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종은 2008년 LG 트윈스에 입단해 그곳에서만 15년을 뛰었다. 투수로 입단해 타자로 전향, 4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하는 등 일정의 성과를 냈다. 하지만 2017~2019년을 제외하면 100경기 이상 출전하는 시즌이 없었고, 갈수록 잘하는 후배들에 점점 입지가 좁아졌다.
그 과정에서 2022년 11월 퓨처스 FA 제도를 통해 새로운 미래를 모색했고, 4년 총액 20억 원에 키움에 입단했다. 입단 당시 이형종의 각오는 대단했다. 어정쩡한 선수로 나이만 먹어가던 자신에게 가장 적극적으로 달려든 것이 키움이었고, 그 태도에 이형종은 강한 책임감을 느꼈다.
지난해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당시 스타뉴스와 만난 이형종은 "계약할 때 화끈했다. 한 방에 끝났다. 그런 모습에서 키움이 '나를 이 정도로 생각하고 필요로 하는구나'하는 생각이 확 들었다. 그래서 내가 마음을 빨리 정할 수 있었다"며 "야구팬, 현재 구단(키움), 전 구단(LG) 등 모든 분에게 이형종은 이만큼 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 날 풀어주면 정말 미친개처럼 한번 날뛰어보겠다. 그걸 증명하기 위해 더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굳은 각오를 밝힌 바 있다.
그때 이형종은 자신이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야시엘 푸이그(34) 등이 떠나 무게감이 줄어들 2024시즌 이후 외야를 이미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커리어하이 시즌을 뛰어넘는다는 목표로 장타력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늦은 나이에 시도한 변화는 몸이 따라주지 않았고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 그 결과 99경기 타율 0.215, 3홈런 37타점 35득점, 출루율 0.326 장타율 0.320으로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 이형종의 부진에 키움이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을 받았으나, 정작 마음고생이 가장 심했던 건 이형종 본인이었다.
올해 첫 수훈선수 인터뷰를 했던 지난 6일 고척 한화전에서는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지난해 야구를 너무 못해서 올해는 정말 잘하고 싶었다"고 울컥한 심정을 그대로 나타냈다.
장타 욕심도 과도한 책임감에서 나왔다. 최근 몇 년간 키움은 한 방이 있는 타자가 부재했다. 이형종은 4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낸 적이 있어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그는 전형적인 홈런 타자와 거리가 있었다. 본인도 지난 시즌을 겪으며 이를 인정했다. 지난겨울 다시 조금 더 가볍게 히팅 포인트를 앞에 두고 콘택트에 집중하는 스윙으로 바꾸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부담을 버리자 자연스러운 스윙과 적절한 타이밍을 통해 오히려 홈런도 더 나왔다. 21경기 타율 0.268(71타수 19안타), 4홈런 17타점 18득점, 출루율 0.402 장타율 0.479로 지난해 홈런(3개) 개수를 가볍게 뛰어넘었다. 이형종의 반등은 부상 많던 키움에 큰 힘이 됐다. 이형종은 주로 클린업 트리오 뒤에 배치되면서 적재적소에서 한 방으로 경기 흐름을 가져오는 데 일조했다. 덕분에 키움은 22일까지 정규시즌 3위(13승 10패)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절치부심해 반등에 성공했던 그에게 야속하게도 부상이라는 시련이 찾아왔다. 야구를 하는 과정에서 나온 불운의 부상이었다. 지난 21일 잠실 두산전 8회 초 선두타자로 나서서 박신지의 초구를 공략한 것이 왼쪽 발등을 강타했다. 극심한 통증을 호소한 이형종은 임지열과 교체됐는데 하루 뒤 나온 결과는 그에게 더 가혹했다.
키움 구단은 22일 "이형종 선수는 21일 두산 베어스와 더블헤더 1차전 8회 초 초구 파울 타구에 왼쪽 발등을 맞았다. 21일, 22일 두 차례 병원 검진을 받은 결과, 왼쪽 발등 주상골 골절 소견을 받았다. 25일 세종 스포츠 정형외과에서 수술할 예정이다. 실전 복귀까지는 3개월가량 소요된다"고 밝혔다.
이미 김동헌(21)이 팔꿈치 수술로 시즌 아웃되고 박수종(25), 이주형(23)이 햄스트링 부상, 신인 유격수 이재상(19)이 손가락 수술, 주장 김혜성(25)이 왼쪽 어깨로 이탈한 상황에서 맞이한 날벼락 같은 상황이다.
하지만 구단과 팬에 대한 미안함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이형종만큼 아쉬울 사람은 없다. 6일 구단 유튜브에서도 "(취재진 질문에) 울 뻔했는데 참았다. 지난해는 모든 것이 힘들었다. 몸도 준비가 잘 안됐고 마음의 준비도 안 됐던 것 같다. 그래서 팬들에게 너무 죄송했고 그 대신 올해 두 배로 갚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비시즌을 준비했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은 바 있다.
이번 부상으로 이형종은 사실상 전반기에 그라운드에서 보긴 어려워졌다. 부상자가 많은 키움도 고민이 깊어진 상황. 계속된 시련에 키움이 어떻게 전략을 세워 이겨낼지 야구팬들의 시선도 쏠리고 있다.
<저작권자 © ‘리얼타임 연예스포츠 속보,스타의 모든 것’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