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부상·심판·퇴장... 악재 또 악재, 그래서 더 감동적이었다
② "4년간 똑같은 방향으로 준비" SON도 인정, 감독 교체 없는 '연속성의 힘'
③ 21살 강인·24살 규성·26살 민재·희찬·인범까지... 4년 뒤가 더 설렌다
손흥민과 김민재(26·나폴리), 두 에이스의 존재는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 기대감을 갖게 한 가장 큰 이유였다.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 그리고 이번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 최고 수비수가 공격과 수비에서 각각 버틴다는 점 하나만으로 역대 최고 전력이라는 평가가 나왔을 정도다.
다만 애석하게도 손흥민과 김민재의 이번 월드컵 활약은 부상이라는 변수 탓에 '100%'를 선보이지는 못했다. 손흥민은 월드컵을 앞두고 눈 주위 뼈 네 군데가 골절돼 수술대에 올랐고, 결국 4경기 내내 마스크를 착용한 채 경기에 뛰었다. 김민재 역시 우루과이와의 1차전부터 부상을 당해 포르투갈과의 3차전엔 결장했다.
그래도 손흥민과 김민재의 '부상 투혼'은 한국 축구를 16강으로 향하게 하는 중요한 버팀목이 됐다.
손흥민은 마스크 때문에 좁아진 시야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도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황희찬(26·울버햄튼)의 결승골이자 16강을 이끄는 천금골을 어시스트했다. 소속팀에서 '혹사' 수준으로 뛰었던 김민재도 종아리 근육 부상을 안은 채 2차전 가나전에 출전했고, 마지막 브라질과의 16강전에서도 투혼을 보여줬다.
두 에이스의 이같은 투혼에, 한국 축구의 미래를 이끌 신예들이 깜짝 활약을 더하면서 벤투호는 12년 만에 16강 역사를 썼다. 특히 이강인(21·마요르카), 조규성(24·전북현대) 등 이른바 라이징 스타들이 대표팀의 핵심으로 빠르게 잡았다는 점은 이번 월드컵의 가장 큰 소득 중 하나로 꼽힌다.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감독의 외면 속에 월드컵 엔트리 승선 여부조차 불투명했던 '막내' 이강인은 극적으로 최종 엔트리에 오른 뒤 월드컵 기간 내내 '특급 조커'로 맹활약했다.
공격수 조규성은 이번 월드컵에서 탄생한 '최고의 스타'였다. 황의조(30·올림피아코스)의 백업 공격수가 아닌 주전 자리를 꿰찼다. 가나전에서는 한국 축구 역사상 최초로 한 경기에 두 골을 터뜨리는 새 역사까지 썼다.
가나전뿐 아니라 그는 포르투갈과 브라질전에 모두 선발로 출전해 단숨에 대표팀 주전 공격수로 발돋움했다. 이제는 기정사실처럼 된 유럽 진출을 통해 4년 뒤엔 '유럽파 스트라이커'로서 월드컵 무대를 누빌 가능성이 커졌다.
이밖에 황인범(26·올림피아코스)은 4경기 모두 선발 출전하며 중원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고, 황희찬(26·울버햄튼)도 초반 2경기 부상 결장의 아쉬움을 포르투갈전 결승골과 브라질전 활약으로 털었다. 나상호(26·FC서울)나 백승호(25·전북) 등을 더해 1996~1997년생 선수들의 존재감도 돋보였다.
이처럼 이번 월드컵을 통해 대표팀 핵심으로 떠오른 '라이징 스타'들은 손흥민과 김민재 두 에이스의 건재와 맞물려 다음 월드컵을 더욱 기대케 하는 요소가 됐다.
2026년이면 우리 나이로 35살이 될 손흥민이지만 "국가에서 날 필요로 할 때까지는 최선을 다해 한 몸을 던지겠다"며 북중미 월드컵 출전을 시사했다. 수비의 핵심인 김민재는 지금의 실력에 경험까지 더해진 그야말로 '괴물 수비수'로서 한국 축구의 수비를 책임질 전망이다. 둘의 존재는 그때도 대표팀의 '정신적 지주'가 될 수 있다.
여기에 이번 카타르 대회를 통해 가능성을 보여주고 월드컵 경험까지 쌓은 선수들은 4년 뒤엔 훨씬 더 성장한 모습으로 대표팀 주축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이번 대회 이강인, 조규성처럼 한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신성들이 새롭게 등장해 깜짝 활약을 더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카타르 월드컵은 '우리도 세계적인 팀들과 대등하게 겨뤄볼 수 있다'는 자신감과 가능성을 보여준 대회였다. 동시에 4년 뒤엔 더 강해진 전력으로 16강을 넘어선 새 역사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역시 안겨준 대회이기도 했다. 이번 월드컵의 성과가 더욱 의미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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