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31일 새벽 1시(한국시간) 카타르 알 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스타디움에서 열린 '중동 강호' 사우디아라비아와 2023 카타르 아시안컵 16강 맞대결에서 연장 승부 1-1을 기록했다. 하지만 승부차기에서 4-2 이겼다. 이로써 한국은 8강에 올랐다. 8강에서는 호주를 상대한다. '또 다른 우승후보' 호주는 16강에서 신태용 감독의 인도네시아를 잡고 올라갔다.
경기에 앞서 어두운 전망이 쏟아진 것은 사실이었다. 클린스만호는 조별리그에서 부진했다. 1승2무(승점 5) E조 2위를 기록했다. 첫 경기 바레인을 잡았지만 요르단, 말레이시아와는 비겼다. 3차전 '130위' 말레이시아와 3-3 무승부는 충격적이었다. 결국 바레인(2승1패)에 조 1위를 내줬다
사우디는 F조 1위(2승1무·승점 7)를 차지했다. 태국, 오만, 키르기스스탄 등 약팀들과 경쟁했다고 해도 큰 흔들림 없이 통과했다. 조별리그 3차전 태국전에서는 로테이션을 돌렸음에도 0-0으로 비겼다. 시우디는 수비가 돋보이는 팀이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단 1실점했다.
사우디의 전력보다 무서운 것은 약 3만명이 모인 사우디 관중의 압도적인 응원이었다. 이날 한국 선수들이 공을 잡을 때마다 야유가 쏟아졌다. 사우디 선수들에게는 환호를 보냈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은 열세를 뒤집고 기적 드라마를 썼다.
이날 클린스만 감독은 파격적인 선발 라인업을 꺼내들었다. 기존 4-4-2에서 3-4-2-1로 바꿨다. 조별리그에서 부진했던 조규성(미트윌란)이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대신 '캡틴' 손흥민(토트넘)이 최전방 공격수를 맡았다. 2선에서는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정우영(슈투트가르트)가 공격을 지원했다. 이재성(마인츠)과 황인범(츠르베나 즈베즈다)는 중원을 조율했다. 양 측 윙백으로 김태환(전북현대), 설영우(울산HD)가 출전했다. '괴물 수비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를 비롯해 김영권(울산HD), 정승현(울산HD) 모두 나서 스리백을 형성했다. 골문은 '빛현우' 조현우(울산HD)가 지켰다.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의 사우디는 3-5-2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살렘 알도사리(알힐랄), 살레 알세흐리(알힐랄)가 투톱으로 나섰다. 미드필더로는 모하메드 카노(알힐랄), 압둘라 알카이바리(알나스르), 나세르 알도사리(알힐랄)가 출전했다. 윙백은 모하메드 알브라이크(알힐랄), 사우드 압둘하미드(알힐랄), 스리백은 알리 알불라이히(알힐랄), 알리 라자미(알나스르), 하산 알탐바크(알힐랄)였다. 골키퍼는 아흐메드 알카사르(알파야)였다.
양 팀은 전반 초반 탐색전을 벌였다. 사우디는 골대를 한참 벗어난 중거리 슈팅이 한 차례 있었다. 한국은 슈팅이 없었다. 대신 볼을 돌리며 점유율을 높였고 기회를 노렸다. 전반 20분 손흥민이 폭발적인 스피드를 앞세워 페널티박스 안까지 치고 들어갔다. 하지만 뒤따라오는 수비에 막혔다.
전반 23분에는 설영우가 좋은 크로스를 올렸다. 이강인이 가슴으로 받아 공격 모션을 취했지만, 그 전에 사우디 수비가 걷어냈다. 1분 뒤 이강인의 전진패스는 다소 길었다. 전반 중반이 넘어가자 사우디의 응원소리는 더욱 커졌다. 사우디도 공격을 시도했다. 하지만 한국에는 김민재가 있었다. 철벽수비에 막혔다.
