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번 전국제패' 이끈 고교 명장, 왜 '역대 최강 전력' 자신감에도 '전 대회 석권' 목표하지 않았나

목동=김동윤 기자  |  2024.05.30 06:01
덕수고 선수단이 29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78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결승에서 대구상원고를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정윤진 덕수고 감독(오른쪽)이 29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78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감독상을 받고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모교 덕수고등학교를 또 한 번 전국대회 정상에 올려놓은 '명장' 정윤진(53) 덕수고 감독이 한 해 전국대회 4개 대회를 싹쓸이하는 그랜드슬램을 목표로 하지 않았다. 스스로 올해 덕수고가 역대 최강이라 평가했음에도 나온 발언이어서 관심을 모았다.

정윤진 감독이 이끄는 덕수고는 29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78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결승전에서 대구상원고를 4-0으로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투·타에서 압도한 경기였다. 정현우-김태형 원투펀치를 가동해 9이닝 동안 단 5개의 안타만 내줬고, 타선은 3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한 박준순을 앞세워 장·단 9안타를 몰아쳤다. 전체 1번 후보로 꼽히는 정현우는 5회부터 등판했음에도 5이닝 1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으로 대구상원고 타선을 눌렀다. 대구상원고로서는 좌완 에이스 이동영을 투구 수 제한 규정으로 인해 쓰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이로써 덕수고는 지난 4월 열린 신세계 이마트배에 이어 2연속 전국 제패에 성공했다. 양창섭을 앞세워 마산 용마고를 꺾고 정상에 올랐던 2017년 이후 7년 만의 황금사자기 우승으로 통산 7번째 황금사자를 차지했다. 이제 덕수고보다 황금사자기를 많이 차지한 팀은 8회 우승의 신일고뿐이다. MVP는 결승전 결승타를 포함해 대회 5경기 타율 0.636(11타수 7안타), 4타점으로 타격상을 차지한 박준순에게 돌아갔다. 박준순은 지난 이마트배서 타격 3관왕(타율, 홈런, 타점)으로 MVP를 차지한 데 이어 두 대회 연속 최우수 선수에 선정돼 야수 최대어의 위엄을 과시했다.

전통의 강호 덕수고는 2007년 정윤진 감독이 사령탑으로 올라선 뒤 더욱 유명세를 떨쳤다. 2008년 대통령배를 시작으로 이번에만 13번째 전국대회 정상에 섰다. 전국체전까지 합하면 정윤진 감독이 가져온 우승 트로피는 16번에 달한다.

덕수고 박준순이 29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78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MVP를 수상하고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지난 18년간 덕수고의 황금기라고 하면 2012~2014년 멤버를 일컬었다. 특히 청룡기, 황금사자기, 협회장기(현 이마트배) 3관왕을 달성한 2013년 덕수고는 한주성(2014년 두산 1차 지명), 임병욱(2014년 넥센 1차 지명), 안규현(2014년 삼성 2차 1R 9번), 임지열(2014년 넥센 2차 2R 22번), 전용훈(2014년 두산 2차 2R 19번), 나세원(2014년 2차 8R 78번) 등 프로 지명 선수만 6명을 배출해 역대 최강이라 불렸다.

하지만 2024년 덕수고도 심상치 않다. 전체 1번 후보로 평가받는 좌완 에이스이자 주장 정현우를 시작으로 야수 최대어로 평가받는 박준순, 상위 라운드 지명도 가능하다고 평가받는 우완 선발 김태형, 3루수 톱3 중 하나인 우정안, 2학년임에도 4번 타자로 낙점된 오시후, 내년 클린업 한 자리를 예약한 '무서운 1학년' 엄준상 등이 베스트 멤버로 나서고 있다. 이들 외에도 시속 145㎞의 빠른 공을 던지는 1학년 투수가 5~6명이 있어 청룡기부터 차츰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정윤진 감독 스스로도 4월 신세계 이마트배 우승 후 "2013년에도 좋은 멤버가 있었는데 그 친구들보다 더 강한 것 같다"면서 올해 덕수고를 본인이 감독을 맡은 이래 역대 최강으로 평가한 바 있다.

단 한 경기도 상대에게 리드를 내주지 않은 채 전승 우승한 이번 황금사자기는 최강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준 대회였다. 우승 후 만난 정윤진 감독은 "그동안 황금사자기를 정말 우리 학교에 가져오고 싶었는데 7년 동안 그러지 못해 정말 아쉬웠다. 다른 팀들 우승하는 걸 보고 너무 아쉬웠는데 이번에 갖고 오게 돼 정말 좋고 내년에도 꼭 가져오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덕수고 원투펀치 김태형(왼쪽)과 정현우가 29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78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에서서 대구상원고를 상대로 역투하고 있다. /사진=OSEN 제공

그러면서 "정현우, 김태형 원투펀치가 주는 힘을 무시하지 못한다. 투수 둘이 확실하니 투수 운용이 편하다. 또 내야 수비가 탄탄하고 포수 박한결이 강견이라 상대 주자들이 잘 뛰지 못한다. 세 명의 외야수들은 모두 발이 빨라서 범위가 넓다. 1학년 엄준상의 경우 연습경기 때 시속 145km의 빠른 공도 던지고 제구도 좋아서 투수도 시켜보고 싶은데 본인이 타자를 더 원한다"고 왜 올해 덕수고를 최강으로 생각하는지 상세하게 설명했다.

충분히 고교 최초 전 대회 석권에도 도전할 수 있는 상황. 앞으로 남은 전국 메이저 대회는 청룡기(7월 2일~7월 16일), 대통령배(7월 23일~8월 5일), 봉황대기(8월 11일~8월 31일) 정도다.

그러나 정윤진 감독은 전 대회 석권에 대해서는 욕심을 내지 않았다. 프로, 대학에 진출할 고3 선수들의 앞날과 그동안 기회를 받지 못한 저학년 선수들의 미래를 생각했다. 정 감독은 "우승 횟수에는 절대 연연하지 않는다. 그보단 좋은 결과를 내야 고3 아이들이 명문 대학에 진학할 때나 프로에 진출할 때 잘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성적으로도 이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순리대로 해서 우승하면 좋겠지만, 일부러 무리하진 않을 것이다. 당장 이번 주말부터 시작될 후반기 주말리그부터는 (정)현우와 (김)태형이를 최대한 안 던지게 할 생각이다. 예선에서도 마무리 쪽에나 등판시킬 생각이다. 현우가 지난해 55이닝 정도 던졌는데 선수와 '지난해만큼만 던지게 하고 그 이상 던지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오늘까지 40이닝 좀 안 되게 던진 것 같은데 그 약속을 지킬 생각이다. 지금 1학년에 시속 140㎞ 중반의 공을 던지는 투수가 6명 정도 있는데 그 선수들을 청룡기부터 활용하려 한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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