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브 색 잃은 '키치', 묘한 '뽕삘' 어디갔나요? [안윤지의 돋보기]

안윤지 기자  |  2023.03.28 09:33
그룹 아이브 /사진제공=스타쉽엔터테인먼트
[안윤지 스타뉴스 기자] 4세대 걸그룹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가장 돋보이던 그룹은 뉴진스, 르세라핌 그리고 아이브다. 이 중에서도 가장 다른 길을 걸어갔던 아이브가 달라졌다.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그룹 아이즈원 출신 장원영, 안유진이 속한 아이브는 데뷔 직후부터 큰 성과를 냈다. 그들이 데뷔 후에도 걸그룹은 우후죽순으로 생겼고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자리를 지킨 게 바로 아이브다. 치열했던 경쟁 속에도 아이브가 자신의 자리를 지켰던 이유는 독특했던 콘셉트와 묘한 멜로디 라인이다. 데뷔 타이틀곡 '일레븐'(ELEVEN)을 시작으로 '러브 다이브'(LOVE DIVE), '애프터 라이크'(After Like) 까지 3연타를 쳐낸 아이브는 뉴진스도, 르세라핌에게도 없었던 복고풍 디스코 감성이었다. 흔히 '뽕삘'이라 불리는 복고풍 디스코 감성은 K팝 아이돌에게 빠지지 않은 필수 요소와 같았다. '뽕삘'이 담긴 아이돌 곡은 언제나 그해 히트곡으로 자리 잡았다.

티아라 '보핍보핍' '러비더비', 트러블 메이커 '트러블 메이커', EXID '위아래', 모모랜드 '뿜뿜', 손담비 '미쳤어' '토요일 밤에', AOA '단발머리' '심쿵해' 등에 이어 지난해 역주행곡인 브레이브 걸스 '롤린'도 '뽕삘'에 포함된다. 트와이스 '치어 업', 환불원정대 '돈 터치 미' 등도 '뽕삘'이 담긴 곡이다. 이 곡들의 특징은 바로 '노동요'다. 신나는 리듬과 빠른 비트는 대중의 귓가를 맴돌고 중독성을 지닌다. 한동안 K팝 걸그룹 곡에 '뽕삘'이 없었다면, 이 부분을 파고든 게 바로 아이브다.

Y2K를 지향하는 뉴진스, 세련된 힙합을 선사하는 르세라핌으로 인해 걸그룹들은 한국 가요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 여러 '걸 크러시' 그룹 사이에서 르세라핌은 한 단계 세련된 모습을 보였다면, 뉴진스는 '걸 크러시'에 질려버린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뉴진스와 르세라핌이 각 콘셉트로 단단하게 굳어버려 타 그룹들은 결국 앞으로의 방향성을 잃었다. 다른 콘셉트를 하기엔 트렌드와 맞지 않고, 비슷한 모습을 하기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는 이유였다. 그런데도 아이브가 파고든 복고풍은 그들의 정체성을 만들어냈고 새로운 길을 개척해냈다.

/사진=아이브 '키치' 뮤직비디오 영상 캡처
히트곡 3연타를 낸 아이브는 다음 행보로 첫 정규 앨범 'I've IVE'(아이해브 아이브)의 선공개 곡 '키치'(Kitsch)를 선보였다. 지난 27일 발매된 '키치'는 강렬한 비트와 베이스라인을 기반으로 둔 곡으로, 자기 주도적 가사를 그린다. 특히 티저 영상 때부터 주목받았던 "It's our time"이란 말이었다. 당당한 태도를 보이던 아이브는 자신의 기조대로 "내 걱정은 낭비야", "난 생겨 먹은 대로 사는 애야" 등 이전보다 더 확실한 답을 내린다.

'키치'는 그간 발매된 곡과 확연히 다르다. 보통 베이스를 기반으로 둔 곡은 듣기 편안하면서도 새로운 포인트를 만들어낼 때 쓰인다. 최근 한국 가요 시장엔 트로트, 힙합 등 강한 음악들이 주를 이뤘기에 간혹 베이스를 사용한 크리스토퍼의 '베드'(BAD), 스트레이 키즈 '백 도어'(Back Door), 예나 '스마일리'(SMILEY) 등이 주목받았다. 또 가장 최근엔 뉴진스 '오엠쥐'(OMG)가 대표적이다. 아이브는 원체 수록곡도 강렬한 분위기를 냈기 때문에 갑자기 톤 다운된 '키치'는 뉴진스의 '오엠쥐'를 연상시킨다. 스타일링 역시 최근 '안티 프래자일'로 펑키한 룩을 선보였던 르세라핌과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선공개 곡은 앞으로 발매할 앨범을 앞두고 기대감을 전한다. 그래서 선공개 곡은 일부러 대중성 있으면서도 그룹 색을 확실하게 나타내는 곡을 선택한다. 아이브는 '선공개 곡'이란 특징을 활용해 기존과 다른 느낌을 주려고 했던 모양이다. 아직 신인이기에 할 수 있는 선택이면서도 아이브를 향한 기대감엔 미치지 못한 건 분명하다. 그들이 '키치' 뿐만 아니라 이번 앨범에서 어떤 방향성을 보여줄지 주목할만하다.

안윤지 기자 zizirong@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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