한국의 첫 슈팅은 전반 26분에 나왔다. 김민재의 수비 이후 곧바로 김태환이 역습을 시도했다. 좋은 패스를 찔러주었다. 손흥민이 이를 받아 슈팅까지 연결했지만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위험천만한 순간도 있었다. 미드필더진에서 볼을 뺏겼다. 사우디의 공격으로 이어졌으나 알세흐리의 슈팅이 옆으로 벗어났다. 전반 38분 베테랑 김영권의 수비도 좋았다. 상대 스루패스를 몸을 날려 끊어냈다.
사우디는 전반 막판 공격을 몰아쳤다. 한국은 전반 40분 결정적인 위기를 맞았다. 코너킥 상황에서 수차례 슈팅을 허용했다. 하지만 운이 따랐다. 사우디의 첫 번째 알세흐리, 두 번째 라자미의 헤더슈팅이 모두 골대를 강타했다. 이어 알도사리도 헤더 슈팅을 날렸다. 하지만 김민재가 공이 골라인 넘기 직전 몸을 날려 헤더로 걷어냈다. 덕분에 한국은 전반을 0-0으로 마쳤다.
그런데 골대 행운도 소용없었다. 한국은 후반 시작하자마자 실점했다. 후반 1분 알브라이크가 앞으로 찬 공을 알도사리가 툭 건드렸다. 공이 김민재 뒤로 빠졌다. 수비를 위해 앞으로 나온 상황에서 역동작이 걸렸다. 한국 수비는 순간적으로 뚫렸고 교체로 들어온 압둘라 하디 라디프(알샤밥)가 조현우와 일대일로 맞섰다. 라디프는 이를 놓치지 않고 침착하게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의 선제 실점이었다.
벼랑 끝에 몰린 한국은 정우영을 빼고 '황소' 황희찬(울버햄튼)을 투입했다. 조금씩 찬스를 만드는 듯했다. 하지만 사우디 수비가 집중력 있게 걷어냈다. 프리킥과 코너킥 찬스를 얻어냈으나 그때마다 크로스가 사우디 헤더 수비에 걸렸다.
후반 19분 공격수 조규성, 미드필더 박용우(알아인)이 투입됐다. 하지만 오히려 사우디의 공격이 위협적이었다. 후반 23분 라디프의 위협적인 슈팅을 조현우가 몸을 날려 막아냈다. 조규성도 페널티박스 안에서 몇 차례 공을 잡았지만 사우디의 끈질긴 수비를 넘을 수 없었다. 위험천만한 장면이 또 있었다. 후반 33분 또 다시 일대일 위기를 맞았다. 이번에도 라디프였다. 하지만 조현우가 먼저 뛰쳐나와 공을 걷어냈다.
한국은 계속해서 동점골을 노렸다. 하지만 상대 골키퍼 슈퍼세이브와 육탄방어에 고개를 숙였다. 후반 40분 황인범의 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걸렸고, 설영우와 손흥민의 연속 슈팅은 사우디 수비수들이 몸을 날려 막아냈다. 후반 42분 설영우의 헤더 슈팅도 골키퍼를 넘어서지 못했다. 후반 추가시간 조규성의 헤더 슈팅마저 골대를 강타했다. 황희찬의 헤더 슈팅도 골키퍼에게 막혔다. 하지만 기적이 일어났다. 후반 마지막 공격에서 조규성이 헤더 동점골을 뽑아냈다.
승부는 연장으로 흘렀다. 연장에서는 골이 나오지 않았다. 한국 입장에서는 연장 후반 3분 찬스가 아쉬웠다. 골키퍼가 나온 상황에서 조규성이 공을 잡았다. 하지만 슈팅을 하지 않고 옆으로 내줬다. 그 사이 사우디 수비진이 모두 들어왔다. 한국 공격진 움직임도 엉킨 탓에 골 찬스를 놓쳤다. 연장 후반 10분 이강인의 왼발 슈팅은 사우디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결국 승부는 승부차기에서 결정났다. 한국은 첫 번째 손흥민, 두 번째 김영권이 골을 성공시켰다. 여기서 조현우가 사우디 세 번째 키커 사미 알 나제이(알나스르)의 슛을 막아냈다. 한국은 세 번째 키커 조규성이 골을 넣었다. 이어 조현우가 또 막았다. 한국은 네 번째 키커 황희찬이 넣어 경기의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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