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펼쳐진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의 시범경기.
비록 1회초 1실점을 기록하긴 했지만, 류현진은 류현진이었다. 쌀쌀한 날씨 속 한화는 1회에만 대거 9점을 뽑았다. 그리고 KIA의 4회초 공격. 선두타자 나성범이 한화 1루수 채은성이 포구 실책을 틈타 2루까지 갔다. 무사 2루의 실점 위기.
류현진이 마운드에서 숨을 고른 가운데, 5번 타자로 외국인 강타자 소크라테스가 타석에 들어섰다. 여기서 류현진의 말 그대로 '아트 피칭'이 시작됐다. 류현진의 초구는 113km의 스피드가 뚝 떨어진 커브였다. 소크라테스의 몸쪽에서 바깥쪽으로 멀어지는 커브가 바깥쪽 스트라이크 존에 걸쳤다. 중계방송사의 ABS존 그래픽에 따르면 한가운데 높이에서 정확히 (소크라테스 기준) 바깥쪽에 공 반 개 정도 걸친 스트라이크였다.
그리고 2구째. 이번에는 류현진이 빠른 공을 던졌다. 140km 속구가 이번에도 소크라테스의 바깥쪽 존에 절묘하게 걸쳤다. 1구와 걸치는 정도는 비슷했는데, 높이가 야구공 2개 반 정도 높은 코스로 들어갔다. 소크라테스 입장에서는 상당히 멀어 보이는 공. 그렇지만 ABS존을 통과했기에, 주심의 손은 여지없이 올라갔다. 소크라테스의 인상이 살짝 구겨졌다.
만약 기계가 아닌 사람 심판이 봤다면 어떤 판정이 내려졌을까 궁금증을 일게 한 장면이었다. 예전 같으면 주심에게 항의라도 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아예 그럴 주체가 사라졌다. 메이저리그에서 팬들은 류현진의 경기를 볼 때마다 '저 네모(스트라이크 존)가 보일까'라는 글을 심심찮게 올리곤 한다. 그리고 소크라테스를 상대했던 이 장면은 류현진의 여전한 클래스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류현진은 이날 결과적으로 4이닝 3피안타 무4사구 3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총 투구수는 62개. 그중 41개가 스트라이크였다. 최고 구속은 148km에 달했다. 속구 평균 구속은 144km. 속구 29개, 체인지업 12개, 커브 11개, 커터 10개를 골고루 구사했다.
경기 후 류현진은 "재미있게 던졌다. 투구 수와 이닝 수 계획한 대로 던지고 내려와 만족한다. 생각보다 구속도 잘 나왔다. 체인지업 제구 빼고는 전체적으로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ABS 존에 대해서는 "(스트라이크 존에) 안 들어갔으니 볼 판정이 나온 것이다. (ABS에) 선수들이 항의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타자마다 스트라이크 존이 달라지기에, 그런 부분에서는 조금 어려움은 있을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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