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은 17일 오후 1시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시범경기 원정경기에서 선발투수로 등판, 5이닝 동안 76구를 던지며 6피안타 6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이날 류현진은 예상보다 많은 6안타를 허용하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수비의 실수로 말미암은 2실점을 제외하면 점수를 내주지 않으면서 특유의 위기관리능력을 보여줬다.
사직야구장에서 류현진이 마운드에 오른 건 무려 12년, 4362일 만이다. 그는 지난 2012시즌 개막전인 4월 7일 사직 경기에 등판, 6이닝 8피안타(1홈런) 5탈삼진 3실점(2자책)을 기록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1회 말부터 조성환(현 두산 코치)에게 솔로포를 맞으며 선취점을 내줬고, 타선이 한 점만 내면서 득점지원도 없었다.
류현진이 롯데를 상대한 것도 같은 해 9월 6일 대전 경기 이후 처음이다. 당시에는 8이닝 6피안타 3볼넷 9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2-0으로 승리했다. 현재 롯데 라인업에 남은 선수 중에는 전준우가 1번 타자 겸 중견수로 출전해 1루수 파울플라이-볼넷-유격수 땅볼-중견수 플라이 등 3타수 무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류현진을 상대한 롯데는 정훈(1루수)-노진혁(지명타자)-빅터 레이예스(우익수)-전준우(좌익수)-유강남(포수)-김민성(3루수)-박승욱(2루수)-이주찬(유격수)-장두성(중견수)의 선발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정훈과 정준우, 김민성 정도를 제외하면 류현진과 처음 맞붙는 타자들이었다.
1회 초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1번 정훈과 초구 패스트볼을 던졌으나 볼이 됐다. 이어 2구째 높은 속구를 놓치지 않은 정훈이 우익수 앞으로 굴러가는 안타를 터트렸다. 잘 맞은 타구는 아니었으나 코스가 절묘하게 1루수와 2루수 사이로 향했다. 이어 노진혁을 상대한 그는 초구를 볼로 던졌으나 패스트볼, 커브, 커터 등 다양한 구종을 스트라이크존 안에 꽂았고, 결국 5구째 높은 커브로 루킹 삼진을 잡았다.
다음 타자는 메이저리그(MLB)에서 류현진에게 2타수 2안타를 기록한 레이예스. 류현진은 공격적인 투구로 먼저 2스트라이크를 잡았다. 하지만 체인지업을 골라낸 레이예스는 패스트볼을 공략해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만들어냈다. 류현진은 순식간에 1사 1, 2루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류현진은 침착하게 위기를 넘겼다. 베테랑 전준우를 상대로 2구 만에 우익수 쪽 빗맞은 뜬공을 유도해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올렸다. 이어 5번 유강남에게도 보여주기용 빠른 볼과 커터를 던진 후 역시나 주무기 체인지업을 통해 우익수 플라이를 만들어냈다.
타선이 1회와 2회 3점을 올려 류현진의 어깨를 가볍게 했고, 그는 2회 말 처음으로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선두타자 김민성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낸 류현진은 7번 박승욱에게도 빠른 볼 위주로 가다가 유인구 커브를 던졌고, 5구째 높은 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을 만들었다. 이어 이주찬과는 풀카운트 승부를 펼친 끝에 좌익수 플라이를 유도해 이닝을 마무리지었다.
3회에는 아찔한 순간이 이어졌다. 첫 타자 장두성의 느린 땅볼은 2루수 황영묵이 잘 처리하며 아웃카운트를 올렸다. 이어 정훈에게도 패스트볼 3개로만 3구 삼진을 잡아내 순식간에 2아웃을 만들었다. 그러나 노진혁이 친 타구가 류현진으로 향했고, 이를 처리하지 못하면서 내야안타를 맞았다. 자칫하면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아찔한 타구였다. 이어 레이예스에게 초구에 왼쪽 폴대를 살짝 빗나가는 파울홈런을 맞았고, 결국 또 안타를 허용하며 1, 2루가 됐다.
여기서 류현진은 전준우에게 또 한번 우익수 쪽 플라이를 유도했다. 그러나 우익수 임종찬이 타구 판단을 잘못하면서 공은 그라운드에 뚝 떨어졌고,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았다. 에러로 기록되지 않았기 때문에 류현진은 2자책을 기록하고 말았다. 그래도 그는 유강남에게 몸쪽 깊은 직구로 루킹 삼진을 잡아내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4회에는 비교적 쉽게 이닝을 마감했다. 선두타자 김민성의 안타성 타구를 유격수 이도윤이 잘 따라가 처리하며 1아웃을 잡은 류현진은 박승욱에게 빗맞은 안타를 맞았다. 하지만 이주찬에게 3루수 앞 땅볼을 유도해 2아웃을 잡았고, 장두성도 유격수 플라이로 물러나면서 류현진은 깔끔하게 이닝을 마쳤다.
