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오타니 로또' 에인절스, 오프시즌 판 새로 짠다

장윤호 기자  |  2017.12.12 09:10
입단식을 가진 오타니. /AFPBBNews=뉴스1

공식 입단식까지 마쳤지만 일본의 야구천재 오타니 쇼헤이(23)가 왜 LA 에인절스를 선택했는지는 아직도 분명치 않다. 오타니는 지난 11일(한국시간) 캘리포니아주 애나하임의 에인절 스타디움에서 열린 에인절스 입단 기자회견에서 메이저리그의 여러 명문구단들과 우승후보 팀들의 구애를 뿌리치고 에인절스를 선택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 대신 “그냥 에인절스에 강한 끌림을 느꼈다”고만 말했다.

하지만 오타니가 에인절스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이었든지 간에 결정은 내려졌고 그 결정 하나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현 세대 최고의 야구천재 마이크 트라웃(26)을 보유했지만 트라웃이 풀시즌을 뛴 지난 6년간 플레이오프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던 에인절스는 사실상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영입전에서 뜻밖의 승리를 거두면서 갑자기 구단 전체의 운명이 달라진 것을 실감하고 있다. 에인절스가 마지막으로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승리한 것은 8년 전인 지난 2009년으로 트라웃은 그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25번으로 에인절스에 지명됐었다.

오타니는 에인절스로선 말 그대로 로또에 당첨된 것 같은 효과를 안겨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FA시장에 나왔더라면 2억달러 이상 급이라는 선수를 거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돈으로 붙잡은 셈이니 그 효과가 엄청날 것임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오타니의 합류는 장기적으로 에인절스 구단의 방향을 변화시켰을 뿐 아니라 당장 이번 오프시즌의 과제부터 바꿔놓았다. 올해 에인절스는 80승82패의 성적으로 아메리칸리그(AL) 서부지구 2위에 올랐으나 서부지구 우승팀인 휴스턴 애스트로스(101승61패)에는 무려 21게임차로 뒤졌다. AL 와일드카드 순위는 2위 미네소타 트윈스(85승77패)에 5게임차 뒤진 공동 3위였다. 시즌 막판까지 플레이오프 희망을 품어보긴 했지만 현실적으로 월드시리즈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던 팀이었다.

그리고 오타니가 품안으로 뛰어들기 전까지 에인절스의 내년 시즌 전망은 올해와 비슷하거나 약간 나아지는 수준 정도로 예상됐다. 팬그래프는 내년 시즌 에인절스의 예상 승수를 올해보다 4승 늘어난 84승으로 전망했다.

마이크 트라웃./AFPBBNews=뉴스1

사실 월드시리즈 챔피언 휴스턴이 버티고 있는 AL 서부지구 소속으로 약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우승후보도 아닌 에인절스의 처지는 한마디로 애매했다. 이번 오프시즌에 전력 보강을 위해 상당한 투자가 필요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문제는 웬만한 투자로는 성적을 조금 끌어올릴 수는 있어도 우승후보 대열로 올라서기엔 어림없다는 사실이었다. 특히 휴스턴외에도 뉴욕 양키스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보스턴 레드삭스 등이 모두 막강한 전력을 구축한 AL에서 이들을 모두 추월해 우승에 도전하려면 갈 길이 멀다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것이었다.

