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미안했으면 훈련이 끝나자마자 불렀을까.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회 화제의 두 주인공 김주원(21·NC 다이노스)과 스미다 지히로(24·세이부 라이온즈)가 마침내 만났다. 5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통역도 없었지만, 서로의 진심을 나누는 데는 충분했다.
김주원은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릴 2023 APBC 결승전에서 일본과 맞대결을 앞두고 스미다를 만나 짧게 교류했다.
홈팀 일본이 오후 3시 40분부터 4시 10분까지 훈련을 진행했고 원정팀 한국은 오후 3시 45분부터 3루 더그아웃 근처에서 가볍게 몸을 풀었다. 이때까지 김주원과 스미다는 만나지 못한 상태였다. 오후 4시 15분부터 한국의 연습 배팅이 시작될 예정이었고, 김주원은 김혜성, 김도영과 함께 더그아웃에서 나란히 앉아 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본의 훈련이 끝난 오후 4시 10분, 김주원은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급하게 그라운드로 뛰쳐 나갔다. 스미다가 먼저 배팅 연습을 위해 나가 있던 문현빈에게 김주원을 불러 달라고 호출한 것. 급작스러운 만남에 두 사람은 통역도 없이 이야기를 나눴다. 스미다는 김주원에게 "스미마셍(미안합니다)"으로 시작해 일본어로 이야기했다. 김주원은 미안하다는 말 외에는 알아 듣지 못했다. 하지만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통역은 없었지만, 미안해 하는 진심이 전해졌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만나게 된 이유는 17일 같은 장소에서 있었던 사구 때문이다. 당시 위력적인 투구를 펼치던 스미다는 5회초 1사에서 시속 148㎞의 빠른 공을 김주원의 엉덩이에 맞혔다. 김주원은 곧바로 주저앉아 고통을 호소했고 스미다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여기서 끝났다면 화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KBO 관계자에 따르면 스미다는 인터뷰를 마치고 도쿄돔 호텔 숙소로 향하면서도 김주원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달하고 싶어 했다.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도쿄돔과 외부 통로로 연결돼 있는 도쿄돔 호텔에는 현재 한국, 일본 대표팀 선수들과 관계자들이 함께 묵고 있다. 도쿄돔 호텔로 가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직접 만난 한 KBO 관계자는 "스미다가 KBO 관계자에게 먼저 와서 '김주원에게 꼭 좀 미안하다'고 전해달라고 하더라. 본인이 직접 영어로 '결승전에서 만나면 꼭 직접 사과하겠다'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그 말을 한 사람한테만 한 것이 아니었다. KBO 관계자는 "그 말을 전하려 김주원한테 가니 이미 알고 있었다. 스미다가 'KOREA' 단복을 입은 관계자마다 붙잡고 여기저기 말한 탓인지 여러 사람에게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 탓에 김주원은 여러 사람에게 같은 말을 전해 들어야 했다.
대만전에서 7번·유격수로 선발 출전한 김주원은 사이클링 히트에서 홈런만 빠진 4타수 3안타 1타점에 성공하며 한국의 6-1 승리를 이끌었다. 스미다의 바람대로 한국과 일본의 결승전 맞대결이 성사됐고 두 사람은 짧게 우정을 나눴다. 김주원은 "사실 공에 맞고 맞히는 일은 경기 중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인데 이렇게 미안하다고 이야기해줘 고마웠다"고 환하게 웃었다.
한편 한국은 곽빈(24·두산 베어스)을 앞세워 이마이 타츠야(25·세이부 라이온즈)를 내세운 일본을 상대로 이틀 전 패배와 2017 APBC 결승에서의 설욕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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