.
'해빙'이 '푸른수염'보다 좋은 제목인지, '푸른수염'이 '해빙'보다 더 좋은 제목인지는 생각에 따라 다를 듯 합니다. 다만 '푸른수염'이 '해빙'의 스포일러가 될 거라고 생각되진 않습니다. 오히려 제목에서 선명성이 도드라졌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뭐, 영화 흥행이 더 잘 됐으면 이것도 다 후일담으로 남았겠지만요. 푸른수염이 '해빙'에 어울리는 제목일지, 극장에서 확인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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