지난 2011년 에인절스는 명예의 전당급 거포 알버트 푸홀스를 10년간 2억5천400만달러라는 어마어마한 계약으로 영입한 데 이어 왼손선발 C.J. 윌슨과 5년간 7천750만달러에 계약하고 2012년엔 전 MVP 조시 해밀턴을 5년간 1억2천500만달러에 계약하는 등 FA시장에서 엄청나게 야심적인 투자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꿈꿨던 적이 있다. 2011년 막판엔 최고 유망주 트라웃까지 빅리그에 올라왔으니 모든 것이 생각대로만 이뤄졌더라면 에인절스는 이들을 앞세워 월드시리즈 타이틀 1~2개는 따냈어야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푸홀스와 해밀턴의 FA 계약은 아직도 에인절스의 발목을 잡고 있는 참담한 실패가 됐고 그로 인해 빅리그에서 첫 6년간의 성적만으로도 명예의 전당에 오를 만한 트라웃의 눈부신 커리어가 플레이오프 1승도 없이 허비되고 있다. 더구나 다음 달에 만 38세가 되는 푸홀스에게 아직도 4년간 1억1천400만달러라는 ‘처치 곤란’ 계약이 남아있어 어떤 확실한 희망이 없는 한 추가적인 대형 계약은 생각하기 힘들었다. 반면 트라웃은 오는 2020년 시즌을 마치면 FA로 떠나갈 여지가 있어 트라웃이 있는 동안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만 증폭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오타니라는 대어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은 에인절스로서는 천운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 사건이다. 에이스급 투수와 중심타자를 한꺼번에, 그것도 메이저리그 최저연봉으로 건지는, 속된 말로 ‘대박’을 잡은 것이다. 갑자기 그 전까지 없던 희망이 생겼고 모든 것이 달라졌다.

에인절스는 당장 이번 오프시즌 과제부터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내년부터 휴스턴에 도전장을 내고 최소한 와일드카드를 노려볼 수 있는 위치가 되면서 그에 따라 오프시즌 전력보강 계획도 달라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일단 에인절스는 절실하게 필요한 2루수와 3루수 보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에인절스는 그동안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2루수 세자르 에르난데스 트레이드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지만 필라델피아가 대가로 요구한 수준급 선발투수를 내주기 힘들어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는데 이제 오타니의 가세로 가능성이 한결 커졌다. 애르난데스 영입이 여의치 않다면 FA시장에서 닐 워커를 영입하거나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서 이안 킨슬리를 데려오는 안도 거론되고 있다.

3루수로는 FA시장에서 마이크 무스타카스 영입설이 무게를 얻고 있다. 오타니의 가세 전까지도 에인절스 팬들은 올해 무스타카스를 잡느니 차라리 1년을 기다린 뒤 내년 FA시장에 나올 매니 마차도(볼티모어)를 잡는 편이 낫다는 주장을 했다. 올해 무스타카스를 잡을 돈으로 FA 1루수 카를로스 산타나를 데려와 1루를 보강하고 내년에 마차도를 영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오타니의 합류로 지명타자 자리를 그에게 내주게 된 푸홀스가 1루수로 나서는 경기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면서 산타나에 대한 절실함이 사라지게 됐고 당장 내년 페넌트레이스에 뛰어들 희망이 생기면서 1년 후 마차도를 기약하기보다는 올해 무스타카스를 데려와 내년부터 우승도전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다르빗슈./AFPBBNews=뉴스1

또 FA시장에서 다르빗슈 유나 제이크 아리에타 등 선발투수나 그렉 홀랜드, 웨이드 데이비스 같은 마무리투수 영입에도 뛰어드는 것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선수들은 오타니가 오기 전까지는 에인절스에게 ‘필수품목’이 아니라 ‘사치품목’으로 분류됐던 선수들이었으나 이젠 사정이 달라졌다. 이들을 데려오려면 상당한 투자를 해야 하지만 오타니라는 엄청난 로또를 터뜨린 입장에선 우승을 위해 필요하다면 투자가 가능하다는 쪽으로 상황이 변했다.

라스베이거스 도박사들은 오타니가 에인절스를 선택했다는 뉴스가 나오자마자 에인절스의 내년 월드시리즈 우승 배당률을 50-1에서 30-1로 끌어내렸다. 앞으로 에인절스가 어떻게 전력보강 작업을 진행하느냐에 따라 그 배당률은 더 내려갈지 모른다.

이제 에인절스에 닥친 당면 과제는 두 명의 야구천재 트라웃과 오타니가 힘을 합치게 된 시간동안 우승의 기회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당장 내년은 아니더라도 트라웃이 FA시장에 나서기 전인 앞으로 2~3년 안에 승부를 보겠다는 생각으로 나서야 한다. 과연 에인절스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 같은 ‘오타니 대박’의 행운을 우승으로 연결시킬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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