한화 타선이 5회 초에만 12타자가 들어와 무려 7점을 올리면서 류현진은 워밍업을 하는 과정이 길었다. 그래서였을까, 류현진은 선두타자 정훈에게 3볼-1스트라이크로 몰렸다. 하지만 침착하게 스트라이크를 꽂은 후, 바깥쪽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이어 노진혁도 4구째 바깥쪽 패스트볼에 손도 못 대며 루킹 삼진 처리했다. 앞서 2안타를 쳤던 레이예스마저 유격수 땅볼로 아웃시키며 류현진은 투구 수 76개로 5회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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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경기는 오는 2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2024 KBO 리그 개막전 등판을 앞두고 류현진의 시범경기 최종 점검이었다. 그의 개막전 투구는 이미 계약 때부터 결정된 부분이었다. 뉴스1에 따르면 최원호 한화 감독은 지난달 25일 취재진을 향해 "팀에서 회의한 끝에 류현진의 훈련 일정을 개막전에 맞춰놨다"며 "몸 상태와 날씨 등 큰 변수 없이 계획대로 진행하면 류현진은 개막전에 등판할 수 있다"고 밝혔다.하지만 위기도 있었다.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부터 비가 발목을 잡을 뻔한 순간이 여러 차례 있었다. 지난 1일 처음으로 라이브 피칭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날부터 오키나와 전역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투구 당일에는 구장 정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여기에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하면서 류현진은 보조구장에서 캐치볼만 하고 결국 철수해야 했다. 류현진은 다음날에야 65구 라이브 피칭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었다.
이어 12일에도 전날부터 비가 예고되면서 경기 정상 진행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기적적으로 경기 시작 전 비구름이 걷히며 류현진은 계획대로 공을 던질 수 있었다. 이날 경기가 8회 초 강우콜드로 끝나면서(한화 9-1 승) 조금만 어긋났으면 다시 한번 비로 인해 취소될 뻔한 순간이었다.
여기에 마지막 등판인 17일도 비 예보가 있었다. 앞뒤로 맑은 날씨에 이날만 비가 온다는 것이었다. 이에 최 감독은 "어떻게 걔(류현진) 등판 날짜만 잡으면 비가 오나"며 웃었다. 그는 "비가 무슨 4일 간격으로 오는 것도 아니고 일본에서부터 던지려고만 하면 비가 온다"며 "등판 계획을 미리 잡는데도 비가 온다. 끼워맞추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한화와 류현진 입장에서는 다행스럽게도 강우 예보가 사라지면서 류현진은 비교한 온화한 날씨 속에 등판할 수 있었다. 이날 부산의 낮 기온은 20℃까지 올라가면서 류현진은 비를 피해 마지막 점검을 마칠 수 있었다.
최 감독은 17일 경기 전 "(류현진은) 75개에서 80개 정도로 잡아놨다"고 투구 계획을 밝혔다. 그러면서 "5회에 가서 투구 수가 너무 적으면 한번 상의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오늘 던지고 나서의 회복 상태를 봐야 한다"며 "투구 수가 늘어나니까 회복이 괜찮은지를 봐야할 것 같다. 그래서 마지막에는 5일 쉬고 들어가는 걸로 맞춰놨다"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투구에 대해서는 만족감을 전했다. 최 감독은 "구속은 그 정도면 충분하다. 평균 140km 중반대에 최고 140km 후반대만 나오면 변화구 퀄리티가 높고 제구가 좋아서 타자들이 빨리 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말 무서울 정도로 비율 배분을 잘한다. 직구와 변화구를 반씩 던지고, 변화구 3가지를 3분의 1씩 던진다"며 "무슨 수첩에 적으면서 던지는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한편 이날 경기는 류현진이 등판한다는 소식에 많은 팬들이 야구장을 찾았다. 롯데 구단에 따르면 경기 시작 전에 이미 1만 3766석이 모두 매진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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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현진 3월 17일 롯데 자이언츠전 투구 내용(총 76구)━
- 2회(13구): 김민성 중견수 뜬공-박승욱 삼진-이주찬 좌익수 뜬공
- 3회(21구): 장두성 2루수 땅볼-정훈 삼진-노진혁 내야안타-레이예스 우전 안타-전준우 우익수 2루타(2실점)-유강남 삼진
- 4회(8구): 김민성 유격수 직선타-박승욱 좌전 안타-이주찬 3루수 땅볼-장두성 유격수 뜬공
- 5회(14구): 정훈 삼진-노진혁 삼진-레이예스 유격수 땅볼
▶ 총 76구(스트라이크 53구, 볼 23구)
- 패스트볼 40구(최고 시속 144㎞), 체인지업 16구, 커브 12구, 커터 8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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